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은 ‘그림’으로 힌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속 같은 패턴만 그리거나 밑그림만 그리고 색칠은 하지 않는다면? 심리미술 전문가에게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그림 속 유아 심리.
Q1 계속 같은 패턴만 그려요
여아의 경우엔 공주, 남아는 공룡, 사자, 상어, 비행기, 로봇을 즐겨 그리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먼저 ‘공주’는 동화 속의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아름다움, 또래 관계에서의 지배욕을 동시에 표현한 것. 이는 아이의 자존감과 적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특별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아이들이 그리는 공룡, 사자, 상어 등은 자신감, 자기 과시, 힘, 에너지 등을 상징하는데, 엄마 말은 잘 듣지 않고 말썽도 종종 피우지만 여자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신체적·정신적으로 약한 동물을 그리는 경우는 또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또한 귀신, 사냥, 전쟁, 등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부모나 주위로부터 억압당하거나 이로 인한 반항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그리는 그림에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Q2 색칠할 때 밑그림의 선을 절대 넘어가지 않아요
아이가 밑그림을 빗나가지 않도록 신경 써서 잘 색칠한 것은 엄마가 보기에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을 주기 위한 것.
마음의 여유가 없는 강박 증세를 지닌 아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엄마는 자신이 칭찬에 인색한 편이 아닌지 돌이켜보고, 아이에게 밑그림 밖으로 색칠해도 괜찮다고 일러주면서 자유롭게 그리도록 독려한다.
Q3 사람 몸에 손이 없어요
만 4세 무렵까지는 사람을 그릴 때 손까지 그려 넣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5세 이상이라면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연히 또래 관계나 환경 적응력도 떨어진다. 만약 부모 등 특정 인물만 팔을 그리지 않았다면 해당 인물에 대한 스킨십, 애정 표현, 적극성 등이 부족한 것이다.
Q4 밑그림만 그리고 색칠을 안 해요
학습을 일찍 시작한 아이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걸 주저하는 아이들도 자주 보이는 패턴이기도 하다.
이는 밑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색칠하는 것이 힘들다 보니 아예 포기하는 것. 반대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형태를 잡지 못하는 아이들은 밑그림 없이 색칠만 하는데 이는 그리기 연습 자체가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없다고 볼 수 있다.
Q5 특정 색깔로만 그려요
아이가 유난히 선호하는 색깔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지만, 환경적 영향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 각 색깔이 대변하는 아이의 심리·환경 상태는 다음과 같다.
자신을 나타내려는 검정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잘 몰라 결과적으로 고집을 피우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눈치를 보며, 혹시 야단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으로 위축된 자신의 마음을 검은색으로 표현한다. 짓궂은 행동을 하는 남아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부모는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조용히 타이르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더불어 칭찬을 많이 해줌으로써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준다.
언제나 ‘아기’이고 싶은 노랑 더 어려지고 싶은 욕망과 부모에 대한 의존적인 면을 동시에 드러내는 컬러. 아이가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랐다거나, 형제 사이에서 더 사랑받고 싶어하는 질투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상상력은 풍부하지만 적극성이 부족해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아이는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야외 활동이나 또래와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 써준다. 만약 노랑과 검정 두 가지 색으로만 화면을 구성했다면, 아빠의 늦은 귀가나 서먹함 등으로 인해 받지 못한 애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답답한 마음을 상징하는 황토색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사랑 받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안타까움, 그리움 등이 마구 뒤섞여 있다. 새로 태어난 동생이나 다른 사람, 사물 등으로 인해 사랑받지 못할까봐 불안한 조바심을 엿볼 수 있다. 만성적인 긴장은 소화불량, 변비, 야뇨증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음을 자주 주지시킬 것.
욕심이 많은 갈색 주변으로부터 청결을 지나치게 강요할 때나 물질적·정신적으로 강한 욕구가 있을 때 많이 선택하는 컬러다.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표현이 엉뚱하게도 먹을 것이나 무엇인가를 사달라는 식의 고집으로 나타나고, 남의 것을 강제로 뺏어서라도 이 욕구를 채우려고 한다.
만약 갈색과 검정을 함께 나타났다면 아이가 바라는 만큼의 물질적 욕구를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나 애정 결핍이 심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고집을 피우는 아이에게 휘둘리기보다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가 요구된다.
심리적 행복을 나타내는 분홍 여아들이 선호하는 색깔로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과 행복감이 넘치는 상태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력이 부족하고, 마음이 약해 울기도 잘하고, 또래와의 문제에서도 말로 해결하기보다는 소리를 질러 경계심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는 주황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어리광도 심한 편이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주황과 노랑을 함께 사용했다면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나타낸다.
활발한 성격의 빨강 기운이 왕성하고, 의욕적이며, 활동적인 아이들이 많이 선택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고집스런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여아들이 신발, 입술, 머리카락을 빨강으로 그렸다면 매우 활발한 성격인 것.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반면 충동적인 상황과 공격성을 자주 보이는 상반된 성향이 있다.
빨강과 파랑이 함께 나타났다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초조한 마음을, 빨강과 검정은 부모와의 거리감을 나타낸다.
긴장과 우울을 상징하는 파랑 부모 말을 잘 듣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아이들이 선호한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 등도 적절히 통제할 수 있고, 어른의 생각에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부모는 좋아하지만 일정한 틀 안에 자신을 가두나 보니 긴장과 우울, 불안과 스트레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자신보다 약한 또래나 동물을 괴롭히는 의외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빨리 크고 싶다는 욕망의 표시이기도 하다.
갈등과 고집이 센 보라 분명 흔하게 선택하는 색은 아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있거나 자기중심적인 외고집, 다른 사람과의 트러블로 인해 또래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아이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림 속에 나타난 아이의 마음 엿보기
Kids Drawing
아이가 무심코 그린 선, 선택한 색깔 하나에도 의미가 숨어 있다. 여러 그림을 통해 우리 아이의 그림과 비슷한 패턴이 있는지 찾아보고 어떤 의미인지 살피자.
1 나만 미워해요(남아, 6세) 빨강, 파랑, 보라, 검정의 대비는 보는 사람의 눈을 자극한다. 진한 선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선천적으로 급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평소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2 아빠의 사랑이 필요해요(남아, 7세) 아버지를 상징하는 ‘해’를 커다랗게 그려 아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각시킨 점이 특이하다. 애완동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3 답답해요(여아, 4세) 종이를 따라 테두리를 그리고 그 안에 여러 가지를 그린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을 그린 것으로 보아 아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바라고 있다.
4 그림 그리기 싫어요(여아, 6세) 눈사람을 그렸는데 또래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과거에 과잉보호를 받았을 듯싶다.
5 엄마의 간섭은 그만(여아, 6세)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신체·두뇌 발달이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너무 강해 자신의 것만 고집스럽게 요구하거나 강조하는 면이 보여 부모와 마찰도 심심찮을 것으로 보인다.
6 힘이 없어요(남아, 38개월) 선을 흐리고 연약하게 그리는 것은 만 2세 무렵에 보이는 패턴. 발달이 늦되며 타고난 체력, 특히 손가락 힘이 부족하다. 자신감도 없고, 어른들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7 화가 났어요 (남아, 33개월) 파란색과 녹색을 사용한 것은 환경에 대한 통제를 받아왔다는 암시. 주목할 부분은 ‘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림을 그릴 당시 아이가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로, 자신의 요구를 빨리 들어줄 것을 은연중에 표현했다.
8 내 생각대로 할래요(여아, 26개월)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 것은 경험과 생각이 많다는 뜻으로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굵고 진하게 그은 선은 자기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고집을 드러낸다. 종이 윗부분까지 꽉 채워 선을 그은 것으로 보아 손의 움직임이 매우 좋다. 이미 그어진 선이나 면 위에 진하게 덮은 선은 거부와 반항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9 스트레스가 많아요(남아, 15개월) 선에 힘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발달이 매우 좋은 편이다. 28개월 이전의 점 표현은 통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기질이 강한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과격한 행동도 자주 보일 것이다.
Mom & Kids Drawing
미술심리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와 마찬가지로 엄마의 그림에도 무의식적인 심리가 묻어 있지 않을까? 엄마와 아이 2쌍을 선정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게 한 뒤 전문가에게 의뢰, 각각의 심리와 관계를 분석했다.
* 4장 모두 ‘자유주제’로 그린 그림입니다.
성격이 급하고 강해요
평소 아이답지 않게 말을 논리정연하게 해서 말로써 아이 고집을 꺾기 힘들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마다 엄마도 화가 나서 맞받아쳐 소리를 지르는데,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 건 아닐지 후회한다. 아이는 평소에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자주 그린다. 친정이 근처에 있어서 친정엄마가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1 <내맘대로> 여아, 3세
★거침없이 시원하게 그린 강한 선은 아이의 선천적 기질이 강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시기에 세로 선을 그리는 것은 퇴행을 의미한다. 그러나 평소 인물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발달은 양호한 편이지만 성격이 급하고, 감정 기복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종이 전체에 세로로 선을 그으려면 팔을 높이 들어야 한다. 이런 행동에서 한번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려는 고집이 보인다.
2 <자유화> 엄마, 37세
★사과가 달린 커다란 나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나타낸 것이고, 지붕을 여러 번 색칠한 것은 집이 썩 만족스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가족을 상징하는 꽃은 아주 작고 힘없고, 연약하게 그렸는데, 이는 친정집과 자신의 결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사람을 그리지 않은 것은 자신을 나타내기 싫어하는 마음을 반영했다.
남에게 지기 싫어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어서 엄마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길거리를 다니곤 했다. 아침에 옷 입히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고집이 세서 한겨울에 발레복, 초가을에 스키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기도 한다.
방문학습지 선생님과 인사를 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말을 자주 더듬는다. 인물은 거의 그리지 않고, 공룡, 공주, 하트 등을 따라 그린다. 현재 생후 20개월 된 남동생이 있다.
3 <두꺼비 괴물이 나타났어요> 여아, 3세
★커다란 형태와 선이 정신없게 가득 차 있다. 강한 기질을 드러내며, 급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성향으로 약간의 자기과시욕도 보인다.
★두꺼비 괴물은 아이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신으로 타인에 대한 미움을 표출한다.
★여아임에도 ‘힘’에 대한 동경이 엿보인다. 이는 타인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동생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뺏기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힘’이다.
4 <우리 가족> 엄마, 34세
대구의 친정집이 배경이다. 마당에 식탁이 차려져 있지만 날씨가
추워서 가족들이 모두 집 안에 있다. 어린 막냇동생은 업혀 있어서 그리지 못했다. 양육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러나 있다.
★굴곡진 나무 기둥은 현실에서 오는 억압된 감정 상태를 나타내고, 단선의 부드러운 가지는 부드럽고, 이해심 많고, 유순한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출처: 베스트베이비
진행 한보미 기자
도움말&그림제공 유시덕
(심리미술창의성 연구소장, SBS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미술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