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은이·심수봉 노래에 아재들이 푹 빠졌어요~♪

2019. 7. 6. 13:38게시판

혜은이·심수봉 노래에 아재들이 푹 빠졌어요~


조선일보 인천=조유미 기자


'유튜브 트로트 요정' 요요미중학생 때부터 가수하겠다 결심

"인생의 알게 된 나이대 분들, 절 보며 젊은 시절 그리워하는 듯

  

한 청년이 순두부찌개 집에서 앳된 외모의 또래 여성에게 다가왔다. "같이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여성이 일어나 옆으로 가자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말고, 아버지랑." 뒤에 선 중년 남성이 멋쩍게 웃었다. 지난 3일 만난 트로트 가수 요요미(25·본명 박연아)"식당에 가면 절 알아본 '삼촌' '아빠' 팬들이 밥 많이 먹고 살 팍팍 찌라고 건강 걱정을 해 주신다"며 방긋 웃었다.

 


지난 3일 인천 중구의 연습실에서 트로트 가수 요요미가 유튜브 커버송 촬영을 할 때 쓰는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제가 측면을 보고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건 옆얼굴이 더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박상훈 기자


'중통령(중년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요요미는 요즘 '아재'들 사이 인기 폭발인 유튜브 스타다. 지난해 2월 데뷔해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세미트로트곡과 커버송(다른 사람이 발표한 곡을 부르는 것) 영상을 올리고 있다. 새침하게 살짝 입술을 깨무는 표정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혜은이의 '새벽비',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같은 곡을 불러 퇴근 후 적적한 중년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구독자 약 9만명 중 35세 이상 비율이 86%. 이 중 45~54세가 절반을 넘는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트로트를 좋아하게 된 건 아버지 박시원(52)씨 영향이 크다. 그는 30여 년 무명 생활 끝에 지역의 유명 트로트 가수가 됐다. 여섯 살 때부터 아빠 공연을 따라다니던 요요미는 조용필·혜은이 노래를 곧잘 불렀다. "라이브 카페를 하시던 부모님을 도우며 무대에서 마이크도 여러 번 쥐었죠."


중학교 1학년 때 '트로트 가수를 하겠다' 결심했지만 고생길 훤하다고 생각한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과 부산 여행 갔을 때 노래방에서 진지하게 '3한강교' '그때 그 사람'을 들려드렸어요" 며칠을 고민하던 아버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해 봐라."


예명 '요요미(窈瑤美)''구슬처럼 그윽하면서도 아리땁다'는 뜻이다. 인기를 실감한 건 지난 3월 커버송을 올리기 시작한 뒤부터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600여 명이던 구독자가 훌쩍 뛰었다"고 했다. 혜은이 '새벽비' 조회 수는 170만 이상. 영상엔 "혜은이 음색에 김희선의 눈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가 삼촌 마음을 적신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




   한 저축은행 광고에서 혜은이로 분장한 요요미. /SBI저축은행


의상을 고르고 화장하는 일은 직접 한다. "삼촌 팬들이 제게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며 자꾸 패션 잡지를 보내주시는데, 얼핏 촌스러운 모습을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며 미소지었다. 이런 모습 덕에 최근 '레트로(복고)' 분위기의 광고도 찍었다. 혜은이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그대로 따라 했다. "40년 전 젊은 혜은이가 타임머신 타고 온 줄 알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언젠가 혜은이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이 꿈 중 하나다.


사람들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 참가했던 요요미가 경연에서 도대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한다. 예선에서 같은 조인 송가인·홍자와 함께 무대로 나오는 것까진 방송에서 볼 수 있었지만 그다음부터 통편집됐기 때문. "사실은오렌지캬라멜 '아잉'을 선곡하고 '트로트 요정'이라고 자기소개를 했어요." 그런데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박명수가 '자꾸 애교부리면 떨어뜨린다'고 장난스럽게 으름장을 놨다. "너무 붙고 싶은 마음에 얼어버려서 뻣뻣했던 것 같아요. 탈락하긴 했지만 큰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트로트의 '()'을 표현하기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사실 해석을 절반도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잘 모르고 어설프게 부르는 모습을 기특해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인생의 한을 알게 된 나이대 선생님들이 제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