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5. 23:52ㆍ게시판
☼ 하루 10분 운동으로
20대 체력 만들기
무극장 & 참장공
[출처]http://blog.naver.com/taij1429
제 21부 나무와 태극권 (1)
우리 집은 관악산 기슭에 있는 작은 아파트이다. 나는 이 집을 너무 좋아한다. 집 거실에서 관악산을 날마다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면 온통 꽃들의 세상이요, 여름이면 싱그러운 수목들, 가을에는 붉게 타오른 단풍, 게다가 겨울에는 산 정상부근의 눈까지……. 넋을 놓고 감상을 하고 있노라면 관악산은 어느새 우리 집 정원이 되어 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산 끝자락인 집 앞 길가에 심겨져 있는 은행나무들을 보게 되었다. 다른 나무들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유독 은행나무들만 시들시들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나무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항상 병든 닭 모양으로 시름시름 하는 모습이 뇌리에 남게 되었다. 그러다 올 봄에 마침 분갈이를 하려고 모아둔 퇴비를 쓰고 남아 처분하기가 마땅치 않던 차에 시들시들한 은행나무들이 생각이 났다.
나는 퇴비들을 챙겨서 은행나무에 거름을 주려고 하니 지나가시던 노인 한 분께서 “젊은 양반! 퇴비를 준다고 도움이 되질 않으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이유를 여쭈어보니 도로공사를 하면서 산 쪽에 직경 1.5 미터짜리 식수원파이프를 함께 설치했는데 길가의 은행나무들은 바로 이 식수원 파이프라인 위에 심은 거라 하신다. 나무들이 시들시들한 이유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서이지 영양상태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하신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조선조 세종대왕 때 조선의 건국을 찬양하는 한글로 지어진 ‘용비어천가’가 생각이 났다.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와도 넘어지지 않고, 꽃이 아름다우며 많은 열매를 맺고, 샘이 깊은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그 물이 마르지 않으며, 시냇물을 만들고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라는 노랫말 말이다.
태극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태극권을 제대로 수련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선생님들께서는 늘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참장공을 열심히 수련하라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이번 글에서는 이 참장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참장(站樁)의 어원은 어떻게 유래되었는가?
참(站)은 역(驛)의 옛말로 ‘ 우두커니 선다.’ 또는 ' 걸음을 멈추고 선다.'는 뜻이다. 그리고 ‘ 머문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실례로 ‘ 북경서참'('北京西站')은 중국어로 ' 북경서역'이라는 뜻이다. 즉 ’ 열차가 머무는 곳‘ 이 된다.
다음 장(樁)은 ‘말뚝’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두 글을 합한 참장(站樁)이란 뜻은 ‘말뚝을 땅속에 박듯이 서있는 훈련법’을 의미한다. 즉 땅속에 박힌 말뚝이나 뿌리 깊은 나무처럼 요지부동으로 선채 수련하는 방법이다. 서있는 자세로 입정상태로 들어가는 수련법이라 하여 입선(立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기에 태극권은 움직이는 선(動禪)이요, 참장공은 입선(立禪)이라고 표현된다.
자, 본격적으로 참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참장이란 한 자세로 오랫동안 서있는 연공법을 이야기한다. 진식 태극권에서는 참장공을 중정신법(中定身法) 이라고도 하며 예비식, 난찰의, 단편, 사행 등의 바르게 선 정자세(正姿勢)의 네 가지 자세가 대표적이다. 이 자세들 중에 하나를 골라서 오래 서있으면 참장공을 수련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요사이는 예비식 즉 무극장 또는 혼원장을 참장이라고 이야기하며 많이 수련을 한다.
우리 총회 도장에서 태극권을 수련을 하는 김세현군이 처음 태극권을 배울 때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 때 세현군이 무극장을 서보더니 ‘공갈의자’라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서 체벌할 때 빈 공간에 의자가 있다고 가정을 하고 벌 받는 자세와 무극장이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무극장을 처음 가르칠 때 한마디 한다. “공갈의자를 해봐라.”라고 말이다.^^
얼마 전 나는 사교댄스 강사를 하시던 여선생님에게 태극권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 분께 무극장을 가르칠 때 재미있게 오고가던 이야기 역시 생각이 난다. 무극장 자세를 잡아드리니 그 분은 “아! 이 자세는 남자 분들이 처음 브루스를 배울 때 여자 분들에게 신체의 일부분이 접촉될 것이 두려워 엉덩이를 뒤로 빼는 자세와 흡사하군요.” 라고 하신다.
참장의 자세는 바로 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 또는 우두커니 서있는 자세’를 연상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면 왜 이러한 엉거주춤한 자세나 우두커니 서있는 자세가 건강에 효과적이며 무술의 기본공이 되는가에 대해 설명해보자
무릎을 약간 굽히고 엉덩이를 뒤로 약간 뺀 듯 한 엉거주춤한 자세는 척추의 만곡이 없고 허리부분이 곧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기(氣)의 순환을 좋게 하고, 척추부분에 기가 강하게 흐르게 한다. 또한 단전부위에 기(氣)가 강하게 모이게 하는 자세다.
또한 이 자세는 놀랍게도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양수에 떠있는 태아의 자세와 흡사하다. 이 자세가 될 때 신체의 음양은 정상이 되고 우리의 몸에는 자연스럽게 외부로부터 기(氣)가 들어와 체내를 힘차게 흐르고 순환하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무극장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인 운동법이 되며, 이 자세로 인한 기(氣)의 흐름은 무술수련에 많은 도움을 준다.
참장과 관련해 중국의 형의권사이신 이중헌 선생이 쓴 <‘逝去的 武林> 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에도 참장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한 한 구절이 있어 소개해본다.
<상운상의 면전에서 참장을 하여 잠시가 지난 후 뜻밖에도 상운상이 “너는 여인을 안아 본적이 있느냐?” 라고 아주 괴이한 말을 한마디 하였다. 그러나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이 말이 도리어 이중헌을 어렴풋하게 느끼어 깨닫는 바가 있게 하였으며 온몸을 느슨하게 풀었는데 상운상이 말하기를 “맞았다!”>
이 이야기를 통해 무극장에서도 역시 태극권과 같이 ‘방송’ 즉 몸의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무극장의 기원 및 유래에 대해서 그리고 여러 요결 및 수련 방법 등에 관해서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제 22부 나무와 태극권 (2)
전편에서 태극권은 움직이는 선(動禪)이요, 무극장은 입선(立禪)이라 불린다는 얘기를 했다. 입선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참장공은 서서 수련하는 연공법이다. 참장공을 가르치다보면 가끔 “다리 아프게 왜 서서 수련을 하느냐? 차라리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수련을 하면 어떻겠느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이지 웃지 못 할 이야기다. 아내 曰 "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태극권집 개 3년이면 무극장을 선다고 했는데......, " ^^
참장공을 서서 수련하는 방식은 중국인들의 생활양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도 동양 사람이니 우리와 같이 좌식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중국에 드나들기 전에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의 생활양식을 보면 서양 사람에 가깝다. 그들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의자, 탁자 등을 사용하는 등 철저한 입식생활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처럼 땅바닥에 주저앉는 좌식 문화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 중국 진가구 진소성 선생님께서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세미나를 할 때의 이야기다. 휴식 시간에 내 방( 전형적인 한국식 좌식으로 되어 있다.)에서 휴식을 취하시는데 선생님께서는 방바닥에 앉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신다. 평생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던 분이 방바닥에 앉아 있기란 정말이지 고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그만 간이의자를 가져다 드리니 정말 편안하게 방송이 되시며 휴식을 취하셨다.
참장공 역시 이러한 중국인의 생활양식이나 문화적 요소로 인하여 서서 수련하는 공법으로 발달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얘기를 나누나보면 이러한 참장의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참장이 기공이나 선도술 또는 좌선 등의 종교적인 수련법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많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참장은 원래 무술 수련법이다. 참장공은 수련 방법이 아주 간단하지만 그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무술가들 사이에는 비밀리에 전수되어오던 수련법이었다.
참장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한 분은 형의권의 한 분파인 ‘대성권(大成拳) 또는 의권(意拳)’ 이라고 불리는 권법을 창시한 왕향재선생이다.
왕향재(王薌齋) 선생은 1886년 중국 허베이 성 심현(深縣)에서 출생하였으며 1963년 향년 77세 로 천진에서 서거하신 분으로 형의권으로 일세를 풍미한 곽운심노사의 관문제자이다. 왕향재 선생은 형의권의 무술 수련법으로 계승되어 오던 참장공을 일반 대중에게 무술적 측면 보다는 건강및 양생에 중점을 두어 보급하였다. 그래서 참장공을 왕향재선생께서 창시한 권법인 의권(意拳)의 이름을 따서 의권양생장(意拳養生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장공이 기공이나 종교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무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이를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한 왕향재선생께서는 돌아가신 지 몇 십 년 밖에 되지 않은 현대인이셨다는 점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자 적어 보았다.
참장공의 수련법은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참장공을 처음 공개한 왕향재선생은 북경시 총공회 체육부 와 북경 기공연구회 합작으로 발간한 책자인 참장공요법회편 (站樁功療法滙編)에서 참장의 24가지 공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였다.
또 중국의 저명한 기공사인 초국서(焦國瑞)선생은 <기공 양생학 개론>에서 40 여 가지의 참장법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얼마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중국의 유명한 기공중의 하나인 학상장(鶴翔樁)기공법도 공법 이름 중에 장(樁)자가 붙은 것을 볼 때 학의 동작을 모방한 참장공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듯 참장공은 많은 형식이 있다. 어떠한 형식의 참잠공 이던 간에 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는 자세이면 조용히 서서 기의 감각에 의식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참장공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십견으로 팔을 못 드는 사람은 양손을 단전부위로 내려서 수련을 하면 되고, 다리가 아픈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수련을 하면 되며, 앉기조차 힘든 환자라면 누워서 수련을 해도 되는 등 사람마다 형편에 따라 자세를 바꾸어 수련하여도 무방하다.
이상으로 참장공의 개괄적인 부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태극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참장공인 무극장(혼원장)에 관해서 수련시의 여러 요결 및 실제 수련 방법 등에 대해서 사진 및 여러 자료들을 인용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제 23부 나무와 태극권(3)
진식태극권에서 사용하는 참장공은 중정신법(中定身法) 이라고도 하며 ' 예비식, 난찰의, 단편, 사행 ' 등 바르게 선 정자세(正姿勢)의 네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 네 가지 자세 중에 하나를 골라서 오래 서 있으면 참장공을 수련하는 것이 된다. 이 중에서 태극권의 각 문파뿐만 아니라 태극권 이외의 다른 문파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참장공인 태극권의 예비세 즉, 무극장(혼원장)에 대해 중점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
회원들을 가르치다 보면 확실히 세월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엔 선생님이 무엇을 하라 하면 무조건 따라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이유가 합당해야 수련을 한다. 특히 회원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은 현대 젊은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지만 수련하는 입장에서 보면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좀 더 나누기로 하자. 어쨌든 무극장을 가르칠 때에는 무극장을 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어디에 좋은 건인지 등을 물어 본다.
한마디로 “다리 아프게 왜 무극장을 서야 합니까?” 다.
그러면 이유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시작해 보자. 그래야 블로그를 읽어 내려가는 여러분도 “아! 그래서 무극장을 서야 하는구나!”하고 이해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극장을 수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을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나, 고요함을 연습하여 정(靜)으로 돌아간다. 즉 의념의 집중을 도와주며 잡념을 버리게 하여 마음을 청정하고 평안하게 해준다.
둘, 동작이 단순하고 보법의 이동이나 중심 이동에 따른 허실전환이 없기에 전신방송이 용이하며, 자기 점검이 가능하여 태극권의 중요 요결을 장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 단정(端正)을 배울 수 있다. 즉 바른 자세에 대한 이해를 배울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지 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몸(자세)의 단정함 및 감각의 정확함을 찾는데 용이하다.
넷, 오랜 시간 굴슬(무릎을 구부리는)동작을 수련함에 따라 다리의 지구력을 강화시켜 준다. 즉 하반에 대한 단련으로 뿌리를 내리는 훈련을 도와준다.
다섯, 의념집중, 전신방송, 바른 자세의 이해 그리고 다리의 지구력이 강화되면 자연히 내기가 충실해지므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만한 상태를 이루게 된다.
오래 전에 몇 분에게 무극장을 수련해야 하는 이유를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를 들어 설명을 하였더니 “그럼 태극권을 수련하면 위에 열거한 것들을 수련할 수가 없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물론 태극권을 수련해도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니 “그러면 무엇 하러 무극장을 서냐?” 고 재차 반문을 한다.
우리가 무극장을 수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에 열거된 다섯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극장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수련을 하기 때문에 검사 및 자기점검이 용이 하다.
“왜?” 정지 상태에서도 제대로 자기 점검을 못하는데 태극권 같이 움직이는 동작에서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 정도로 하면 왜 무극장을 서야 하는지, 왜 무극장을 수련하라고 선생들이 강조하는지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되는대로 많이 무극장을 수련하면 무술 기본 공으로써 뿐 만 아니라 건강에도 더없이 좋은 보약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자! 그러면 이제 우리 모두 무극장을 서봅시다.^^
1) 발(足)에 대한 요구
먼저 양다리는 어깨 넓이 정도가 적당하다. 어깨 바깥이 아니고 어깨 안쪽의 넓이로 서면된다. 그리고 양발은 안짱다리가 아닌 팔자(八)에 가깝다. 발의 각도에 대해서는 각 문파 마다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진소성 선생님께 배운 방식대로 설명을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기공에서는 안짱다리로 서는 경향이 많다. 즉 양 발끝을 모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기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안짱다리로 무극장을 서면 무릎이 안으로 모아져서 장시간 수련 시 자세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이를 강조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자세는 미려(엉덩이)가 빠지기 쉬우니 주의하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완전한 11자로 서는 곳도 있다. 내가 진가구를 방문해서 진소성 선생님께 지도를 받을 때 처음 질문 드린 것이 바로 참장을 설 때 발의 각도였다. 양발이 안짱다리인지, 팔자보인지, 완전한 11자 보인지였다. 이 때 진소성 선생님께서는 “너 그냥 일어나서 서보아라!” 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일어섰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너의 발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확인 해보라고 하셨다. 발끝을 내려다보니 나의 양발은 약간의 팔자(발끝을 바깥쪽으로 약간 벌린 상태)를 하고 있었다.
진소성 선생님께서는 이는 너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너의 신체가 무의식적으로 찾아낸 결과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바로 무극장을 설 때의 발의 각도란다. 무의식중에 놓인 발이 만들어 낸 각도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발의 각도라고 설명하신다. 여러분은 양발을 11자에 가까운 팔(八)자로 서면된다.
또 하나 발에 대한 궁금증을 들자면 바로 무게의 중심의 문제다. 사람이 직립한 경우 뼈가 모두 발뒤꿈치 쪽으로 무게를 받으므로 “발의 뒤축에 신체의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이 질문은 무극장 자세를 처음 서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고관절을 접은 상태에서 몸을 바르게 세우고 중심을 뒤로 끌고 가니 처음 무극장을 접하는 사람들은 무게 중심이 발뒤꿈치 쪽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서 있을 때에 발뒤꿈치로 서지는 않는다. 발전체가 고루 신체의 무게를 지탱한다. 이는 무극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발전체에 고루 중심을 분산시키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다음 편에서는 계속해서 무극장을 수련할 때의 인체 각 부위에 대한 요구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제 24부 나무와 태극권 (4)
2) 무릎에 관한 요구
무극장 수련 시 무릎은 운동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극장을 처음 배울 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 중에 무릎을 심하게 굽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아직 다리의 강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릎을 심하게 구부릴 경우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무릎 구부림은 엉덩이를 빠지게 한다.
이 번 진가구에서 만난 한 외국 학생의 예를 들어보자. 이 사람은 무극장을 아주 낮은 자세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자세를 보니 엉덩이가 많이 빠져 있어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태극권을 오래 수련한 사람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인데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닌 같아 그냥 지나쳤다. 다음 날도 그 사람은 계속 낮은 자세로 수련을 하고 있고 엉덩이가 많이 빠져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진소성 선생님께 “저 친구 너무 낮게 참장을 서는 것이 아니냐?” 말씀을 드렸다. 다 알고 계신 듯 빙그레 웃으시면서 몸을 높여주시며 교정을 해주신다.
그러나 교정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시자마자 그 친구는 바로 낮은 자세로 참장을 수련한다. 다시 살펴보니 또 엉덩이가 빠지기 시작한다. 나는 마침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그의 자세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참장자세를 보여 주었다. 그는 사진을 보더니 갑자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 본다. “엉덩이가 좀 빠진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충격을 좀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가 볼 때 너의 엉덩이는 아주 많이 빠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외국인 수련생은 어두운 표정으로 수긍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물어본다. 나는 지금보다 자세를 조금 높게 서보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알겠다며 자세를 높여서 참장을 선다. 나는 조금 조정을 해주고 다시 사진을 촬영해서 보여주니 얼굴이 환해지면서 “이제 자세가 잘된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excellent’ 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면 엉덩이가 빠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보자. 이 상태를 태극권 용어로 표현하자면 ‘미려중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된다. 미려 즉 꼬리뼈 부위는 우리 인체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다. 미려를 감지 못하고 빠져서 중정을 이루지 못하면 수련자는 자기 몸의 중심점을 잃은 것이 된다. 이것은 힘을 쓸 수 있는 근간을 잃어버린 상태가 되는 것이기에 엉덩이가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태극권 수련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결중의 하나이다.
과도한 무릎 구부림은 온몸을 경직시켜 방송을 이룰 수 없게 한다.
도장에서 회원들을 지도하다보면 몸이 아파야 운동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매스컴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현대인의 정적인 생활과 비만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자 권장량 이상의 운동을 하면 심지어 건강에 더욱 좋을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계속 내어놓고 있다. 자연스레 우리는 좀 더 과도한 운동을 함으로써 운동효과를 높일 뿐 만 아니라 체중 감소 등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리한 동작으로 몸이 아프면 몸은 자연적으로 경직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태극권에서 가장 중요한 요결중의 하나인 방송을 이룰 수 가 없다. 무극장 역시 방송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정확한 자세와 방송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익숙해진 다음에야 무릎을 조금 더 구부리고 수련하는 방식으로 강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무릎에 관한 요구 사항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원당(사타구니를 둥글게 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요사이는 태극권자료가 너무 풍부하다. 태극권교재 뿐 만 아니라 인터넷자료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회원들이 이론에 해박하다. 처음 오신 분들 중에도 선행 학습을 많이 해서 웬만한 이론은 다 꿰고 있는 분들을 종종 본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론을 자기 잣대로 해석을 한다는 점이다.
실례를 들어 보자. 한 회원을 가르칠 때 그 분이 무릎을 과도하게 벌려서 교정을 해드렸다. 그러자 그 분은 “인터넷에서 원당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릎을 벌려야 된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 교정된 자세는 원당이 파괴된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무릎을 벌리면 과(고관절)부분에 문제가 발생된다고 설명을 해주니 그래도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드나보다. 그 회원은 아직도 무릎을 벌리고 무극장을 수련한다. 그 회원분이 이글을 보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쓴다.
전편에서 무극장을 설 때 양 발 끝을 약간 바깥쪽으로 벌린 11자에 가까운 八자로 선다고 설명을 하였다. 왜 양 발 끝을 바깥쪽으로 약간 벌릴까? 완전한 11자로 서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바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원당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발끝이 바깥쪽으로 약간 벌어져 있기 때문에 무릎은 자연스럽게 원당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과도하게 의식적으로 무릎을 벌리면 과(고관절)부분이 굳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다음 편 역시 인체 각 부위에 대한 무극장의 요구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제 25부 나무와 태극권 (5)
3) 과(胯)에 대한 요구
과(胯)라는 용어는 처음 태극권을 접하시는 분들에겐 대강이라도 어림잡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국한문 혼용을 하는 우리는 한자어를 들으면 대충 무슨 뜻이겠거니 짐작을 하곤 하지만 말이다. 과는 허벅지와 허리사이의 고관절부위를 지칭한다. 또는 고관절이 있는 사타구니부위나 엉덩이부위를 뜻하기도 한다.
태극권에서 과(胯)는 무릎 구부림과 관계가 있다. 무릎을 구부림으로서 과에 대한 요구도 수행된다.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서는 결코 과를 접을 수가 없다. 과에 관한 태극권요결들을 보아도 대부분 무릎과 연결되어 있다. 용어들을 살펴보면 ‘개과굴슬(開胯屈膝)’ 또는 ‘굴슬송과(屈膝鬆胯)’ 등이다. 이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과근(胯根)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며 ‘과근을 열기 위해서는 고관절을 송개(鬆開)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수련생들을 지도할 때 ‘과를 접는다. ‘고관절을 접는다. 또는 ‘과를 거두어들인다. 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면 ‘과를 접는다. 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설명을 하자면 무릎을 약간 구부리듯이 고관절부위를 구부리는 것이다. 사람이 서 있을 때 사타구니 모양을 人자로 표현한다고 할 때 고관절을 접은 상태는 八자 모양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타구니 부위가 자연스럽게 원당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러분들이 이해가 되었는지 나도 의문이다.
태극권을 지도할 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과를 방송할 수 있는가?”이다. 과를 방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초심자의 경우 아직 하반의 힘이 충분하지 않은데다가 특히 무릎관절이 단련되어 있질 않기 때문이다. 무릎관절이 발달되고 하반의 힘이 충분하다면 상체의 하중을 하반에서 흡수함으로서 고관절은 쉽게 방송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때문에 초심자들은 무릎을 조금만 구부려서 무극장을 수련함으로서 과를 방송하기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과를 방송한 상태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이것을 글로 표현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려중정(尾閭中正)이 되어 즉, 엉덩이를 자연스럽게 감어 만곡된 허리가 펴지면서 허리가 편하게 느껴질 때 또는 상반신을 나의 고관절위에 무리 없이 편안하게 올려놓은 느낌이 들 때 고관절이 자연스럽게 방송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태극권에서 이렇게 과의 방송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처음 진소성선생님께 태극권을 배울 때 허리를 많이 쓴다고 지적을 받았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하셨다. 선생님께서는 고관절이 방송이 되어 열리는 상태까지만 허리를 사용하라고 하셨다. 만일 네가 허리를 더 사용하고 싶으면 고관절의 방송을 더하여 허리와 고관절의 조화를 이루는 만큼 사용하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것은 태극권 수련 시 ‘허리의 사용 정도는 과의 방송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과를 방송할 수 있는 정도만큼 허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에 덧붙여 다리의 허실전환 역시 과에 달려있다 하시며 과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강조하셨다.
태극권 수련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과와 관련된 중요한 한 가지는 어깨와 고관절의 상관관계다. 실례로 2002년 회원들을 데리고 처음 진가구로 연수를 간 때의 일이다. 그 때 회원 중 한 분이 무극장을 설 때마다 한 쪽 어깨가 올라가서 나는 올라간 어깨를 내려주었다. 그러나 그 때 뿐 계속해서 한 쪽 어깨가 올라간다. 진소성 선생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다가오시더니 그것은 어깨의 문제가 아니고 고관절의 문제라며 고관절을 수정해주시니 정말 들뜨던 한쪽 어깨가 가라앉는다. 태극권 수련자들은 고관절을 방송함으로써 어깨관절도 함께 방송이 이루어져 상하가 서로 호응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구간부(軀幹部)에 대한 요구
구간부(軀幹部)는 몸통부를 가리킨다. 이에 대한 요구는 태극권요결을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태극권요결 중에 함흉발배(含胸拔背)가 있다. 이것은 ‘가슴과 등에 관한 요결’이다.
회원들을 지도하다보면 함흉을 한다면서 가슴을 오목하게 하거나 의식적으로 양어깨를 앞으로 나오게 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발배를 한다고 하면서 등을 의도적으로 둥글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요사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무수한 정보들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결과인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설명을 해주지만 많은 회원들은 馬耳東風이다. 처음 입력된 정보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태극권이야기 제18부 공자와 태극권 편에서 상세히 설명을 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태극권에서 함흉이란 가슴의 긴장을 풀어 편안하게 한 상태이며 여기에 의념으로 가슴을 여유 있게 함으로써 기의 운행이 좋아지고 기침단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발배란 단순하게 등을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척추를 뽑아 늘리는 것이다. 즉 척추에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척추를 바르게 해서 미저골과 상하 일직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척추를 바로 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척추가 바르게 서야 힘을 쓸 수 있는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함흉은 가슴을 인위적으로 오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며, 발배란 척추를 바르게 늘리는 것이다. 함흉이 되면 발배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다음 편에서는 상지부와 두경부에 대하여 설명함으로써 무극장 수련 시 인체 각 부위에 대한 요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 26부 나무와 태극권 (6)
5) 상지부(上肢部)에 대한 요구
상지부(上肢部)란 어깨와 팔 부위를 말한다. 상지부에 대한 요구는 태극권 요결중의 하나인 '침견추주'(沈肩墜肘)로 설명된다.
‘침견’이란 양어깨를 이완시켜서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는 것이다. ‘추주’란 팔꿈치를 자연스럽게 아래로 쳐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회원들을 지도하다보면 호흡이 아랫배로 내려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어깨나 팔꿈치가 들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깨를 내려주고 가슴을 편하게 하라고 설명해 주면 대부분 조정이 된다. 위의 경우처럼 팔꿈치가 들리면 자동으로 어깨가 들리게 된다. 그리고 어깨가 들리면 횡격막이 닫혀서 호흡이 아랫배로 내려올 수가 없게 된다. 당연히 기(氣)는 단전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몸의 중심이 뜨게 되며 중심이 쉽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어깨와 팔꿈치를 낮추어 기운을 가라앉히도록 해야 한다
상지부(上肢部)와 관련하여 무극장을 가르치는 중에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은 ‘손의 위치 또는 모양’에 관한 것이다. 손의 모양은 일반적으로는 손바닥을 가슴을 향하게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손끝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여 양 손바닥의 노궁(손바닥의 가운데 부분)이 서로 마주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태극권을 수련하러 처음 진가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진소성 선생님께서 양 주먹을 쥐고 무극장을 수련하고 계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후에 여쭈어 보니 선생님께서 설명하시길 손의 모양은 방송만 된다면 주먹을 쥐어도 무방하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진소성 선생님께서 무극장을 서실 때 가끔 보면 양손을 깍지를 끼고 서시기도 하신다.
그 다음으로 손의 위치는 가슴부위 정도가 일반적이나 조금 높아도 조금 낮아도 별 문제는 없다. 실례로 오십견 환자나 어깨가 아픈 사람들은 양손을 단전부위까지 내려서 수련을 하여도 무방하다
6) 두경부(頭頸部)에 대한 요구
두경부(頭頸部)란 머리와 목 부위를 말한다. 두경부에 대한 요구는 태극권 요결중의 하나인 ‘정두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두현(頂頭懸)이라고 하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허령정경(虛靈頂勁)’이라고 이야기하면 잘들 알고 있다. 둘 다 같은 뜻이다. 정두현이란 머리 정수리에 실을 매어 천장에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목의 긴장을 풀고 머리의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머리를 공중에 매달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머리를 숙이거나 목이 비틀어지지 않게 주의하여야 한다. 한 번 습관이 되면 그것을 고치기란 정말 어렵다.
몇 년 전 나는 중국 상해체육대학에서 기숙하며 한 달 정도 태극권을 수련한 적이 있다. 수련을 하다보면 체육관 한 쪽에서 상해체대 태극권대표선수들의 수업을 구경할 수가 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머리 위에 책을 올려놓고 태극권을 수련하는 것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태극권코치에게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가 설명하기를 책을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수련을 시키는 것은 목을 교정하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한 번 비틀어진 목을 교정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목에 대한 요구는 엄격히 지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을 해준다.
지금까지 태극권을 지도해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정두현에 대한 주의를 지적하자면 ‘고개를 숙이는 점’이다. 동방예의지국 사람답게 예절에 엄격하여 고개를 숙이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태극권 수련 시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금물이다. 게다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들의 경우 시선을 아래로 향하다 보니 자연히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이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두경부(頭頸部)와 관련해 무극장 수련 시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눈과 시선처리’에 관한 것이다. 눈은 어디를 보아야 하는가? 감아야 하는가? 떠야 하는가? 등등 궁금한 것이 참 많다.
태극권 수련 시 눈에 관한 요구는 ‘이목평시(二目平視)’이다. 이는 얼굴이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고 두 눈이 수평선상에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두 눈은 똑바로 앞을 보되 시선은 멀리 둔다. 무극장을 수련할 때는 두 눈을 감아도 무방하다. 단 두 눈을 꽉 감지 말고 자연스럽게 감아야 한다. 그리고 눈을 감을 때 주의 할 점은 고개를 숙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자연스레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기가 쉬우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
이상으로 무극장 수련 시 인체 각 부위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무극장 수련 시 스스로 점검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하여 보겠다. 그리고 무극장을 수련할 때 도움이 되는 ‘알기 쉬운 무극장’을 여러분이 암기하기 쉽도록 개편한 ‘간편한 방법’을 소개함으로서 '나무와 태극권'시리즈를 마치려 한다.
제 27부 나무와 태극권 (7)
- 지금까지 설명한 무극장에 대한 요구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직접 수련을 해보자.
- 내용은 머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발끝으로 가는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 차례대로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위부터 아래로 잡아내려 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백회를 걸어 올리듯 한다. (목이 굳지 않도록 머리를 편히 한다)
2. 눈빛을 거두어들인다. (어려우면 눈을 지그시 감던지, 양 콧잔등을 본다.)
3. 귀는 뒤를 듣는다. (뒷머리 밑 부분의 툭 튀어 나온 부분에 양 귀의 의식집중)
4. 혀끝을 잇몸에 가볍게 댄다. (이를 악물거나 하지 않고 편하게 한다.)
5. 턱을 거두어들인다. (과도하지 않게 하여 목을 편하게 유지)
6. 어깨와 팔꿈치를 자연스럽게 내리고 (침견추주)
7. 가슴을 편이하고, 등을 자연스럽게 펴며 (함흉발배)
8. 기침단전 (침견추주와 함흉발배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기침단전이 된다)
9. 과를 거두어들이고 (엉덩이를 자연스럽게 감아 명문을 편하게)
10. 미려중정하여 허리를 내리고 (허리를 아래로 가라앉혀 안정된 자세를 만든다.)
11. 양 무릎을 약간 굽히고 (무릎이 발끝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의)
12. 원당을 유지한다. (무릎이 안으로 모여지지 않게 유의한다.)
13. 양발의 간격은 어깨넓이로 선다. (11자에 가까운 八자로 선다.)
14. 몸의 중심을 발뒤축이 아닌 발전체에 고르게 둔다.
15. 잡념을 없앤다. (입정상태 : 무아지경에 들어가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10분 정도수련하면 된다. 처음에는 3분, 그 다음은 5분,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서 수련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시간을 길게 잡고 수련하다보면 방송도 어렵고, 잘못된 자세로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어느 정도 무극장이 익숙해지고 정확한 자세를 인식하게 된 후에는 시간을 10분에서 20분, 30분, 1시간씩 늘려서 수련해 보길 권한다. 장시간 참장을 서다 보면 또 다른 참장의 새로운 느낌을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태극권을 수련하기 전이나 수련 후에는 꼭 참장을 수련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좀 더 간단히 요약을 해보자.
알기 쉬운 무극장
1. 잡념을 없애고 무심의 상태가 되도록 마음을 정리한다.
2. 정두현(목을 자연스럽게 하여 머리를 세우며), 시선은 전방을 본다.
3. 침견추주 및 함흉발배 (어깨와 팔꿈치를 내리며 가슴을 편하게 한다)
4. 의념으로 복부를 합한다. (늑간 즉 양 갈비뼈를 모으는 느낌)
5. 과를 접고 미려를 감아서 입신중정이 되게 몸을 수직으로 세운다.
6. 양발은 八자에 가까운 11자로 서며 자연스럽게 원당을 유지한다.
7. 처음부터 자세를 다시 한 번 점검한 후 의념으로 기를 내린다.
이상으로 나무와 태극권 시리즈를 총 7편으로 마감한다. 연재를 하다 보니 초심자들에게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나의 글쓰기의 역량이 부족한 점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가능하면 쉽게 쓰려고 노력을 하는데 직접 실기부문에 들어가게 되면 용어상의 문제 및
글쓰기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한다.
[출처] 서명원의 태극권 이야기 (27)|작성자 taij1429
http://blog.naver.com/taij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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