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68세의 강원FC '우추리 응원단'…

2009. 11. 12. 08:11게시판

어르신들의 못말리는 축구사랑

평균연령 68세의 강원FC '우추리 응원단'…
선수들에 푸짐한 잔칫상


강원FC도 팬들 찾아가… 봉사활동에 함께 축구도

'강원 FC 양반덜 참이지 고상 많았소야(참 고생 많았습니다)'. 우추리 도배마을(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마을회관 어귀에 플래카드가 걸렸다. 11일 오전 조용했던 이 시골 마을에 대형 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 강원 FC의 최순호 감독과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마을회관으로 마중나온 할머니들은 "우리 귀여운 까이용(외국인 선수) 왔네. (윤)준하는 인물이 훤하다"며 흥겨워했다. 이날은 우추리(법정 지명 위촌리) 주민들이 강원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잔칫날. 메뉴는 선수들의 기력 보충을 위한 염소탕이었다. 마을주민 황백현(60)씨는 "어제 염소 네 마리를 잡았다. 1년 내내 애쓴 우리 선수들을 초대해 마음껏 먹이고 싶었다"고 했다.

프로 구단이 팬들을 위해 각종 행사를 여는 경우는 흔하지만, 작은 마을이 구단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는 경우는 유례가 드문 일이다. 강원 FC와 우추리 주민 사이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주고받는 사랑

떡메를 내리치는 최순호 감독의 모습에 모두들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우추리 주민들의 잔치 대접을 받은 프로축구 강원 FC는‘지역 교감 마케팅’의 모범 사례다./강원FC 제공
평균 연령이 68세인 '우추리 어르신 응원단'은 추석 연휴에 열린 경기를 빼고 올해 강원의 홈 경기에 '개근'했다. 주민들이 마을의 단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작년 10월 강원 FC 도민주 청약 공모에 16가구가 4주(1주당 5000원)씩 참여하면서 축구 바람이 불었다. 시즌 최종전인 지난 1일 제주전엔 어르신 49명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가 원정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87세로 도배마을 최고령 팬인 권태남 할머니는 "응원할 팀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며 축구 사랑을 뽐냈다.

이번 시즌 강원 FC는 도민들의 축구 열기에 감격했다. K리그 경기당 1만4787명을 동원하며, 스타들이 즐비한 수원(1만8583명)과 서울(1만6779명)에 이어 15개 구단 중 관중 3위를 기록했다.

이는 강원 FC가 먼저 팬들을 찾아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이었다. 강원은 전지훈련부터 '지역 밀착'의 기회로 삼았다. 작년 겨울 강릉·삼척·속초·동해 등을 돌았고, 지난여름엔 춘천·양구·화천·태백 등을 순회하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사랑의 집 짓기(6월)', '사랑의 일일찻집(7월)' 같은 활동에 이어 다음 달엔 태백에서 연탄 배달을 할 예정이다. '축구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최순호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수시로 조기축구회에 참가해 주민들과 공을 차며 친밀감을 쌓았다. 강원 FC 김원동 사장은 "팬이 없으면 축구도 없다. 도민들에게 강원이 진정한 '우리 팀'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리보다는 재미

강원의 K리그 성적은 15개 팀 중 13위(7승7무14패·승점 28). 그래도 많은 팬은 강원 축구에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골이 많이 터졌다. 강원은 K리그 정규리그에서 42골(4위)을 터뜨렸고, 57골(15위)을 허용했다. 쉴 새 없이 상대와 치고받으며 박진감 있는 축구를 한 덕분에 설령 지더라도 인기는 만점이었다. 쓸데없는 파울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장면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불필요한 파울을 한 선수에겐 3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올해 벌금을 낸 선수는 10명. 강원은 정규리그에서 파울(304)과 경고(30), 퇴장(0) 횟수가 가장 적었다. 최순호 감독은 "이제는 '이기면 끝'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며 "강원 FC가 있어 행복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년엔 더 많은 팬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K리그 전체가 강원 FC에서 배울 점이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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