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고통

2009. 12. 16. 06:30게시판

  치질,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고통


참기 힘든 고통을 표현할 때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얼마나 아프기에 그런 표현을 쓰는 걸까? 삼성서울병원 외과 조용범 교수는 “아이를 낳을 때보다 더 아프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을 정도로 치질을 가진 환자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치질이 있어도 병원에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치질 수술은 매우 아프다’ ‘수술이 잘못되면 인공항문을 달아야 한다.’ 등의 소문들에 겁먹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서울 한솔병원에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병원에 오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조사해 봤더니 10년 이상이 약 39%로 가장 많았다. 6년 이상 10년 이하라고 답한 사람도 26%로 나타났다. 그만큼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치질은 초기에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좌욕 등 생활 습관만 고치면 쉽게 나을 수 있지만 2~3기부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찮고 창피하다고 병을 숨기고 있다가는 큰 수술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 인구의 약 70%가 앓고 있다는 치질, 그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해서 알아보자.


Chapter 1. 치질의 종류와 증상을 알아보자


치질의 정확한 뜻을 아는가? 혹시 다른 병을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치질이 아닌데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치질은 정확히 세 종류가 있다. 치질의 종류와 증상을 알아보고 유사 증상과 구별하자.


#1. 나는 어떤 치질일까?

우리를 괴롭히는 못된 ‘치질 삼형제’


치핵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치질은 ‘치핵’이다. 전체 항문 질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들이 울혈(鬱血)돼 늘어나거나 항문 바깥쪽 불필요한 조직 등이 늘어나서 생긴다. 항문에 가해지는 반복된 압력, 노화로 인한 항문 탄력도 저하, 변비, 간경화 등이 주된 원인이다. 치핵이 항문 안쪽에 생기면 통증이 거의 없다. 배변 시 치핵 덩어리가 같이 밀려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출혈이 되므로 빈혈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항문 바깥쪽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치핵이 있으면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생긴다. 안쪽에 생긴 치핵이든 바깥쪽에 생긴 치핵이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제거해 주면 쉽게 낫는다. 안쪽에 생긴 치핵 중 초기 단계인 경우 수술 없이 좌욕과 연고 사용 등으로 치료 가능하다.


치루 치핵이 항문이나 항문 바로 근처에 생긴다면 치루는 항문에서 약 1~2cm 떨어진 피부에 생기며 종기 모양처럼 불룩 튀어나온 형태를 띤다. 치루의 시작은 항문 샘 부분이 곪는 것이다. 항문 샘은 배변 시 대변이 잘 나오도록 윤활제를 분비하는 곳인데 이 곳이 청결하지 않을 경우 대장균이나 각종 세균에 의해 곪게 돼 농양이 생기는 것. 이 농양이 항문관 주변의 약한 부위를 뚫고 길을 만들어나가 긴 관 모양을 형성해 피부를 뚫고 나온다. 치루가 있으면 그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겨 앉아 있기가 힘들다. 똑바로 서 있을 때도 통증이 있어 항상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다. 몸살이 난 것처럼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기도 한다. 치루는 약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고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가만히 놔두면 암이 될 수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열 항문이 찢어진 상처를 말한다. 변비가 가장 큰 이유이다. 섬유질이나 수분이 부족한 식습관, 또는 극히 적은 식사량으로 인해 딱딱한 대변이 만들어지게 되고, 이 대변이 나올 때 항문관과 주변 약한 근육 등이 찢어져 치열이 생긴다. 배변 시나 배변 후까지 심한 통증이 있으며 휴지에 묻혀 나올 정도로 약간의 피도 나온다. 처음 생겼을 때는 상처가 깊지 않다. 좌욕 등의 보존적 치료를 열심히 해주면 1주일 정도 만에 치료된다. 하지만 잘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찢어졌다 아물었다를 반복하면 상처가 점점 깊어져 궤양이 된다. 이런 경우 수술을 해야만 증상이 호전된다.


#2. 나 혹시 대장암이야?

증상으로 알아보는 치질 자가진단


출혈 선홍색 빛깔의 피가 대변에 길게 묻어나거나 휴지에 조금 묻혀 나오는 정도면 ‘치열(항문이 찢어진 것)’에 해당된다. 하지만 대변 속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피 색깔이 벽돌 색이나 자장면 색깔을 띠면 대장 쪽에서 출혈된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장 내시경 등을 받아봐 암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출혈된 피가 점액 성질을 띠거나 지저분한 분비물과 섞여 있으면 항문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통증 항문 쪽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면 항문 혈관이 울혈(鬱血)돼 나타나는 ‘치핵’이다. 항문 주위 묵직한 통증과 함께 전신이 춥고 열이 나는 경우는 항문 자체의 병이기 보다 직장 쪽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 단계의 치핵은 좌욕 등으로 붓기를 가라앉혀주면 통증은 금방 사라진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배변 시, 또는 배변 직후에 항문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치열(항문이 찢어짐)’이 있다는 얘기다. 보통은 선홍색 피가 같이 묻어 나온다.


항문 주위 부종 통증은 별로 없지만 항문 주변에 종기 같은 것이 시간을 두고 조금씩 커지면 ‘외치핵(항문주변 조직이 늘어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갑작스런 통증과 함께 종기가 만져졌다면 ‘급성 치핵증’이다. 급성일 경우 치료를 빨리 해주면 부종은 금방 사라진다.


Chapter 2. 치질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치질임을 알면서도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치료법에 대한 두려움 때문. 그렇다면 당신은 치질 치료법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가? 병원에서 시행하는 주요 치료법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치료법을 정리했다.


#1. 병원에서 받는 전문적인 치료법


결찰요법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특수 고무 링 기구를 이용해 안에서 늘어난 혈관 더미인 ‘내 치핵’ 부분을 잡아 올려 묶어주는 수술이다. 묶은 부분은 피가 통하지 않아 영양분을 공급 받지 못하므로 자동적으로 죽어 없어진다. 대부분 국소마취 상태로 시술한다. 고령자의 경우 입원하기도 하지만 통원치료가 일반적이다. 한 번에 한 개씩 묶어서 4주 간격으로 시술한다. 1주일 후 묶인 치핵은 고무 링과 함께 떨어지고 1개월 정도 지나면 상처가 깨끗이 낫는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거의 없지만 외 치핵을 같이 묶거나 항문에 가깝게 묶는 경우에는 통증이 굉장히 심하다.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심할 때는 바로 다시 시술해야 한다. 너무 깊이 묶을 경우 균이 침범해서 패혈증이 생길 수도 있다. 종종 실이나 머리카락으로 자가 치료를 하다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는데 굉장히 위험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자동봉합 치핵절제술 최근에 도입된 새로운 치료법으로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이 거의 없고 항문 주위 피부가 늘어나지 않아 미용 효과도 높다. 시술방법은 직경 3.3cm 정도의 ‘자동봉합기’ 장비를 항문 속에 넣어 치핵 및 하부 직장 점막을 잘라내면서 동시에 자동으로 봉합한다. 기존 수술법의 경우, 통증이 수술 후 6~8주 정도 지속되는데 반해 이 수술은 통증이 거의 없다. 3, 4기 정도의 심한 치핵도 큰 고통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이틀 정도만 입원하고 통원치료를 받게 되며, 수술 5일 후에는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적외선 응고법 원래 지혈 도구로 사용됐던 적외선 응고기를 이용하는 치료법으로 1기 정도의 가벼운 치핵 치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항문이 밖으로 나오거나 심한 출혈이 있을 경우 효과가 적다. 한번에 1~2초 정도로 1~5회 시술한다. 치료 후 치핵은 회색으로 변했다가 1주일이 지나면 작은 궤양이 생기고, 3~4주 후에는 거의 흔적이 없어진다. 수술이 간단하고 마취나 입원이 필요 없으며, 전신적 부작용도 없어 임산부나 인공심장 환자도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냉동요법 액체 질소가 든 냉동치료기로 치핵을 1분간 영하 100℃로 얼렸다가 다시 1분간 영상 5℃로 녹이는 방식이다. 항문 안쪽 치핵 제거에만 사용된다. 초기에는 단순히 냉동요법만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고무줄로 묶은 후 냉동요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냉동요법을 받은 후 1주일쯤 지나면 치핵이 떨어져 나오며,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는 4~6주 가 걸린다. 수술 부위는 심하게 붓고 분비물이 나오고 악취가 심하다. 출혈도 많고 재발률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레이저 치핵 수술법 ‘칼’ 대신 레이저로 치핵을 절제하거나 응고시키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수술법이다. 외 치핵 치료에 주로 쓰는 탄산가스 레이저 수술법은 수술 중 출혈이 적고 항문 괄약근의 손상, 염증 발생, 통증 등이 거의 없다. 수술 과정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인기다. 엔디야그 레이저 수술법은 모든 치핵을 제거하는 데 쓰이고 입원기간이 짧고 원하면 입원 없이 통원 치료도 가능하다. 레이저 광선이 다른 부위로 반사될 경우 그 부위가 손상될 염려가 있으므로 숙련된 의사에게서 시술 받아야 한다.


#2.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치료법


식이요법으로 치료한다 섬유질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 두 컵, 사과 한 개 정도를 먹으면 장이 자극을 받아 운동을 원활히 하기 때문에 변이 부드러워진다. 딱딱한 변 때문에 항문이 찢어진 치열 환자는 특히 식이요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침에 찬 우유 한 컵이나 사과주스, 포도주스, 푸룬주스 등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 기름진 음식도 변을 굳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찬 음식, 김치나 콩나물 등의 거친 섬유소 음식도 이롭지는 않다.


운동이나 좌욕에 의한 치료법 항문 주위 근육을 운동시키기 위해 운동을 한다. 수영이 가장 좋으나 조깅이나 걷기도 좋다. 항문을 조였다 풀어줬다 하는 케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배변 후에는 비데 또는 샤워를 해서 항문을 청결히 해준다. 또한 치질이 있는 경우는 변을 볼 때마다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대야에 40℃ 정도 온수를 떠놓고 5~10분 정도 좌욕을 하면 적당하다. 소금물이나 소독약을 넣을 필요는 없으며, 물이 너무 뜨거우면 엉덩이 피부가 검게 변하므로 주의한다.


연고제 치료법 항문 통증을 줄여주는 연고와 항문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연고가 있다. 의사 상담 후 처방 받으면 된다. 좌약은 취침 전이나 배변 후에 항문에 삽입하고 보관은 반드시 냉장고에 해야 한다.


항문 많이 열어놓지 않기 항문에 힘이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10분을 넘기면 안 된다. 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더라도 나오는 것이 좋다. 10분 이상 항문에 힘을 주면 탄력도는 점점 줄어들면서 조직이 늘어지게 되고 혈관에도 손상이 간다. 또한 평소에 항문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케겔운동’을 자주하면 항문의 탄력성이 증가된다.


Chapter 3. 치질 환자가 묻고 전문의가 답했다!


리얼 ‘치질’ Q&A

전 세계 사람들의 약 70%가 앓는다는 치질, 그러나 내 주변엔 별로 없다. 왜? 말하지 않으니까! 고시생부터 중년 골프선수까지, 치질도 서러운데 남몰래 마음고생까지 하는 그들의 치질 증상과 리얼한 궁금증에 전문가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도움말 조용범(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이동근(한솔병원 원장)


Real Talk. 술 자리를 자주 갖는 22세 남자 대학생

술만 마시면 항문 쪽이 붓는 듯한 느낌이 나고 가끔 피도 묻어납니다. 군대에 가면 치질이 더 심해진다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DR. Says.

가끔씩 피가 묻어난다는 것을 보니 치질의 초기 단계인 1단계쯤 되는 듯합니다. 이때는 좌욕 요법이 가장 중요합니다. 매일 배변 후나 취침 전에 40도 정도 되는 물을 대야에 담아놓고 5~10분 가량 앉아 있는 것이 약만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밥 먹으면 으레 양치질을 하듯, 배변 뒤 좌욕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상태에 따라 의사와 상담 후 바르는 연고 등을 사용하면 조금 더 빨리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니 군대까지 치질을 가지고 갈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Real Talk.

무서워서 병원 못 가는 45세 남자 프로골퍼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쳐왔습니다. 그런데 한 20년 전부터 골프대회 때마다 항문 쪽이 묵직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번은 골프 경기 중에 스윙을 했는데 갑자기 항문 속에서 무엇인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최근까지 몇 번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무서워서 병원에는 가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어떤 상태인가요?


DR. Says.

탈항(脫肛)된 것입니다. 항문 안쪽에 혈관 덩어리들이 늘어져서 ‘치핵‘이라고 하는 것이 생겨나고, 그것이 항문 쪽에 큰 힘이 가해졌을 때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이미 치핵이 많이 진행된 3기 정도로 보입니다. 보통 비수술적 치료인 ‘점막고정술’ ‘경화제주입법’ ‘적외선 응고법’ 등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상태가 복합적이고 다소 심각한 경우 수술로 잘라내고 봉합을 해야 재발의 우려가 적습니다. 흔히 치질을 수술하면 몹시 아프고 재발이 잦고 잘못하면 항문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수술법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레이저 치핵 제거술’로 치료할 경우 하루의 입원과 3~4일 정도의 휴식기간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휴식기 후 가벼운 운동과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습니다.


Real Talk.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30세 남자 고시생

사법고시 준비생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와 이제 2년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피도 가끔 묻어나옵니다. 걱정이 돼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DR. Says.

고시생들이 잘 걸리는 질병 중 가장 많은 것이 치질입니다. 이유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 때문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양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항문관 안에 든 대변 등의 각종 배설물을 밖으로 밀어 내려는 힘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항문 주변에 힘이 가해지게 되고 이 때문에 혈관 등이 늘어나고 뭉쳐 치핵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치질이죠. 배변 시 이 치핵이 밀려나오거나 항문 주변이 찢어지면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고시생이나 의자에 계속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도 반드시 1~2시간마다 10분 정도씩 일어나 가벼운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을 하고 다시 앉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기 전 5~10분 정도의 좌욕 또한 도움이 됩니다. 식이섬유가 많이 든 제품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Real Talk. 6세 된 아이의 항문이 걱정인 초보 엄마

둘째 아이를 낳고 첫 아이에게 잠시 소홀해 있다가 얼마 전 목욕을 시키는데 아이의 항문 쪽에 조그만 살점이 생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변 볼 때 아프다는 말도 자주하구요. 혹시 치질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어린아이도 치질이 생기나요?


DR. Says.

어린이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치질은 보통 20대부터 생기기 시작해 40~50대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아이에게도 생깁니다. 이유는 대부분 심인성(心因性)으로, 보통 동생이 생긴 뒤 관심을 빼앗긴 아이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밥 먹기를 불규칙으로 하고 변의(便意)가 있어 부모가 화장실을 가라고 할 때에도 화장실을 가지 않고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항문에 힘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항문 괄약근이 점점 커지게 돼 살점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치질의 경우 어른과 같이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수술 요법은 절대 금물입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물과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게 해 부드럽고 숙성된 변을 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변 뒤나 취침 전에 따뜻한 물로 항문 주변을 자주 씻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변의를 느끼지만 대변 보기를 힘들어한다면 병원을 찾아 국소마취제나 연고 등을 처방 받아 항문 주변에 발라주어 배변을 유도해 보십시오. 이렇게 하면 점차 정상적인 배변 습관을 찾을 것입니다.


Real Talk. 다이어트 중인 29세 직장인 여성

결혼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서부터 변을 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변의가 생겨 화장실에 가면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피도 나옵니다. 최근에는 15일째 변을 못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DR. Says.

먹은 것이 없으니 대변으로 나올 만큼의 변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150cm나 되는 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머무르는 동안 변에서 각종 유해 물질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대장암, 두통, 어깨 결림, 피부 트러블 등의 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변비가 심해져 치질로 이어집니다. 지금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는 양을 조금 늘리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방법을 추천합니다. 첫째, 섬유질의 섭취를 늘립니다.


대변은 주로 섬유소, 단백질, 지방 화합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섬유소는 물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대변이 아주 딱딱하지 않고 약간 무른 상태가 되게 합니다. 섬유소를 많이 먹으면 적은 대변일지라도 변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양을 부풀릴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변을 좀더 쉽게 나오게 하고 변을 보는 횟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둘째, 수분 섭취를 늘립니다. 섬유질 섭취가 많아도 수분을 그만큼 섭취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셋째, 좌욕과 규칙적인 운동을 합니다. 이는 원활한 배변을 위해 필수입니다. 또한 변비 약을 너무 자주 복용하면 장 운동 기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변비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합니다.


Real Talk.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인 31세 여성

임신한 지 5개월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항문이 부어 오르더니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언니는 치질 때문에 둘째 아이 임신 자체를 두려워할 정도인데 저도 증상이 점점 심해져 두렵습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DR. Says.

임신을 하게 되면 자궁이 확대돼 자궁 아래 혈액순환이 나빠져 혈액이 정체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항문 주위 혈관도 압박을 받게 되고 늘어나며, 이것이 치질이 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이 갑자기 부어 오르거나 특정 부분이 튀어 오르고,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출산 후에는 대부분 증상이 빨리 사라지므로 임신 기간 중에 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좌욕을 생활화하고 심한 경우 변을 무르게 하는 제제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항문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마취제가 포함된 연고 등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신부는 수술적 치료는 받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헬스조선 배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