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9. 07:42ㆍ게시판
[조용헌 살롱] [1198] 호남의 名村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명촌의 조건은
첫째 풍수가 좋아야 한다.
둘째는 인물이 그 동네에서 배출된 경우이다.
셋째는 먹고살기에 좋은 환경이어야만 한다.
호남에서 전통적으로 꼽아온 3대 명촌이 있다. 우선, 전남 영암군의 구림(鳩林) 마을이다. 삼국시대부터 형성된 마을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수석처럼 보이는 월출산(月出山). 이 산의 기운이 흘러와 구림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바로 주지봉(朱芝峰)이다. 이 주지봉이 아주 훌륭한 문필봉의 모양이다. 구림마을의 내로라하는 집들은 보통 남향이 아니고 동향으로 되어 있다. 동쪽에 있는 이 주지봉을 바라보고 지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학문을 전수해준 왕인 박사, 풍수의 원조 도선 국사, 왕건의 브레인을 했던 최지몽이 모두 이 구림마을 출신이다.
나주 금성산 아래에 있는 금안동(金鞍洞)도 손꼽는 동네이다. 금성산 자락이 좌청룡·우백호처럼 각기 두 겹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멀리는 영산강이 동네 앞으로 흘러간다. 금안동은 그 안에 12개 마을이 있었을 정도로 터도 넓었고 사람도 많이 살았다. 금안동의 장점은 동네 앞으로 문전옥답이 넓게 널려 있어서 먹고살기에 풍족한 동네라는 점이다. 고려 충렬왕 때 이 동네 출신 정가신(鄭可臣)이 원나라 조정에서 고위 벼슬을 하였고, 귀국할 때 원나라 황제가 선물한 '황금 말안장(金鞍)'을 동네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신숙주가 태어난 동네이기도 하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의 원촌마을도 명당으로 소문난 동네이다. 동네 중심에는 최치원을 모셔 놓은 무성서원(武城書院)이 있다. 이 동네는 동네 앞을 흐르는 냇물과 동네 앞에 바라다보이는 안산(案山)이 훌륭하다. 우선 냇물이 두 겹으로 흐른다. 동네 바로 집 앞으로는 필수(泌水)라는 작은 개천이 감아 돌아 나간다. 물이 맑아서 여름에는 집집마다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할 수 있었던 물이다. 동네 앞으로는 필수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고운천(孤雲川)이 동네를 감아 흐른다. 물이 동네 앞을 두 겹으로 감아 흐른다는 것은 이중으로 동 네 기운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된다. 더군다나 물이 흐르는 방향도 서출동류(西出東流)이다. '서출동류는 똥물도 약이 된다'고 할 정도로 상서로운 방향의 물로 여긴다. 동네 앞으로 포진한 안산들도 첩첩이라 두텁게 본다. 광해군 때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인물들인 칠광십현(七狂十賢)이 유명하다. 상춘곡(賞春曲)의 저자 정극인(丁克仁)도 이 동네에서 살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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