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의 문화재 수집

2008. 10. 19. 10:34 인물열전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서 모셔온 글입니다.

[조용헌 살롱] 간송(澗松)의 문화재수집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쓰기는 더 어렵다.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돈을 제대로 쓰려면 전문가로부터 레슨(?)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전문분야에 속한다. 레슨을 받지 않으면 돈을 안 써야 할 곳에 돈을 쓰고 정작 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특히 본인 스스로 돈을 모아 자수성가한 사람은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수성가한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1세는 짜지만 재산을 물려받은 2세는 도량이 넓고 식견이 있는 인물이어야만 돈을 제대로 쓴다.



근세에 한국에서 돈을 가장 잘 쓴 인물로는 인촌(仁村)과 간송(澗松·1906~1962)을 꼽는다. 간송은 우리 문화재 구입에 10만석 재산을 썼다. 영국인 존 가스비(Gadsby)로부터 고려청자를 사들인 이야기는 흥미롭다. 1930년대에 가장 유명했던 고려청자 수집가는 영국인 존 가스비라고 알려졌었다. 그는 변호사였는데 젊었을 때부터 일본 도쿄에 주재하면서 돈이 생기는 대로 고려청자를 수집했다. 고려청자의 가치를 일찍 발견했던 것이다. 청자를 구하기 위해 자주 서울에 들어와서 골동상들을 만나고 다녔다. 간송이 고려청자에 눈을 뜨고 보니 좋은 물건은 이미 가스비가 대부분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가스비가 수집해 놓은 청자를 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1937년이었다. 간송은 지체 없이 도쿄로 갔다. 가스비의 거처는 일본 황궁 바로 뒤편에 있었는데 황궁에 사는 학이 날아와서 정원 연못의 금붕어를 쪼아 먹곤 하는 저택이었다. "선생이 수집한 고려청자는 반드시 조선사람 손에 있어야 한다. 그 대신 가격은 부르는 대로 주겠다." 불과 서른한 살의 새파란 간송이 백발의 가스비를 상대로 내뱉은 말이다. 한 푼도 깎지 않고 가스비가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지불하고 가스비의 소장품 일체를 넘겨받았던 것이다.


이때 간송이 지불한 돈은 어느 정도 되었을까? 간송은 돈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당시 쌀값 1만석의 금액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돈을 지불하기 위해 공주에 있던 5000석 전답도 팔았다고 한다. 이 청자들이 지금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간송은 갔어도 그가 쓴 돈은 지금도 남아 있다.


입력 : 2008.10.14 22:38




[조용헌 살롱] 신안 천일염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한국의 천일염에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근래에 확인되었다. 조선시대까지 소금을 만드는 방식은 장작불이었다. 일단 바닷가 갯벌이 움푹 파인 곳이나 구덩이에 바닷물을 저장해 놓는다. 햇볕에 수분이 증발되어 염도가 높아지게 되면, 이 짠물을 다시 솥단지에 넣고 장작불로 끓인다. 이렇게 해서 만든 소금을 화염(火鹽)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화염이 대세였다. 그러다가 일제로 넘어오면서 지금과 같은 천일염 방식이 들어왔다. 일제시대에 천일염은 이북의 평안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평안도 천일염전에서 인부로 일하던 박삼만이라는 사람이 그 기술을 가지고 해방 후에 신안군 비금도(飛禽島)로 내려와 '구림염전'을 만들었다. 그래서 구림염전을 남한의 1호 천일염전으로 꼽는다. 신안군에는 섬들이 많고, 이 가운데 자연환경이 좋은 비금도, 신의도, 증도, 도초도는 우리나라에서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하다. 증도의 태평염전은 단일 염전으로 국내 최대이다. 이들 섬에서 나오는 소금은 옛날부터 알아주는 소금이었다.


왜 이 지역의 소금을 알아주는가? 우선 이 지역은 갯벌이 좋다. 그리고 염전 주변에 큰 산이 없어서 바람이 잘 빠진다고 한다. '소금의 질은 바람이 결정한다'는 것이 수십 년 동안 이 바닥에서 소금을 만들어 본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바람이 너무 세도 안 되고, 너무 약해도 안 된다. 살랑살랑 부는 것이 가장 좋다. 염전만 단독으로 있는 것보다 염전 옆에 벼농사를 짓는 논이 있으면 더 좋은 소금이 나온다. 미세한 균이 볏짚에서 나오는데, 이 균들이 소금의 숙성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소금은 발효성분이 높아서 김치, 간장, 메주, 젓갈의 맛을 좋게 만든다.


염전의 물은 하루에 시계방향으로 19~21번 회전한다고 한다. 온도가 높으면 물이 빨리 돈다. 물이 돌아야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송홧가루를 포함해 미세한 발효균이 함유된다. 이 균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간 광물질로 분류되어 천대받았던 한국의 천일염이 올해부터 식품으로 분류되었다. 신안군 소금은 명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한 수 위라고 하니 앞날이 기대된다.


입력 : 2008.10.16 22:22 / 수정 : 2008.10.16 22:59




[조용헌 살롱] 상단전(上丹田)궁합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궁합(宮合)에도 3가지 차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한 적이 있다. 에너지가 뻗칠 때는 하단전(下丹田)의 궁합이 중요하다. 하단전 궁합의 요점은 섹스(sex)이다. 중년이 되면 하단전에서 중단전(中丹田)으로 초점이 이동한다. 이때는 돈(money)이다. 중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상단전(上丹田)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상단전의 궁합이 맞는다는 것은 서로 '이야기'(talking)가 통한다는 것이다. 이야기 통하는 것같이 즐거운 일도 없다. '꿍짝'이 맞는 상대와 같이 있으면 세상사가 즐겁다.



청소년 시절에는 이야기가 서로 통했던 친구들이 그렇게도 많더니만,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니까 상단전 궁합 맞출 상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 다 먹고 살기 바쁘다. 한국의 중장년층들이 만나서 하는 주된 화제는 골프, 주식, 펀드, 자녀교육, 당뇨와 암, 부동산의 범주이다. '구원(救援)'과 '해탈(解脫)' 그리고 '미학(美學)'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생로병사 가운데 앞으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노, 병, 사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같이 나눌 이야기 상대가 없다. 늙어가는 육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병들어서 겪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죽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돈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넘어가겠지. 그러나 펀드도 반 토막이 났다. 돈도 없다. 이렇게 되면 인생 사는 것이 우울해진다. 내가 관찰해 보니 한국 중장년층의 60%는 우울증이다. 정도의 차이는 약간 있겠지만, 거시적으로는 국민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후기에 호열자(콜레라)와 염병(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사회를 휩쓸었다면, 현재는 우울증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중이다.


우울증은 예방주사도 개발되어 있지 않다. 중장년층은 중단전의 궁합에서 상단전의 궁합으로 옮겨가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연령층이다. 우울증은 상단전의 궁합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아니면 상단전이 비어서 생기는 병증이다. 어떻게 해야만 한국 중장년층이 상단전 궁합을 맞출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엊그제 상단전이 허한 중년층들이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상단전 전문 살롱인 옥란재(玉蘭齋)에 모여 밤새 떠들었다. 룸살롱이 아닌 상단전 전문 살롱이 많이 생겨야 한다.


입력 : 2008.10.12 23:05 / 수정 : 2008.10.15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