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이러한 이념의 대전환이 갑자기 왜 왔는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변신 이후 소리 높여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 '친서민'이다 보니 아마도 시장주의가 서민을 위하기에 적합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만일 MB가 서민을 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서민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를 지지한 모든 시장주의자들에게는 참 실망스러운 일이다. 만일 그랬다면 MB는 애초부터 보수를 표방하지도, 시장주의를 옹호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시장주의'란 가진 자들을 더 옹호하고 대기업을 편애하며 따뜻한 배려보다는 처절한 경쟁만을 두둔하는 냉혈한의 피인가? 그렇지 않다. '시장주의'도 진보에 못지않게 가난한 자를 마음 아파하며 약자를 생각하는 이념이다. 다만 그들을 돕고 배려하는 방법론에서 진보와 중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진보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약자를 도와주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보수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그들을 도와주기를 선호한다. 즉 일자리를 통해 도움을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서민에게 가장 큰 복지는 정부가 몇 푼씩 던져주는 구호금·공공사업근로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기업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을 키우자는 것이다. 기업 자체, 혹은 이미 충분히 부자인 대주주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주고 그들이 간섭 없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떡을 키우게 하면 그것이 바로 일자리로 연결되고 그것이 서민에게도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바로 '시장주의'의 근본이념이다.
또 정부가 서민을 직접 도와주는 것은 대부분 큰 폐해가 뒤따르게 되어 있다. 그것은 정부 지출을 대폭 늘리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나랏빚으로 연결된다. 지금 유럽의 선진국들이 거의 예외 없이 겪고 있는 어지러운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시장주의자들은 서민을 도우는 데 가능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지 말자는 것이다. 대신 기업이 나설 수 있게, 기업을 키워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위해서는 매우 강하게 개입하나 사업의 방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간에 맡겨 두는 정부이다. 정부가 더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않는 정부이다.
MB가 갑자기 '중도 실용', '친서민'을 외치는 것을 보고 적어도 표면적으로 이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고 느끼고 있다. MB가 자신의 이념적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인기 영합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이념이 확실한 사람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 대표적 예이다. MB의 이념적 혼란은 많은 사람을 혼란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