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자장면도 맛있다! 맛의 본향 전주,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골목마다 비빔밥, 막걸리, 백반, 해장국 등 맛집이 즐비하다. 하지만 전주는 비빔밥이 전부가 아니고, 막걸리, 백반이 전부가 아니다. 자장면도 맛이 있다. 마치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대체로 다른 과목까지 잘하듯 전주는 한식뿐만 아니라 진정 자장면도 맛이 있다. 전주 토박이들이 추천한 전주의 별나고, 맛난 자장면 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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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백반 '맛의 고향'… 전주는 자장면도 맛있다! |
발효식품에 온갖 야채-해산물 '건강식' 담백- 칼칼…뒷맛도 느끼함 없어 개운 |
① 된장짜장<진미반점>
전주는 한식만 잘하는 게 아니다. 맛의 고장답게 중국집 자장면 맛도 일품이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그중 입맛을 사로잡는 별난 자장면이 있다. '된장짜장'이 바로 그것이다.
된장과 짜장의 조합. 선뜻 와 닿지가 않는다. 된장 특유의 향과 자장면이 도통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의 내로라는 미식가가 '맛 하나는 끝내준다'며 적극 추천한 음식이고 보니 그 맛이 궁금했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전주여고 뒤편에 자리한 '진미반점'은 전주 사람들에게는 꽤나 이름난 중국집이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엔 '된장짜장'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주인에게 된장짜장 조리법을 묻자 대뜸 손목을 이끌고 식재료 창고로 안내한다. 창고에는 '순창된장' 로고가 찍힌 상자가 수북했다. "춘장 대신 말 그대로 메주콩으로 담근 우리 전통 된장으로 조리합니다."
된장짜장은 수수가 주 원료인 중국 춘장을 사용하지 않은 관계로 면 소스 색깔 또한 누르스름한 된장 빛깔이다. 일단 맛을 봤다. 한 마디로 담백, 칼칼하다. 매콤달콤 구수한 게 된장을 넣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특히 일반 자장면과 달리 느끼함도 없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자꾸 젓가락이 간다. 해물도 야채도 듬뿍, 마치 삼선짬봉의 건더기처럼 씹을 게 많다.
45년 동안 중국요리를 해왔다는 주인 홍청규씨(61)는 15년 전 처음 된장짜장을 개발했다. 10여년의 시행착오 끝에 5년 전 부터야 제 맛을 내며 이 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게 됐다.
된장짜장 조리 순서는 일반 자장면과 별 다를 바 없다. 우선 일단 면부터 뽑아 삶아 놓는다. 이른바 '면짱'을 넣어 면발은 쫄깃하다. 다음은 소스. 춘장을 기름에 달달 볶듯이 된장을 기름에 볶는다. 이때 된장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다. 이후 양배추, 양파, 호박, 대파, 당근, 새송이, 홍고추 등의 야채를 볶고, 새우, 오징어, 관자 등 해산물과 돼지고기, 고추 가루를 넣어 함께 볶는다. 자장면 한 그릇에 다양하고도 푸짐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셈이다. 때문에 된장짜장은 건강식에 다름없다.
손님상에는 면 따로 소스 따로 올리는데, 짜거나 달짝지근하지 않아 소스를 양껏 부어 비벼 먹는다. 이 집의 된장짜장은 일반 자장면의 단맛, 번질거림과 식후 더부룩함이 없는 웰빙식이다. 특히 된장이라는 발효식품 특유의 중독성이 있어 한 번 맛보면 그 여운이 오랫동안 맴도는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다. 된장짜장 6000원. 일반자장면 3500원. (063)246-9295
▶가는 길=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2가 1551-2
간장-고추기름 소스…삼선 물짜장 최고 김치-양파 곁들이면 제맛…탕수육 일품 |
② 물짜장<홍콩반점>
전주의 이색 자장면 중 하나는 '물짜장'이다. 이 또한 춘장을 사용하지 않아 색깔부터가 누르스름하거나 벌겋다. 한마디로 일반 자장면과 소스부터가 다르고, 웃기는 짬봉 이상으로 많다. 전주 물짜장의 원조격인 중앙동 웨딩거리 '홍콩반점'의 것은 소스를 간장과 고추기름을 써서 만드는 관계로 색깔이 옅은 겨자빛깔을 띤다.
특히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삼선 물짜장'은 오징어, 새우, 해삼 등 해산물과 돼지고기, 양파, 배추, 양배추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가 푸짐하다. 해산물의 고들고들 씹히는 맛도 일품이거니와 양념이 잘 베인 면발도 부드럽다. 특히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듯 칼칼한 소스는 개운한 뒷맛을 남긴다.
이 집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화교 집안이다. 주인 윤가빈씨(64)의 부친(작고)이 중국 산동성에서 건너와 전주에 터를 잡았고 '홍콩반점'이라는 상호만으로 40년 이상 문을 열었다. 지금은 윤씨의 아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가업을 잇고 있다.
윤씨에 따르면 물짜장 역시 부친이 처음 개발한 메뉴라고 한다. 맨날 자장면만 먹으니 물려서 간장소스를 만들어 면을 비벼 보니 먹을 만했다는 것. 이를 본 손님들이 메뉴로 내놓으라고 졸라, '물짜장'이 탄생하게 됐다.
"전주 중식당에서는 흔하게 물짜장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고추가루를 넣어 벌겋지요. 선친께서 처음 만든 오리지널 물짜장은 색깔이 누르스름하고 맛이 순합니다. 이게 원조의 맛입니다."
홍콩반점의 물짜장은 몇가지 조리 포인트가 있다. 우선 면이 유독 부드럽고 색깔 또한 노란 빛깔을 띠지 않는다. 면반죽에 식용소다를 넣는 대신 '면짱'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옛맛을 고수하고자 하는 윤가빈씨의 요리 원칙 때문인데, 따라서 삶고 5분이 지나면 면이 퍼지고 만다. 또 해물을 미리 볶아 비린내를 막고, 설탕 사용 또한 자제해 자장면 본래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윤씨는 물짜장을 양파, 김치와 함께 곁들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 집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는 탕수육. 유과처럼 부드럽고 바삭한 튀김옷이며, 부드러운 육질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가 있다. 특히 소스가 지나치게 달지 않아 질리지도 않는다. 케찹이나 파인애플 등 달달한 맛을 내는 재료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삼선물짜장 6000원, 물짜장 4500원, 탕수육 1만2000~1만5000원, 자장면 4000원. (063)284-2024�D
▶가는 길=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2가 17-3
5분 기다려서 먹는 2500원짜리 별미 35년 손맛…신선함 속 면발 부드러워 |
③ 즉석짜장<요리왕>
전주에는 5분을 기다려 먹는 별미 자장면이 있다. '즉석짜장'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자장면의 경우 주문 후 2~3분이면 나오는데, 이 집은 좀 더 시간이 걸린다. 자장면 집에서 5분이란 약간 지루한 감이 든다. 하지만 옛 맛을 맛볼 수 있다면 2분 정도의 투자는 아깝지가 않다. 전주시 중노송동 병무청 인근 '작은도서관' 맞은편에 자리한 작고 허름한 중식당 '요리왕'이 바로 그런 집이다. 일단 손님이 와서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춘장과 야채-고기를 함께 볶아 내놓는다. 때문에 아삭한 야채며, 전반적으로 신선함이 느껴지는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고소함 속에 살아 있는 듯한 맛이랄까. 보통 '자장면'의 느끼함보다는 춘장의 향이며, 은근히 베어 있는 대파향이 식감을 돌게 한다. 매번 즉석에서 소스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간짜장과는 또다른 맛으로 질감이 부드럽다. 35년 경력의 안상훈 사장(48)은 정통 자장면의 맛을 고수하기 위해 돈지(정제된 중식조리용 돼지기름)를 살짝 사용한다.
"우리 집에서 쓰는 것은 잘 정제된 중식요리 전문 '돈지' 입니다. 역시 춘장은 돼지기름에 달달 볶아주는 게 제 맛입니다. 그래야 춘장의 떫은맛이 사라지고 고소해지거든요. 대신 화학조미료며, 몸에 안 좋은 식재료를 자제하고, 늘 새로 볶아드리니 '신선하다'며 좋아들 하십니다."
면발도 쫄깃 부드럽다. 예전에는 직접 수타면을 뽑아 사용했다.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하는 게 만만치 않아 지금은 기계면을 쓴다. 반죽에 약간의 식용소다를 넣으니 면발도 부드럽다. 옛날짜장맛을 낸다는 즉석짜장 또한 조리법이 별 다를 바는 없다. 단, 이 집은 숙성된 춘장을 사용하며, 춘장을 돈지에 볶아 고소함을 더한다. 돼지고기를 볶다가 양파, 양배추, 대파, 호박 등의 야채를 함께 넣고 볶아준다. 야채가 익을 즈음 볶아둔 춘장을 추가해 다시 한 번 볶는다. 손님 상에는 면따로 짜장따로 마치 간짜장 처럼 내놓는다. 이 곳에서만 10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안씨는 요식업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손님의 입맛을 충족 시켜 주는데 편법이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쌈빡한 맛을 내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단골 중심의 중소도시 영업은 그게 아니거든요. 특히 여기가 어딥니까. 전주 사람들한테는 통하지 않습니다."
즉석짜장(자장면) 2500원. 쟁반짜장에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볶아 웃기로 올려놓은 돼지고기 짜장(4000원)도 이 집의 별미. 매콤새콤한 깐풍육(2만5000원)도 맛있다. (063)285-2199
▶가는 길=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155-23
다양한 야채-해물…맛-포만감 절로 짬뽕-멸치육수 어우러져 매콤-고소 |
전주 음식의 푸짐함을 느낄 수 있는 자장면이 있다. '뚝배기 짜장'이 바로 그것으로 맛과 푸짐함에 포만감이 절로 든다. 다양한 야채와 해물을 듬뿍 넣고 볶아낸 뜨끈한 자장면 한 그릇이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전주 중앙중학교 오거리에 위치한 '한성원'은 전주 미식가들 사이 '뚝배기 짜장'으로 유명하다. 이 집의 주방장이자 40년 경력의 중국 요리 전문가 한병옥(64)씨가 수년 전 직접 개발해 선보인 별미이다. "어디를 가나 짜장면이 똑같잖아요. 그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해봤지요,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짜장, 그것이 뚝배기짜장이지요."
여느 자장면과의 차이점이라면 재료부터가 듬뿍 들어간다는 점. 돼지고기와 감자, 호박, 양파 등을 넣고 볶은 짜장소스는 기본. 여기에 파프리카, 피망,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당근, 고추, 오이, 사과 등 다양한 야채가 동원된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 새우, 조갯살 등이 들어간 짬뽕육수와 멸치육수가 더해진다. 커다란 팬에 멸치육수와 짬뽕육수, 야채, 자장소스, 그리고 삶은 면을 넣고 센 불에 볶아 준다. 이 과정에서 고소한 자장소스와 돼지고기, 야채, 그리고 짬뽕의 해물과 얼큰한 육수가 함께 어우러져 매콤 고소한 자장면이 탄생된다. 이를 뚝배기에 담아내면 그만이다. 영양 밸런스도 갖춰진데다 양도 뚝배기로 한 가득이고 보니 4500원에 푸짐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일반 자장면은 3500원. (063)254-0002
▶가는 길=전주시 중앙동 5거리 (063-254-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