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兄弟)
2009. 9. 2. 07:04ㆍ게시판
[조용헌 살롱] 형제(兄弟)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亂)'을 보면서 돈과 형제는 어떤 함수 관계인지, 그리고 권력과 형제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육친(肉親)의 관계를 다루는 명리학(命理學)에서는 형제를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업자'라는 뜻을 담고 있고,
겁재는 '재물을 겁탈하다'라는 뜻이다.
자신이 허약한 상황에서 비견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때는 형제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가냘픈 나뭇가지 한 개는 부러뜨리기 쉽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어 놓으면 부러뜨리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반대로 자신이 강한 상황에서는 형제라는 것이 겁재로 작용한다. 자기의 재물을 겁탈해 가는 존재가 바로 형제라는 말이다. 이때의 겁재는 원수가 된다.
가난한 집 형제는 '비견'이 많지만, 돈 많은 집의 형제는 '겁재'가 많다는 사실이 현대·한진·두산을 이어 금호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명리학에서 형제를 '겁재'라는 용어로 표현했다는 것은 과거에도 역시 돈을 앞에 두고 형제끼리 다퉈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권력과 형제는 어떤 관계인가. 왕권을 세습하던 왕조시대에는 왕자끼리는 잠재적 라이벌 관계였다.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장남 이외의 차남이나 삼남을 산으로 출가시켜 승려로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중국 사천성에서 활동했던 선승(禪僧)인 무상(無相·680~756)은 신라의 왕자 출신이었고,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역시 왕자 출신이었다. 승려가 되는 전통이 끊어진 조선시대에는 왕자들끼리 많은 혈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세습이 아닌 민주적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통령의 형제는 겁재가 아니라 '동업자(同業者)' 비견으로 바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여기에 해당된다. 형제 사이에 사적인 우애는 있었지만 그 우애의 공적인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인 이상득도 동업자 비견의 관계이다. 이 비견 관계는 아직 진행 중인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요즘 시대에도 권력자의 형제 관계에 예외는 있다. 북한 김정일의 아들들이다. 이들은 겁재의 관계이다. 권력을 세습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허약한 상황에서 비견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때는 형제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가냘픈 나뭇가지 한 개는 부러뜨리기 쉽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어 놓으면 부러뜨리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반대로 자신이 강한 상황에서는 형제라는 것이 겁재로 작용한다. 자기의 재물을 겁탈해 가는 존재가 바로 형제라는 말이다. 이때의 겁재는 원수가 된다.
가난한 집 형제는 '비견'이 많지만, 돈 많은 집의 형제는 '겁재'가 많다는 사실이 현대·한진·두산을 이어 금호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명리학에서 형제를 '겁재'라는 용어로 표현했다는 것은 과거에도 역시 돈을 앞에 두고 형제끼리 다퉈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권력과 형제는 어떤 관계인가. 왕권을 세습하던 왕조시대에는 왕자끼리는 잠재적 라이벌 관계였다.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장남 이외의 차남이나 삼남을 산으로 출가시켜 승려로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중국 사천성에서 활동했던 선승(禪僧)인 무상(無相·680~756)은 신라의 왕자 출신이었고,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역시 왕자 출신이었다. 승려가 되는 전통이 끊어진 조선시대에는 왕자들끼리 많은 혈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세습이 아닌 민주적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통령의 형제는 겁재가 아니라 '동업자(同業者)' 비견으로 바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여기에 해당된다. 형제 사이에 사적인 우애는 있었지만 그 우애의 공적인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인 이상득도 동업자 비견의 관계이다. 이 비견 관계는 아직 진행 중인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요즘 시대에도 권력자의 형제 관계에 예외는 있다. 북한 김정일의 아들들이다. 이들은 겁재의 관계이다. 권력을 세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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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대기업에 '형제의 난'이 많을까
- 어떤 대기업의 미래가 안정적일 것인가 예측하는 기준으로 총수 2세들의 숫자를 들 수 있다. 일단 아들이 한명 이상이라면 형제의 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들이 하나뿐인 삼성·현대자동차·CJ·동부·신세계·STX는 형제의 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아들이 둘 이상이면, 창업주가 타계하는 순간부터 그룹이 형제 숫자대로 쪼개지든지, 아니면 형제간에 한 명이 패권을 잡기까지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국도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유독 심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우선 창업주가 절대 권한을 행사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외국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들에 맞는 지배구조와 승계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적 자본주의에 맞는 지배구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결정권을 쥔 창업주나 2세 경영자가 죽으면, 아니 연로해서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에도 곧바로 큰 분란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벌어진 금호그룹 형제의 난도 마찬가지다. 오너인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간 갈등이 폭발, 형이 동생을 해임하고, 형은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싸움의 발단은 한 장의 각서였다. 금호 그룹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의 장남인 고(故) 성용 회장은 생전에 형제의 난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형제 공동 경영 원칙'을 정했다. 이 원칙은 4형제 가문(박성용·정구·삼구·찬구)이 동일 지분으로 그룹을 경영하고 만약 형제 중 누구라도 따로 회사를 차려 독립할 경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 내용은 각서 형식으로 만들어져 4형제는 물론 자식들과, 증인 자격인 금호그룹 전문경영진까지 함께 서명했다. 그러나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그룹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찬구 회장은 이 원칙을 깼다. 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겠지만, 그가 대우건설의 지주 회사 격인 금호산업 주가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그 돈으로 모두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였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덕분에 그는 금호석유화학 제1 대주주로 올라섰고 한발 더 나아가 석유화학을 자신의 회사로 만들 생각까지 했는지는 모르지만, 형제간에 합의한 원칙을 어긴 탓에 가문의 공격을 받았고 저항 한번 못하고 패배했다. 여론전(輿論戰), 지분전(持分戰)이라는 두 가지 전투에서 모두 진 것이다.
이런 경우 여론전의 핵심은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누구 편을 드느냐이다. 이 싸움의 기준은 삼강오륜이다. 아들이 아버지에 대들고 동생이 큰형을 공격하는 경우, 관전자는 대개 아버지나 큰형 편을 든다. 대표적인 예가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서 아버지를 공격한 아들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여론이 '아들이 너무 심하다'는 쪽으로 모이자, 중립을 지킬 것 같던 기관투자자들이 일제히 아버지 편을 들었다. 지분전은 누가 주식 숫자가 많은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번 금호그룹 형제의 난에서도 이사회에서 삼구 회장이, 형인 성용, 정구 가문의 지분을 모아, 찬구 회장을 해임시켰다.
이런 형제의 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오너들이 상장 기업을 사유물처럼 여기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내 것이라고 간주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장 기업은 대주주 오너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소액주주와 종업원, 채권단의 이해가 모두 함께 걸려 있다.
한국 고유의 가족애(家族愛)를 해치는 형제의 난이 줄어들려면, 정부가 소액주주의 주주권 보호를 위한 조치를 더욱 강력하게 마련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 경영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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