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구단이 팬들을 위해 각종 행사를 여는 경우는 흔하지만, 작은 마을이 구단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는 경우는 유례가 드문 일이다. 강원 FC와 우추리 주민 사이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주고받는 사랑
- ▲ 떡메를 내리치는 최순호 감독의 모습에 모두들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우추리 주민들의 잔치 대접을 받은 프로축구 강원 FC는‘지역 교감 마케팅’의 모범 사례다./강원FC 제공
이번 시즌 강원 FC는 도민들의 축구 열기에 감격했다. K리그 경기당 1만4787명을 동원하며, 스타들이 즐비한 수원(1만8583명)과 서울(1만6779명)에 이어 15개 구단 중 관중 3위를 기록했다.
이는 강원 FC가 먼저 팬들을 찾아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이었다. 강원은 전지훈련부터 '지역 밀착'의 기회로 삼았다. 작년 겨울 강릉·삼척·속초·동해 등을 돌았고, 지난여름엔 춘천·양구·화천·태백 등을 순회하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사랑의 집 짓기(6월)', '사랑의 일일찻집(7월)' 같은 활동에 이어 다음 달엔 태백에서 연탄 배달을 할 예정이다. '축구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최순호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수시로 조기축구회에 참가해 주민들과 공을 차며 친밀감을 쌓았다. 강원 FC 김원동 사장은 "팬이 없으면 축구도 없다. 도민들에게 강원이 진정한 '우리 팀'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리보다는 재미
강원의 K리그 성적은 15개 팀 중 13위(7승7무14패·승점 28). 그래도 많은 팬은 강원 축구에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골이 많이 터졌다. 강원은 K리그 정규리그에서 42골(4위)을 터뜨렸고, 57골(15위)을 허용했다. 쉴 새 없이 상대와 치고받으며 박진감 있는 축구를 한 덕분에 설령 지더라도 인기는 만점이었다. 쓸데없는 파울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장면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불필요한 파울을 한 선수에겐 3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올해 벌금을 낸 선수는 10명. 강원은 정규리그에서 파울(304)과 경고(30), 퇴장(0) 횟수가 가장 적었다. 최순호 감독은 "이제는 '이기면 끝'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며 "강원 FC가 있어 행복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년엔 더 많은 팬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K리그 전체가 강원 FC에서 배울 점이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