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손 없는 달`이 뭐길래
3년만에 돌아온 윤달… 조상님, 납골당으로 모실게요
김성모 기자 최원우 기자
자식에게 짐 될라… 기존 조상 묘 개장해 火葬하려는 사람들 폭증
장면1. "나는 성당을 다녀서 윤달이든 평달이든 상관없는데 형제들이 자꾸 윤달에 개장(改葬) 화장을 하자고 하네. 그런데 예약은 자꾸 안 되고…." 최근 70대 남성은 장사지원센터에 예약 문의를 하면서 '윤달 대신 평달에 화장하시라'는 안내원 설명에 결국 언성을 높였다.
장면2. "화장하려면 3~4시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윤달(6월 24일~7월 22일) 시작인 지난 주말, 전남 목포 추모공원에 평소보다 10배 많은 이용객이 몰렸다. 박경호 추모공원 소장은 "24~26일 사이 280건 넘는 화장 처리가 밀려들어 화로 6개를 종일 가동했다"고 말했다.
약 3년 만에 돌아온 윤달을 맞아 개장 화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핵가족화 추세와 맞물려 '자식에게 짐(묘)을 넘기기 싫다'며 개장 화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번 윤달을 계기로 이미 80%를 넘긴 화장률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없는 달'이 뭐길래
'손이 없는 달'로 불리는 윤달에는 개장, 이장하거나 수의(壽衣)를 미리 지어놓는 풍습이 전해진다. 윤달에는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에 대한 감시를 쉬기 때문에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달이 돌아오는 해엔 개장 화장 건수가 급증하곤 했다.
26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윤달 기간에 58개 공공 화장시설 개장 유골 화장 인터넷 예약은 이미 거의 찬 상태다. 22일 현재 예약 건수가 2만 건을 넘기며 더는 인터넷 예약은 어렵고, 방문·전화 예약이 가능한 곳 등만 남았다고 진흥원은 전했다.
윤달 기간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사람은 하루 6803명으로 작년 일평균(3688명)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경기 용인의 장례시설 '평온의 숲'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화장을 14건 정도 처리하다가 윤달 기간 28건으로 두 배로 늘렸는데도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윤달이 있던 2012· 2014년에도 개장 유골 화장 건수가 각각 8만7982건, 8만15건 등으로 평소 연간 4만여 건보다 크게 늘었다. '윤달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에선 수도권 4곳, 지방 3곳에서 7월 말까지 특설 매장을 마련해 삼베로 만든 수의를 판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수의 가격대는 90만~700만원 사이로 300만원대가 가장 많이 나가는데, 미아점에선 일평균 구매 고객이 20여 명에 이른다"고 했다.
◇화장률 83%까지 올라
윤달을 맞아 화장 건수가 대폭 늘면서 매장에서 화장 문화로 변화 흐름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신을 화장하는 비율은 1993년(19.1%) 5명 중 1명꼴에서 2015년(80.8%)엔 5명 중 4명 수준으로 뛰었다. 20여 년 만에 화장과 매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역전된 셈이다.
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 3월 잠정 집계치로 이미 화장률이 83.4%까지 올라갔다. 강동구 생사의례연구원장은 "화장을 하더라도 조상을 기리는 전통까지 약해지지 않도록 자연장 등과 같은 문화도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달(6월 24일~7월 22일)
음력에서 1년이 양력 1년보다 약 11일 짧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 끼워 넣는 달이다. 올해에는 윤5월(6월 24일~7월 22일)이 있다. 윤달에는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