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혼례에서의 함

2010. 2. 6. 20:13혼례(결혼)

전통 혼례에서의 함 [ 2010년 2월 ]
함은 본래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며 서로가 혼인할 것을 약속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고대에는 소중한 물건을 전하던 함이 조선시대에 주자가례가 전래 되면서 신부댁에 혼인을 허락해준 데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1 떡은 모두 동방미인
2 원앙 목각인형은 금단제
3 나비장과 비녀 모두 지오로

 


신부의 집에서는 함 받을 준비를 한다. 병풍을 쳐 차단된 공간을 만들고 붉은 보자기를 깐소반 위에 정화수와 찹쌀과 팥을 섞어 찐봉치떡을 시루째 얹어놓는다.

 

그리고함을 받아 떡시루 위에 얹어놓는다. 함에서 혼서지를 꺼내 보고 함은 신부 일행이 기다리는 방으로 들여보낸다. 함을 받는 데 쓰인봉 치 떡은 신부의 밥그릇으로 잘라 신부에게 제일 먼저 먹이는데 이것은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전통혼례에서 함을 받는 것은 온 마을이 축하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였다. 청사초롱을 든 함진아비가 어둑해지는 마을 어귀로 들어서면 곧 마을 사람들이 함 들어오는 집으로 몰려가 함을 파네, 못 파네 하며 벌이는 함진아비와의 익살을 지켜본다.

TV도 비디오도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없던 당시에는 함진아비의 익살은 마을 최대의 볼거리이자 관심사였다. 그러다 함이 팔리면 모두 흥겹게 먹고 마시며 신랑 신부를 축하해줬다. 최근에는 함을 전하는 관례가 극히 간소화되어 신랑이 혼자서 함을 가져가고 가족들이 조촐하게 모여 결혼을 축하하는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함보내기
전통 혼례에서 함진아비 또는 혼수아비는 신랑의 친구 중 이미 결혼하여 부부 금실이 좋고 첫아들을 낳은 사람이어야 맡을 수 있었다. 함은 함진아비가 어깨에 메고 갈 수 있도록 무명필로 어깨 끈을 만든다.

무명 여덟 자로된 끈을 석자는 땅에 끌리게 하고 나머지는 고리를 만들어함을 지도록 하였다. 함끈은 한번 잡아당기면 쉽게 풀리도록 묶었는데 이는 신랑 신부의 앞날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감겨 있다. 함을 묶었던 끈은 첫아이를 낳으면 기저귀감으로 썼다. 함진아비는 함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져가는 역할을 한다.

옛날에는 잡귀를 막는다고 얼굴에 검댕을 칠했는데 요즘에는 오징어로 만든 가면을 쓴다. 함진아비를 앞세운 일행은 동네 어귀에서부터 함팔기를 시작한다. 신부측 사람들은 함진아비를 맞으러 나오는데 신부는 함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되었다.

함진아비는 일부러 힘든 시늉을 하며 인색하게 한 걸음 두 걸음 떼고 신부측 사람들은 함진아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돈도 놓고 술상도 놓고 신부 친구들이 나와 노래도부르며 함진아비를 집까지 데려온다. 신부집에 도착하면 부정한 것을 없애기 위한 주술적 염원으로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깨고 들어가는데 요즘에는 플라스틱 바가지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함을 팔고 받으며 마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잔치를 즐겼다.지나친 함값의 요구는 좋은 날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데 함을 팔러 가기전 신랑측과 미리 적당한 함값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함값은신부 친구들에게 꽃값으로 나누어 주기도 하고 신부 친구들은 그 돈을 집들이 선물을 장만하는 데 쓰기도 한다.

 


함받기
함이 들어오는 날은 신부가 처녀로서 보내는 마지막 잔치이다. 그날의 주인공답게 한껏 앳되고 예쁘게 꾸민다. 그날 신부는 처녀들이 즐기는 노랑 저고리나 색동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었지만 요즘에는 노랑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기도 한다. 다음으로 깃, 고름, 결마기, 끝동 등에 전통 문양의 금박을 찍은 삼회장 옷을 입고 댕기머리를 한다.

메이크업은 한복 차림과 어울리도록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신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예의를 차려 한복을 입거나 양장을 입는다. 신부와 어머니 모두 결혼 식당일에 입을 한복은 피한다. 신부의 집에서는 함 받을 준비를 한다.

병풍을 쳐 차단된 공간을 만들고 붉은 보자기를 깐소반 위에 정화수와 찹쌀과 팥을 섞어 찐봉치떡을 시루째 얹어놓는다. 그리고함을 받아 떡시루 위에 얹어놓는다. 함에서 혼서지를 꺼내 보고 함은 신부 일행이 기다리는 방으로 들여보낸다. 함을 받는 데 쓰인 봉치떡은 신부의 밥그릇으로 잘라 신부에게 제일 먼저 먹이는데 이것은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함 받고 난 후의 절차
신부 집에서는 수고한 함진아비 일행에게 한식 잔치상에 오르는 몇 가지 음식을 마련해 정성스럽게 대접한다. 식사가 끝나면 함진아비 일행은 오래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랑신부와 가족들은 결혼식 당일에는 정신없이 바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다. 함 받는 날을 결혼 축하 전야제로 삼아 친지들이 모여 조촐하게 즐기는 자리로 만들면 의미가 있다.

제품협조 금단제(02 517 7243), 동방미인(02 514 7955) 도움말 박희수(한복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박성진
통 혼례에서의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