중양가(重陽歌)

2022. 12. 21. 19:48 인물열전

중양가(重陽歌)

 

성취옹(醒醉翁) 전인권(全仁權)

 

 

【중양절(음력 9월 9일)은 풍광이 좋은 높은 곳에 올라 국화를 감상하는 날입니다.】

각자 술병을 가지고 취미(翠微, 산 중턱)에 올라오시오.

백발노인이 꽃 감상하는 것을 사람들은 웃지 마시오.

풍류를 즐김은 소년 때와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은 항상 젊어, 몸만 늙는다.】

술 취한 동안 마음은 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지난해 모임에는 귀밑털이 희게 되었다.

올해는 수염에 서리가 내리고,

세월이 물같이 흘러 우리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늙었네.

세월이 늙음을 재촉하니 어쩔 수 없이 바쁘게 늙어가네!

 

【늙어 감을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도다.】

한번 지나가면 오지 않는 젊은 시절이어라

오늘의 기뻐하고 즐거워함은 다만 한때이려니.

전국의 원로들이 규칙을 비로소 만들었으니

장수를 기원하는 술잔을 권유받으면 놓지 말고 바로 마시기를,

술에 취하니 근심이 없어지고 늙음이 더디 오더라.

 

【서로 술을 권하며】

사람의 삶에 있어서 의지처가 없어도 술잔은 앞에 있는 듯하여

사방에 어려움이 없어 태평한 시절이로다.

좋은 계절에 기이한 경관이 눈앞에 펼쳐져

시원스럽고 멋진 강산의 가을 풍경을 곁에 두고

술동이를 앞에 놓고 노래와 춤을 추니 이 구역의 신선이 바로 나로구나.

 

【멋진 계절을 감상하며】

서리 맞아 단풍 든 잎은 음력 2월 꽃보다 붉고

가을 기러기는 소리를 내며 모래톱 위를 지나는구나.

저녁때가 되니 몇 마리의 까마귀가 나무꼭대기로 돌아오고

땅거미가 질 무렵에 세속의 일을 잊고 술에 만취하여서

하늘 가운데 밝은 달을 보면서 앉아서 근심을 소멸시켜 보세.

 

【애수에 잠긴 마음을 풀어보세】

근심을 끊기 위해 칼 대신 술을 사용하여 얼큰하게 취하니

바람과 이슬과 비가 그치지 않고 서늘하여 술의 힘이 줄어들었다.

반은 술이 깨고, 반은 취하여도 뜻은 적합하니

오늘 밤 저 달은 삼경(밤11시-1시)에 질 것이니

아직 삼경에 이르지 않았으니 어찌 돌아갈 것을 근심하리오.

 

【밤새도록 술을 마셔보세】

달빛 아래 향기로운 술동이는 가득 차고 술잔에도 술이 가득 차도다.

오늘은 임금의 은혜가 멀리 지방까지 윤택하게 하니,

쇠잔한 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백성들이 다시 활기차게 일어나도다.

우습도다! 헐벗은 산인 우산(牛山)이 지금 해가 저물어가니,

고인들은 무슨 일 때문에 홀로 눈물로 옷깃을 적셨을까?

 

【춤과 노래를 즐깁시다.】

태평한 시절이니 즐거움이 끝이 없으니

그대에게 다시 한 잔 권하노니 술잔이 머무르지 않도록 합시다.

술잔 속의 국화를 띄우니 술이 향기가 은은하니

참석자 모두가 지금은 관직에 은퇴한 늙은이들이군.

해장하여 술이 깨니 반은 취하니 또한 어찌 손상이 있겠는가?

 

【술에 취함을 사양하지 말라】

단지 술 없이 백 년을 보내는 것은

세속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것이로다.

취해서 춤추고 소리 높여 노래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니

이 땅에서 깨끗하고 속되지 않게 노는 것에는 오히려 부족한 것이다.

해마다 또 다가오니 올해 중양의 가절(佳節)을 보내줍시다.

 

【각자 산회하여 돌아갑시다.】

국화꽃을 반드시 머리에 가득 꽂고 돌아갑시다.

 

 

《原文》

 

【重陽登賞古今】

各自提壺上翠微

白髮揷花人莫笑

風情無別少年時

 

【心不老心不老】

醉裏風情適少年

去年此會鬂生雪

今日相看鬚帶霜

歲月如流人自老

年光催老老中忙

 

【傷嘆老傷嘆老】

一去不來唯少年

此日歡娛但此時

三韓元老始爲規

壽杯相勸莫停手

閑醉無愁却老遲

 

【相勸酒相勸酒】

人生無處似樽前

四方無事太平年

佳節奇觀滿眼前

瀟灑江山秋色裏

對樽歌舞一區仙

 

【賞佳節賞佳節】

霜葉紅於二月花

一聲秋雁過汀洲

數點昏鵶返樹頭

薄暮忘機須酩酊

半天明月坐消憂

 

【解愁腸解愁腸】

割斷愁腸酒作刀

風露漊凉酒力微

半醒半醉志相宜

今宵是月三更落

未到三更何必歸

 

【終夜飮終夜飮】

月滿金樽酒滿盃

當今聖澤洽遐方

殘老窮民興更長

堪笑牛山今日暮

故人何事獨沾裳

 

【樂呈才樂呈才】

泰平時節樂無窮

勸君更進莫留觴

泛菊杯中酒有香

皆是如今官罷老

解醒半醉亦何傷

 

【莫辭醉莫辭醉】

但送百年無過酒

難爲塵世作歡場

醉舞狂歌也不妨

此地淸遊猶未足

年年又到送重陽

 

【各散歸各散歸】

菊花須揷滿頭歸

 

[출처: 旌善全氏 根源敍及 正郎公 遺稿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