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동천

2009. 1. 2. 21:12게시판

 

 

[조용헌 살롱]

악양동천(岳陽洞天)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옛날 선인(仙人)들은 지리산을 학()에 비유했다. 지리산의 북쪽 면은 백학(白鶴)에 비유했고, 남쪽 면은 청학(靑鶴)에 비유했다. 북은 백학이요, 남은 청학이다. 칠언절구로 표현하면 '남비청학악양면'(南飛靑鶴岳陽面), '북래백학산내면'(北來白鶴山內面)이다. '남쪽으로 날아간 청학은 악양면으로 갔고, 북으로 온 백학은 산내면에 앉았도다.'

지리산권에는 5개 시군(市郡)과 12개면()이 포진하고 있다. 12개 면 가운데 근래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곳은 북쪽의 산내면과 남쪽의 악양면이라고 한다. 산내면에는 10여년 전부터 귀농학교와 대안학교가 세워져서 외지의 젊은 사람들이 100여명 가량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이 낳은 자식들이 커서 벌써 학교에 들어갔다. 이번에 족구대회 할 때 족구 팀이 무려 13곳이나 될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산내면은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이다.

반면에 남쪽의 악양면은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악양면의 인구는 약4000명. 현재 귀농인 ·화가 ·시인 ·소설가 ·단전호흡파 ·백수들이 토착 농민들과 어울려 산다. 10년 전에는 승려들만 해도 300여명 가량 들어와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철수했고, 외지의 낭인과(浪人科)들이 들어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악양면 앞에는 섬진강이 흐른다. 맑은 섬진강 물에는 투망질만 하면 은어도 많고, 먹을 고기도 많다. 뒷산인 지리산에는 온갖 약초가 많다. 두 집 건너 한 집은 차()를 가꿀 정도로 차 밭도 많다. 부지런만 하면 굶어 죽지 않는 동네가 악양이다. 악양 골짜기에는 수백만 평의 너른 들판이 있어서 농사도 많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악양은 이상향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던 비결파들이 마지막으로 회향(回向)하던 곳이었다. '산남강북'(山南江北)으로 이루어진 지역은 양기(陽氣)가 뭉친 명당으로 꼽혔는데, 악양이 이런 형세이다. 이런 지형을 동천(3洞天)이라 부른다. 그래서 악양동천(岳陽洞天)이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 외지의 젊은 사람들이 지리산의 악양면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가보니까 동네가 활기를 띠고 있다. 6인조 '동네밴드'까지 결성될 정도이다. 과연 지리산은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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