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소변, 높은 혈압

2009. 3. 4. 20:03게시판

 

[Life] 잦은 소변, 높은 혈압

병든 콩팥의 SOS [중앙일보]

염분·수분 배출+조절 기능

고혈압일 땐 콩팥 기능 망가져

항생제 복용 최대한 줄여야  

생김새는 강남콩을 닮았고 크기는 성인 주먹만 한 것. 허리뼈 양쪽 뒤에 각각 1개씩, 모두 2개인 ‘인체의 필터’ 망가지면 이식이나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장기. 신장(콩팥)이다. 콩팥은 우리 몸 속 체액의 염분과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이 균형이 깨지면 몸이 붓거나 혈압이 오른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는 속담이 있듯이 만성 콩팥병이 있으면 고혈압이 생기기 쉬우며, 그 역(逆)도 성립한다. 12일은 ‘세계 신장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만성 콩팥병과 고혈압을 함께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고혈압 환자는 특히 주의=대한신장학회가 최근 전국 35세 이상 일반인 2411명과 280개 병·의원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치료받는 4만4333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혈압 환자의 21.6%가 만성콩팥병(1∼5기)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정상 혈압인 사람의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9.3%였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3기 이상 환자(사구체 여과율이 정상보다 59% 이하인 상태)의 만성 콩팥병 유병률도 고혈압 환자(8.4%)와 정상 혈압자(3.1%)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박정식(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교수는 “콩팥은 고혈압에 쉽게 손상 받는 장기이며, 손상된 콩팥이 다시 혈압을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고 말했다. 일반인은 고혈압 하면 심장병을 먼저 떠올리지만 콩팥병도 심장병 못지않게 고혈압과 관련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이 있으면 혈압을 자주 측정해야 한다. 혈압은 130/80㎜Hg 아래(목표 혈압)로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생활 속의 신장 관리=염분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이 생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문제는 소금 섭취가 혈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더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우리가 섭취한 소금은 콩팥을 통해 배설되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염분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늘어나 혈압을 더 높인다.”고 말했다. 일반인은 10명 중 2명가량만 염분에 대해 과민성을 보이는 데 비해 만성 고혈압 환자는 거의가 염분 과민성을 나타낸다는 것. 따라서 만성 콩팥병을 지닌 고혈압 환자는 약간 싱거운 정도의 ‘저염식’이 필수다.

평소에 짜게 먹는 사람은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이 방법이다. 칼륨은 나트륨(소금)과 ‘상극’인 미네랄이다.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도와 혈압을 조절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채소·과일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그러나 3기 이상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칼륨은 극히 위험한 존재다. 이들은 칼륨의 배설 능력이 떨어지므로 채소·과일도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근육쇠약·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마비로 숨질 수 있다. 채소의 껍질을 벗기거나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잘 헹구면 칼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채소는 칼륨 함량이 적은 가지·콩나물·버섯·양파 등을 한 끼에 두 접시, 과일은 칼륨이 적은 감·자두·사과·포도 등을 후식으로 하루 한 번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

고혈압 약도 가려 먹어야=고혈압 약에는 6가지 계열의 약이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 중 ACE 억제제나 ARB 계열의 고혈압 약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ACE억제제는 약명이 보통 ‘프릴(pril)’로 끝나며, ARB 계열의 약은 ‘살탄(sartan)’으로 끝난다. 이들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는 “이 약은 다른 계열의 고혈압 약과는 달리 사구체 고혈압(사구체를 손상시키고 단백뇨를 증가시킴)을 낮추고, 단백뇨(콩팥병의 진행을 가속시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뇨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ACE 억제제나 ARB 같은 혈압약을 복용해도 목표혈압(130/80㎜Hg 이하)에 도달하지 않는 환자에겐 이뇨제·칼슘차단제(혈압약) 등의 추가 투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콩팥이 나쁜 사람이 약을 오·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김영훈 교수는 “신장기능이 30% 떨어진 만성 콩팥병 4기 환자가 약을 한 알 복용하는 것은 정상인이 세 알 먹는 것과 같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당뇨병 약·항생제 등 콩팥으로 배설되거나 콩팥에 독성을 나타내는 약은 복용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