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부터 예물까지… 상담 받기 위해 한국행
85조원 규모 웨딩시장… 국내업체들 '손님잡기' 박차
신세계본점 매장엔 올 들어 중국인 예비부부 숫자가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결혼 준비차 한국을 찾았다가 '덤으로' 예물까지 준비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지난달엔 서른 살 갓 넘은 예비 신혼부부가 3800만원짜리 티파니 예물반지를 사가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윤용 마케팅팀장은 "이들은 일본인 등 일반 관광객에 비해 구매단가가 10배 정도 높은 만큼 이들을 잡기 위한 여러 마케팅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인들이 결혼 준비를 위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웨딩 촬영 등 한국 웨딩상품의 고품격 경쟁력이 흡인 요인이다. 웨딩 부문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85조원 웨딩 시장'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간 1000만쌍이 결혼하는 거대 시장
각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혼인 건수는 약 1000만쌍으로 파악된다. 결혼 준비비용 총액은 5000억위안(약 85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결혼인구가 연간 35만쌍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 준비 패턴의 변화. 과거 중국인들의 결혼 준비비용 중 대부분이 주택 구매와 차량 구매비용이었지만 최근 웨딩 촬영, 드레스 구입, 헤어·메이크업 비용 등 '웨딩상품' 비용이 매년 20~30% 늘고 있는 것. 중국 내 웨딩 촬영업체만 10만개에 달한다.
결혼 준비차 방한한 중국인 장용잉(張永英·31)씨는 "중국 웨딩상품의 질적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며 "중국 중산층 예비부부들이 한국 웨딩상품을 미리 조사한 다음 선진 웨딩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등에는 '한국웨딩촬영'이 인기 검색어로 올라 있다.
중국인 예비부부들은 한국에서 웨딩 촬영 진행은 물론 예물 준비도 한다. 롯데백화점 명품시계 매장인 크로노다임의 경우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중국인 예비부부 매출이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에도 혼수 준비를 위한 중국 예비부부들의 통역상담 서비스 이용 건수가 올 들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예비부부 '맞춤형 서비스'로 맞아라
- ▲ 지난 5월 웨딩 사진 촬영과 웨딩 서비스 상담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한 중국인 부부. 이들은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사진 위) 아이웨딩에서 결혼식 준비를 위한 상담 서비스(사진 아래)를 받았다./아이웨딩네트웍스 제공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예비 중국인 부부'들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아이웨딩네트웍스는 2년여 간의 준비 끝에 중국어로 된 웨딩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들을 겨냥해 '3박4일 한국 웨딩상품'을 따로 만들었다.
서울 강남 소재 최고급 스튜디오와 한류 드라마 배경으로 익숙한 홍대 주변, 남산한옥마을 등에서 웨딩 촬영을 진행하고 제주도, 남이섬 등 한국의 대표적 관광상품을 결합, 한국 문화 체험 코스까지 곁들인 것이다.
이 회사는 베이징,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 잡지 광고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태욱 대표는 "올 들어 500쌍의 외국인 고객 중 300여쌍이 중국인"이라며 "2011년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갖춰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 30여개 미용실 매장을 운영 중인 이가자헤어비스는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부 헤어메이크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소영 원장은 "최근 '한국 신부 스타일로 해달라'며 찾아오는 중국인 신부 숫자가 5배 이상 늘었다"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 1:1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중국인 예비부부들 때문에 분주하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최근 중국인 웨딩 문의가 작년 대비 20% 늘어 '중국인 웨딩 맞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결혼식에는 하객이 비교적 적어 중소 연회장에서 하는 '하우스웨딩'이 대부분"이라며 "한국 결혼식의 폐백 절차를 빼는 등 '중국형 결혼식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