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우리 소경대왕*께서는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뭇사람을 구제하는 어진 마음을 베푸는 데에 미루어서 의학에 마음을 두고 백성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셨다. 일찍이 병신년(1596, 선조29)에 태의 허준을 불러 다음과 같이 하교하셨다. “근래 중국의 의약서를 보니 모두 대충 뽑아 엮은 것들이라 평범하고 자질구레하여 볼만한 것이 없다. 그대가 여러 의약서를 두루 모아 하나의 책을 편집하도록 하라. 그리고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섭을 잘하지 못한 데서 생기니, 몸을 닦고 기르는 것이 먼저이고 약물과 침은 그다음이다. 여러 의약서는 매우 방대하고 번잡하니 요점을 골라내는 데 힘써야 한다. 궁벽 진 시골 마을에는 의술과 약이 없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토산 약품이 많이 생산되는데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그대는 약초를 분류하면서 토산 약품의 이름까지 함께 적어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 허준이 물러나 유의 정작과 태의 양예수ㆍ김응탁ㆍ이명원ㆍ정예남 등과 더불어 담당 국(局)을 설치하고 책을 편찬하니, 중요한 내용이 대략 갖추어졌다.
*소경대왕 : 선조 임금으로, 소경(昭敬)은 시호이다.
[원문]
我昭敬大王, 以理身之法, 推濟衆之仁, 留心醫學, 軫念民瘼. 嘗於丙申年間, 召太醫臣許浚敎曰, “近見中朝方書, 皆是抄集, 庸𤨏不足觀 爾宜裒聚諸方, 輯成一書. 且人之疾病, 皆生於不善調攝, 修養爲先, 藥石次之. 諸方浩繁, 務擇其要. 窮村僻巷, 無醫藥而夭折者多, 我國鄕藥, 多産而人不能知. 爾宜分類並書鄕名, 使民易知.” 浚退與儒醫鄭碏, 太醫楊禮壽, 金應鐸, 李命源, 鄭禮男等, 設局撰集, 略成肯綮. - 이정귀(李廷龜, 1564~1635), 『월사집(月沙集)』 권39 「동의보감 서문[東醫寶鑑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