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바야흐르, 산에 들에 진달래피고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다니는, 연애하기 좋은 계절 ‘봄’이 오셨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겨우내 바들바들 떨며 다가오는 봄만은 혼자 보내지 않겠다고, 연애를 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 주변을 돌아보는 솔로의 심정은 그러나 암담하다. 눈 씻고 봐도 연애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 내가 이토록 어장관리에 게을렀었나, 자못 일에만 바빴던 자신의 삶이 한탄스럽다. 차라리 떼돈이라도 벌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을 것을.
주변을 수소문 해 간신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만나’ 보라는 이와의 약속을 잡았다면, 어떤 사람일까 기대하게 되겠지만 이 대목에서 잠시 한 템포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겠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는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만 하고 있기 보다는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있는 편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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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철학은 나~중에 어필해도 괜찮아요 |
1. 최민수씨 아니세요?
“가죽 재킷에, 비(정지훈)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 시절 매고 다니던 왕벨트, 말굽 구두에 머리를 젤로 바짝 빗어 넘긴 그에게 왜 머리에 두건은 안쓰고 나왔냐고 묻고 싶었어요” 2년 전, 남친과 헤어진 후 1달 동안 바짝 소개팅에 열을 올렸다는 T의 말이다.
한 달 동안 여덟 번이나 진행 된 소개팅 끝 물 등장한 그는 마치 홍대 언저리에서 할리데이비슨을 모는 ‘오퐈들’의 행색으로 나타났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만큼 철없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전형적 마초끼가 다분해 보이는 그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나름 신경을 쓴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 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신경쓴티가 난다거나 독특한 패션으로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옛말에 과유가 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2. 말을 편하게 하랬다고 그렇게 금세...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면, "말씀 편하게 하세요"라는 형식적인 말을 꼭 하게 된다. '상대방의 성격이 너무 좋아보여서, 그래도 될 것 같아서, 말을 놔야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첫 만남에서 말을 놓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처사다.
화통한 성격으로 소개팅만 나갔다하면 상대방과 '베프'를 결의한다는 Y는 말한다. "상대방 나이가 좀 많아서, 말 놓아도 되냐길래 그러라했는데, 바로 '야' '너' 하는데 썩 듣기 좋지는 않았어요. 언제봤다고 이름 막 부르는 것도 별로였고, 가까워지긴 커녕 더 거리감 느껴지던데요."
존댓말도 존댓말이지만, 집에가는 길에 "잘 들어가고 있어? 오늘 재밌었어~ 또 보자~ ㅋㅋ"식의 문자라도 보냈다면 그 또한 곤란하다. 'ㅋㅋㅋ' 등의 가벼워보이는 PC언어는 친구들한테나 실컷 써도 충분하다.
3. 핸드폰이 그렇게 좋으면 핸드폰이랑 사귀지
평소 핸드폰과의 친분에는 거리가 먼 P, 스마트폰이네 어플이 어쩌네 해도 전화나 문자기능은 도통 쓸 일이 없는 P의 앞에 앉은 그녀는 소개팅 내내 문자질에 바빴다. "뭐 바쁜 일이 있나봐요"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친구들이 오늘 소개팅하는 거 알고 계속 연락이 오네요"라는 궁색한 대답이다. 연락이 오면 대충 대답하고 끊지, 대체 무슨 얘길 주고 받는지 그녀의 문자질은 쉽게 끊이지 않았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지 않은 이상, 사람을 앞에 두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것은 상당한 실례다. 정 급하면 전화로 얼른 끝내시던지, 아님 그냥 나가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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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이기에 망정이지 신촌 현대백화점 앞이면 어쩔.............. | 4. 드렁큰JS
취했다고 쓰고 진상이라고 읽는다. 첫 만남의 분위기가 어색해서 술잔을 들었는데, 그 술이 맛있다고 홀짝 홀짝 마시다보니 정신없이 취해 어떻게 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다는 고백을 하는 S. 술이 깨고 '아.. 오늘도 망했구나'를 예감했다고.
설마 소개팅 나가서 취하는 사람이 있겠어? 싶겠지만 의외로 그런 이들이 상당히 많다. 소개팅엔 도가 텄다는, 누가 자기한테 소개팅 자격증이라도 줘야한다는 B의 독백이다. "인사하고 딱 5분이면 싸이즈 나오지... 얘랑 되겠다, 안되겠다. 그 날은 안되겠다 싶어 아예 술이나 펐지... 그쪽도 열심히 술 푸더라고."
5.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이는 취미 '돈 밖에 몰라서..'
소개팅에서 오고가는 뻔한 질문 '취미는 뭐예요'의 항목에 물론 모범답안은 없다. 하지만 자기의 평소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홀랑 보여 줄 필요는 없다. "취미요? 별 거 없어요. 게임? 당구? 쉬는 날은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쉬는날엔 주로 쇼핑하구요. 인터넷으로도...주로 쇼핑하구요. 여유있으면... 쇼핑하구요"
평소에 책은 보지도 않으면서 "취미는 고상한 독서예요"라고 말하라는건 아니다. 적어도 상대방이 '저건 뭔가요'라는 소리는 안하게 하란 말이다. 얼마 전, 친구에게 조건이라면 남부럽지 않다는 한 남자를 소개받은 K의 증언이다.
"취미가 책 읽는거래요. 경제, 주식관련 책을 주로 읽는다고.. 그 쪽에 관심 많냐고 했더니 정확한 취미는 돈 버는 거라나... 돈 버느라 바빠서 영화보거나 하는 취미 생활은 잘 못한다고. 그럴 시간에 돈 더 벌 궁리한다고.....솔직히 돈 싫어하는 사람 어딨냐는데.. 뭐 맞는 말이긴 한데 난 차라리 돈에 덜 관심있고 다른 취미 생활하는 사람이랑 연애하는게 더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사진=포토야넷,가십걸,지붕뚫고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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