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재지려(法財地侶)

2009. 9. 2. 06:59게시판

[조용헌 살롱]

법재지려(法財地侶)



'도'(道)를 닦으려면 4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4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닦기 어렵다. 바로

법(法), 

재(財), 

지(地), 

려(侶)

이다. 제일 먼저 법(法)이다.

법이란 진리의 길로 인도해 줄 선생을 말한다.

도가에서는 보통 이러한 안내자를 명사(明師)라고 한다. '눈 밝은 스승'이란 뜻이다. '목자'(牧者)라는 표현도 같은 의미이다. 이끌어줄 선생을 잘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아지 따라가면 변소간에 간다"는 우리 속담은 지도자를 잘못 만나 인생 망치는 경우를 경고한 것이다. 국가로 따지면 지도자가 '법'에 해당한다. 법 다음에는 재물이다.


돈이 있어야 도를 닦는다.

도 닦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단 말인가! 돈이 필요하다. 조선시대에 도를 닦으려고 뜻을 품었던 사람들의 계층을 분석해 보면 중산층이 많다.

돈이 너무 많으면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도 닦을 마음을 내지 않는다. 반대로 돈이 너무 없으면 입에 풀칠하는 데에 바빠 도 닦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적당히 돈도 있고, 학문도 있는 계층에서 도 닦는 지원자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도 닦는 과정에서는 돈벌이를 할 수 없으므로, 이때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재력이 축적되어 있어야 했다. 중간에 생계에 시달리면 마음이 산란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국가에도 돈이 있어야 백성들의 배가 부르다.


그 다음에는 지(地)가 있어야 한다.

지(地)는 거처나 암자(庵子)를 뜻한다.

거처가 있어야 안정된다. 거처가 없으면 달팽이처럼 떠돌다가 끝나는 수가 있다. '공부하기에 좋은 터를 하나 잡으면 공부의 반은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기 취향에 맞는 공부터를 잡는 일은 중요하다. 바위가 어느 정도 있어야 땅기운도 있고, 주변에 냇물이 감아 돌거나, 아니면 호수가 있어서 수기(水氣)를 공급해 주는 터가 좋다. 공부터를 하나 찾는 데에 보통 10~20년이 걸린다.


마지막에는 려(侶)이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공부하다가 나태해지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에는 선생보다도 옆에 있는 도반(道伴)과 상의를 하면 큰 힘이 된다. '도'(道)뿐만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이 '법재지려'는 해당되는 것 같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