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전시장을 휘감다 .

2008. 10. 21. 20:31 인물열전

 

� ‘바람의 화원’ 전시장을 휘감다

      [중앙일보]

☼ 혜원   ‘미인도’   전시한   간송미술관에

    8만여   명   몰려


  “생각보다 실물이 크네!” “잔머리 흘러내린 것까지 그렸어” “과연 동양 미인이야” 감탄한 관람객들은 신윤복의 ‘미인도’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안성식 기자] 

 1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부터 도로변까지 100m 넘는 줄이 늘어섰다. ‘보화각(간송미술관의 전신) 설립 70주년 기념전’을 보러 온 관객들이다.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1시간 30분대기는 기본일 정도다.  박규택(40·회사원) 씨네도 인천광역시 부개동 집에서 일찌감치 나섰다. “가끔 혼자서만 전시를 보러 오다가 이번에는 초등생 두 자녀 등 온 가족이 오기로 하고 어제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그림을 점찍게 했다.”


  전시장 진열장 앞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1층 전시장 벽에 걸어둔 단원의 ‘마상청앵’,  혜원의 ‘미인도’ 앞에서는 인파가 떠날 줄을 몰랐다.

  김재은(29·여)씨 역시 “SBS 인기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시작된 후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는데, 소설 속의 그림 대부분의 소장처가 간송미술관이어서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이날 하루 1만 5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개막일인 12일 2만여 명이 몰린 데 이어 평일에도 6000∼7000명씩 왔으니 8일 만에 8만여 명이 간송 소장 조선 서화의 보배들을 보고 간 셈이다.

  전시가 끝나는 26일까지 20만 명쯤이 찾아올 걸로 예상된다. 2006년 봄 ‘간송 탄신 100주년 기념 특별대전’ 때와 비슷한 인파다.


  ‘공짜 눈 호사’지만 불만과 우려의 소리도 많다. ‘드물게 나온 귀한 명작들을 보기는커녕 인파에 숨조차 쉴 수 없다’ ‘수천 명이 몰리는 미술관에 단칸 화장실이 웬 말이냐’ ‘낡은 진열장 속 국보급 서화들이 몰려든 관람객들 때문에 훼손될까 우려된다. 등이다.

  “70년 된 미술관 건물은 간송기념관으로 활용하고, 별도의 제대로 된 상설전시공간을 마련해 개방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경원대 윤범모 교수)는 제안도 나온다.


  미술관도 고민이다. 봄·가을 보름간의 정기전 기간 중에는 미술관 산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원 5명 뿐 아니라 전시장 정비를 위한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써 7명이 달라붙지만 역부족이다.

  입장료나 후원금을 받아 관람 여건을 개선할 수는 없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간송 전형필(1906∼62) 선생의 삼남인 전 영우 관장은 “후손이 간송의 소장품을 가지고 입장료를 받으면서 돈벌이를 하려 든다는 비난을 받게 되면 간송의 뜻을 훼손하는 일 아닌가. 당분간은 어렵지만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