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식(氣息)의 신비와 비밀

2009. 2. 7. 13:36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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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식(氣息)의 신비와 비밀

  

  연정화기에 대해 설명하려면 정좌과정 중 나타나는 호흡의 정지현상으로부터 설명해 나가는 것이 비교적 확실하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호흡의 정지현상에 대한 두 가지 해석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정좌과정 중 호흡이 자연히 중지되는 것을 수도상의 일반 술어로 지식(止息)이라 칭한다는 사실이다.

  불교의 사선팔정(四禪八定)과정에서는 이것을 기주(氣住)라고도 하며, 요가 수련법에서는 병기(甁氣)라 한다.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억제하여 정지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며, 이것을 병기(甁氣)공부라 하나 상품(上品)의 성취는 못된다.

  고요한 정()의 수련과정에서 저절로 호흡이 끊어지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병기(甁氣)의 경계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밀교에서는 이를 달리 보병기(寶甁氣)라고도 한다.

  다음으로 정좌과정 중 의식을 한 곳에 너무 과도히 집중함으로써 우연히 호흡이 거의 끊어지는 듯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때로 전신이 굳어지는 듯 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이것은 의식이 너무 집중되어 전신이 긴장됨으로써 나나난 현상이다. 이런 상태는 진정한 지식(止息)이나 기주(氣住)의 경계가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이것은 신경이 과도히 긴장됨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상태에서 만약 자연스런 이완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심경이 메마르고 생기가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신체와 사지의 관절이 굳어버릴 수도 있다. 비록 소설가들이 말하는 주화입마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이로 인해 병은  생길 수 있다.

  정좌좌정 중 이런 상태에 빠졌을 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심신을 최대한 이완시키는 것이다. 전신의 힘을 온통 빼버린  상태에서 호흡은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면 된다. 이것은 마치 보통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와 같다. 이렇게 잠시만 있어도 곧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경직된 상태가 오래된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다. 이럴 때는 단지 밀교와 도교의 특별교수법(敎授法)만이 유효할 뿐이다.

  만약 진정으로 정()이 넘쳐흐르고 심신이 고요해져 ‘기정신한(氣定神閒)’, 즉 기()가 안정되고 정신이 편안해진 연정화기의 경계에 이르렀다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마치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버린 듯 전신이 유연해지는 것이다. 이 상태가 조금 더 진행되면 마치 전신에 뼈가 없어진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기기는 아무 장애 없이 전신에 퍼져 충만하게 된다.

  맹자가 말한 “얼굴은 맑고 등에는 기기가 가득 차 사지로 뼏쳐나간[粹面盎背而 暢於四肢]” 또는 노자가 말한 “기를 지극히 부드럽게 하여 어린아이와 같아진[專氣致柔能嬰兒乎]”상태를 절로 체험하게 된다.

  이 경계에서는 참으로 몸과 마음을 온통 잊어버릴 수 있어 마치 천지와 하나가 된 느낌이 든다. 단경(丹經)에서 말하는 혼돈(混沌)이나 장자가 말한 “지체를 떨쳐버리고 총명을 몰아냄[墮肢體 黜聰明]”상태가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임을 알게 된다.    이 상태에서 고요한 정()의 상태를 유지하면 코를 통한 호흡이 미약해져 마침내 허파호흡이 거의 정지되는 상태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아랫배 속의 단전 부위가 열리고 닫히는(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수축 이완됨) 현상이 발생한다. 도교에서 말하는 태식(胎息) 또는 내호흡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다시 내장 각 부분의 기기가 충실해지면 식도나 기관지로부터 혀끝에 이를 자율신경 개통이 자연히 타통되어 쾌적해지면서 단전의 내호흡도 점차 미약해져  마침내 정지된다.

  이 때 오랫동안 침몰되어 있던 복부의 청춘선(靑春線)이 기능을 회복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치 어린애처럼 아무 욕구나 감정이 일어나지 않으며, 뱃속에 묘약이 들어있는 듯한 비할 데 없는 쾌감이 수반된다. 생식기가 고환을 따라 수축되며 기기가 임맥을 따라 혀끝으로 올라오면 혀끝이 절로 꼬부라져 목구멍을 막아 호흡이 정지된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연정화기의 초보적 경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정좌수도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