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찬일·요리사
"큰솥을 준비하세요."
파스타 맛있게 삶는 법을 묻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친구, 장난하는 거야? 뭐 이렇게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무좀퇴치법이나 바캉스 대비 2주 다이어트법보다 훨씬 간단하지 않은가. 그저 시장의 그릇가게에 가거나 어머니가 물려준 곰솥을 다용도실에서 꺼내는 순간, 당신의 파스타는 맛있어진다. '파스타 따위를 만드는 데 곰솥까지야' 하실 분들도 있겠다. 그런데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집에서 만드는 파스타가 실패하는 건 맛없는 인스턴트 소스 탓이 아니다. 라면 두어 개 겨우 끓일 냄비에 스파게티 3, 4인분을 우겨넣는 당신의 쇠고집 때문이다.
파스타는 수분이 거의 없어 매우 딱딱하다. 자존심 강한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끓는 물 속에서도 한동안 꼿꼿하게 버틴다. 삼층밥만 있는 게 아니다. 스파게티도 딱 그런 꼴이 된다. 일찍 물에 잠긴 부위는 푹 익고, 나중에 들어간 부위는 설익는다. 불은 세게 올렸으니 냄비 밖으로 삐져나온 스파게티에 불이 붙는다. 허겁지겁 억지로 냄비 안으로 밀어 넣다 보니 스파게티가 부러진다. 냄비의 물은 잔뜩 넣은 스파게티 때문에 온도가 떨어져 언제 다시 끓어오를지 알 수 없다. 스파게티의 반신욕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잘못 삶은 스파게티로 맛있는 파스타가 될 리 만무하다. '원래 집에서 해먹으면 맛이 없는 법이야'라고 자신을 위로하거나 엉터리 레시피를 펴낸 박찬일 같은 삼류 요리사를 욕하게 된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실력에 자비를 베풀지 마시라. 오직 냉큼 다용도실 선반에 가지 않은 까닭이 아니던가.
국수나 냉면 잘 삶는 명물 집의 비결은 부엌에 있다. 무엇이 보이시는지. 펄펄 끓는 가마솥? 빙고! 나의 이탈리아식당 부엌에도 재산목록 1호는 파스타 솥이다. 무인도에 홀로 버려질 때 딱 한 가지 소원을 허락한다면 애인 대신 파스타 솥을 선택한다는 이탈리아인들처럼 말이다. 바닥이 로마병정의 방패처럼 두껍고, 증기기관처럼 김을 푹푹 내뿜는 솥이 바로 이탈리아 파스타 맛의 비결이다. 관광버스로 한 차쯤 손님이 들이닥쳐도 너끈히 파스타를 삶을 것 같은 그런 솥이다.
파스타를 잘 삶으려면 큰 솥에 물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1인분에 1L가 기본이다. 여기에 천일염 한 큰술로 간을 한다. 소금이 풀리면 간을 보시라. 바닷물의 짠맛, 딱 그 염도다. 좋은 소금은 솥만큼이나 중요하다.
이탈리아는 오래전부터 최고의 소금으로 유명했다. 베네치아가 좋은 소금 무역권을 독점하면서 번영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 반도는 질 좋은 천일염이 많이 났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나의 스승은 질 나쁜 소금은 절대 솥에 넣지 못하게 했다. 달면서 부드럽고, 쓴맛이 나지 않는 그런 소금을 찾았다. 우리의 소금도 이탈리아 못지않게 세계적이다. 서해안의 천일염, 기왕이면 미네랄이 풍부한 토판염이나 바닷물을 끓여 독성을 없앤 자염을 고르시라. 곰솥에 끓는 물, 그리고 한 숟갈의 최고의 소금. 이것이 나의 비밀 파스타 레시피의 첫 번째 덕목이다.
파스타 맛있게 삶는 법을 묻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친구, 장난하는 거야? 뭐 이렇게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무좀퇴치법이나 바캉스 대비 2주 다이어트법보다 훨씬 간단하지 않은가. 그저 시장의 그릇가게에 가거나 어머니가 물려준 곰솥을 다용도실에서 꺼내는 순간, 당신의 파스타는 맛있어진다. '파스타 따위를 만드는 데 곰솥까지야' 하실 분들도 있겠다. 그런데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집에서 만드는 파스타가 실패하는 건 맛없는 인스턴트 소스 탓이 아니다. 라면 두어 개 겨우 끓일 냄비에 스파게티 3, 4인분을 우겨넣는 당신의 쇠고집 때문이다.
파스타는 수분이 거의 없어 매우 딱딱하다. 자존심 강한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끓는 물 속에서도 한동안 꼿꼿하게 버틴다. 삼층밥만 있는 게 아니다. 스파게티도 딱 그런 꼴이 된다. 일찍 물에 잠긴 부위는 푹 익고, 나중에 들어간 부위는 설익는다. 불은 세게 올렸으니 냄비 밖으로 삐져나온 스파게티에 불이 붙는다. 허겁지겁 억지로 냄비 안으로 밀어 넣다 보니 스파게티가 부러진다. 냄비의 물은 잔뜩 넣은 스파게티 때문에 온도가 떨어져 언제 다시 끓어오를지 알 수 없다. 스파게티의 반신욕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잘못 삶은 스파게티로 맛있는 파스타가 될 리 만무하다. '원래 집에서 해먹으면 맛이 없는 법이야'라고 자신을 위로하거나 엉터리 레시피를 펴낸 박찬일 같은 삼류 요리사를 욕하게 된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실력에 자비를 베풀지 마시라. 오직 냉큼 다용도실 선반에 가지 않은 까닭이 아니던가.
국수나 냉면 잘 삶는 명물 집의 비결은 부엌에 있다. 무엇이 보이시는지. 펄펄 끓는 가마솥? 빙고! 나의 이탈리아식당 부엌에도 재산목록 1호는 파스타 솥이다. 무인도에 홀로 버려질 때 딱 한 가지 소원을 허락한다면 애인 대신 파스타 솥을 선택한다는 이탈리아인들처럼 말이다. 바닥이 로마병정의 방패처럼 두껍고, 증기기관처럼 김을 푹푹 내뿜는 솥이 바로 이탈리아 파스타 맛의 비결이다. 관광버스로 한 차쯤 손님이 들이닥쳐도 너끈히 파스타를 삶을 것 같은 그런 솥이다.
파스타를 잘 삶으려면 큰 솥에 물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1인분에 1L가 기본이다. 여기에 천일염 한 큰술로 간을 한다. 소금이 풀리면 간을 보시라. 바닷물의 짠맛, 딱 그 염도다. 좋은 소금은 솥만큼이나 중요하다.
이탈리아는 오래전부터 최고의 소금으로 유명했다. 베네치아가 좋은 소금 무역권을 독점하면서 번영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삼면이 바다인 이탈리아 반도는 질 좋은 천일염이 많이 났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나의 스승은 질 나쁜 소금은 절대 솥에 넣지 못하게 했다. 달면서 부드럽고, 쓴맛이 나지 않는 그런 소금을 찾았다. 우리의 소금도 이탈리아 못지않게 세계적이다. 서해안의 천일염, 기왕이면 미네랄이 풍부한 토판염이나 바닷물을 끓여 독성을 없앤 자염을 고르시라. 곰솥에 끓는 물, 그리고 한 숟갈의 최고의 소금. 이것이 나의 비밀 파스타 레시피의 첫 번째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