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개성이 중요한 요즘 맛집 '풍월'

2010. 6. 2. 09:05게시판

 
맛보다 개성이 중요한 요즘 맛집 '풍월'
 
한은경  미친공주 님의 블로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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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만한 유명한 오꼬노미야끼 집 '풍월(후게츠)'. 이 집 역시도 찾아가면 대기표를 받아 줄을 서야 하는 대표적인 맛집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 집이 맛집으로 급부상한 비결을 곰곰히 따져보면 맛보다는 개성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대체 이 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는 이유를 파헤쳐 보자,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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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집스럽지 않은 위치에 있는 풍월이다. 대개의 맛집들은 1층이나 단층, 혹은 단독채인데 빌딩 2층에 자리잡은 맛집이라니.. 홍대 주차장 길에서 상수역 방향 쪽. 우연히 연휴날 낮에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은 곳에 단지 오꼬노미야끼가 먹고 싶다는 일념으로 발을 들였던 곳이었다. (오꼬노미야끼란, 일본식 빈대떡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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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풍월이라는 하늘거리는 천이 맞아 준다... 혹은 바글거리는 대기자들이 맞아 줄런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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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테이블마다 준비된 철판이다. 모든 테이블이 칸막이로 막혀 있어서 독립 공간이 보장되며, 테이블마다 철판이 있기 때문에 색다르다. 그리고 이 철판 하나가 일반 오꼬노미야끼 집과 다른 개성을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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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준비된 커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해야하나? 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긴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사실 모든 요리는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그저 잘라 먹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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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메뉴를 보자.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곳에 왔으니 오꼬노미야끼를 먹어야 한다. 토핑을 먼저 고른다. 내 입맛엔 새우, 돼지고기 토핑이 딱! 토핑을 고르고나서 보면 가격이 두개이다. 오꼬노미야끼는 면이 들어간 것과 들어가지 않은 것 두개로 나뉘는데 오른쪽의 면이 들어간 것이 약간 더 비싸다. 내 개인적인 입맛도 면 없이 양배추가 더 좋다는 쪽. 이렇게 새우 돼지 오꼬노미야끼(11,000원)를 하나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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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꼬노미야끼는 조리가 되는 데 꽤 오래 걸리고, 또 추가 주문도 할 수 없다는 것(대기자가 많은 경우)을 명심하자. 그렇다면 가볍고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더불어 하나 시키면 좋다. 야끼소바(볶음우동)가 가장 무난한 선택일 수 있겠다. 나는 지난번에 야끼소바를 맛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김치 돈뻬이야끼(7,000원)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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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김치 돈뻬이야끼(7,000원)이다. 야끼소바와 마찬가지로 주문하고 금방 조리되어 완성품이 나온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계란으로 말아 가쓰오부시를 얹은 것이다. 철판에 얹어주면 한 조각씩 접시에 얹어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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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오기 때문에 좋긴 한데.. 추천하기에는 여러가지 불만 요소가 있다. 소스가 너무 많고 김치와 돼지고기가 어째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이것은 퓨전으로 만들어진 요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야끼소바가 낫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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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꼬노미야끼는 철판이 달궈지면 직원이 와서 직접 내용물을 섞는다. 전광석화 같은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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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탐스러운 모양새로 셋팅을 해준다. 바로 앞에서 요리가 되는 모습을 보면 눈이 즐겁다. 물론 그만큼 기다림의 고통도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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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돼지고기와 탱탱한 새우들이 들여다 보인다. 재료는 꽤나 신선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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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양배추가 익으면 종업원이 와서 가쓰오부시를 뿌리고 뒤집어 준다. 옆에서 야끼소바나 돈뻬이야끼 등을 먹으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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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익은 오꼬노미야끼에는 마요네즈와 오꼬노미야끼 소스를 발라준다. 소스를 바르기 전에 마요네즈 괜찮냐고 물어보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나는 마요네즈 광이 아니라서 조금만 발라달라고 부탁을 했다. 제대로 바르면 더 또렷한 소용돌이 무늬로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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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이 되면 원하는 만큼의 아오노리를 뿌려서 먹으면 된다. 파래 가루인데 짭짤한 맛을 내어 내가 매우 좋아하는 조미료(?)이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아오노리와 오꼬노미 소스가 따로 비치되어 있어 원하는 만큼 뿌려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스 광에게는 더없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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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를 원껏 뿌리면 앞에 있던 커터로 조각조각 잘라 먹으면 된다. 잘라진 모양새가 과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양배추와 소스의 맛, 그리고 눈 앞에서 조리된 것을 먹는 특별함까지 더하면 더없는 특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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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꼭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오꼬노미야끼 + 맥주의 궁합. 시원한 아사히 생맥주 한잔과 곁들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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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 본토에서 오꼬노미야끼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맛이 이렇다 저렇다 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오꼬노미야끼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같이 정확한 맛을 모르더라도 오꼬노미야끼가 가진 양배추와 소스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눈 앞의 철판에서 조리되는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깔끔한 조리 방식이나 다른 테이블과의 독립성은 소개팅이나 데이트 등에도 꽤 선호될만한 개성적인 요소일 것이다.

 

홍대점을 방문했지만 명동과 강남에도 지점이 있다. 추천을 하자면 사람이 붐비지 않을 것 같은 시간대를 찾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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