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4. 21:53ㆍ 인물열전
전태일
[全泰壹, 1948.8.26~1970.11.13]
젊은 나이에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의류제조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하였으나, 사회의 무반응과 개혁의 불가함을 느껴 의분 분신자살한 노동운동가.
전태일(全泰壹)은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서울로 옮겨와 생활이 어려워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17세 때 평화시장의 의류제조 회사의 재단사로 입사하였다. 당시 한국의 중소 기업은 노동집약적인 섬유, 봉제, 가발 산업이 성하던 시대였다. 청계천변에 자리 잡은 평화시장 역시 소상인과 소규모의 기업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가 근무하던 봉제공장은 그런대로 규모가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값싸게 채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많았고, 정부의 근로기준법이 있었으나 이를 어겨가며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가 많았다.
전태일은 직원이 2만여 명이나 되는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면서, 주변에서 나이어린 소녀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중노동에 박봉의 생활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의분을 느꼈다. 그는 동료 재단사들과 '바보회'를 만들어 평화시장의노동조건 실태를 조사하기도 하였다. 그는 '근로기준법(勤勞基準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내용을 공부하였으나 한자가 많아 내용을 알 수 없어 '대학을 나왔더라면 알 수 있었을텐데.....'라고 하며 한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근무하는 회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는 회사에 해당되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음을 알고 요로에 진정을 하였다. 노동환경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동청과 서울특별시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지만 번번히 묵살당하였다. 시청 근로감독관에게 감독을 요청하였으나 허사였다.
그가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서 근로 환경을 고발한 내용에 의하면, 2만 명이 넘는 직원의 90% 이상인 봉제공의 평균 나이가 18세이며 하루 근무시간은 15시간이고, 시다공의 평균 연령은 15세이며 하루 16시간을 일한다고 적고 있다. 그는 자신의 불행보다는 공장 내 나이 어린 여공들의 생활 환경에 더욱 동정심이 갔고, 이의 해결을 위한 의분(義憤)이 발동했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이 어린 소녀들이 안질,신경통, 위장병, 폐결핵 등에 고생하고 있으며, 성장기에 한 번 고생하면 평생 고칠 수 없게 된다고 하소연하며 근로환경을 개선해줄 것을 애절하게 호소하였다.
그가 고발한 열악한 근로환경과 개선 요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이 어린 소녀들을 고용 착취
- 근로 시간 어김(성인 공무원 주당 45시간인데 반해 15세 시다공의 주당 근로시간 98시간)
- 하루 종일 햇볕을 보지 못하고 환기되지 않는 공기로 안질, 폐결핵 등에 걸림
- 한 달 휴무일 격주제 2일
- 건강검진 형식적 (필름 없이 X레이 촬영)
<개선 요구 내용>
- 하루 근무시간 10~12시간으로 단축
- 1개월 휴일 2일을 매 일요일(4일)로 연장
- 건강검진은 정확하게 할 것
- 시다공 임금 하루 70 ~ 100원에서 50% 인상해줄 것 등
모든 것이 요구대로 개선되지 않자, '삼동친목회'를 조직하고 근로조건개선 시위를 도모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있으나 형식적이며,감독관청도 전혀 이를 지키려 하지 않자, 더욱 비애를 느끼고 죽음을 택하였다. 그는 정의심이 불타는 22세의 젊은 나이에 사회의 비정함과 무관심 미래가 없는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이 사회에서 형식에 불과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갖고 자신도 그 불에 함께 타들어가 생을 마감하였다.(1970. 11. 13)
그의 죽음은 당시 산업사회로의 도약과 민주사회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열망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특히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당시의 정부와 기업인 그리고 관료들에게 무거운 경각심을 주었다. 또한 1970년대 이후의 노동운동에 발화의 역할을 하여한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후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전태일 평전》이 저술되었고,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제작되었다. 최근에는 그가 분신한 곳을 기념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청계천 6가의 <버들다리> 위에 반신 부조상을 설치하였다(2005. 9. 30)
류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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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전태일’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많은 사람들이 전태일을 알고 있다.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을까? 대개의 경우 노동자의 참상을 고발하면서 이의 시정을 위해 생명을 바쳐 투쟁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태일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권익쟁취를 위해 단결된 투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태일이 그러한 삶을 산 것이 사실이고, 그리고 지금까지 전태일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을 촉구하는 것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것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태일의 적은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전태일을 그런 사람으로만 알거나 전태일정신의 계승을 그런 것으로만 간주한다면 그것은 전태일을 잘못 알거나 왜곡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태일은 그런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가 전태일정신에서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그의 투쟁적인 활동에서보다 그의 인간적인 성품과 높은 이상에서이겠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태일은 어떤 사람이고 우리는 전태일정신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전태일은 참으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그러나 전태일은 생활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키웠고 그 사랑을 통해 크나큰 지혜를 넓혔다.
그리고 전태일은 그토록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낙담하거나 타락하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이 인간적인 정을 나누면서 사는 세상을 바라는 높고 아름다운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사명감을 다졌다. 그리고 그 꿈, 그 사명감 때문에 언제나 당당하고 희망차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전태일은 그토록 어려운 조건에서도 마침내 그의 뜻을 이루었다. 전태일은 돈도 없고, 학벌도 없고, 빽도 없고, 그리고 유명인사도 아니고 힘 있는 친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이루기 힘든 그의 고귀한 뜻을 온전히 이루었다. 평화시장의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민주노동운동을 일궈냈으며,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즐거운 노동과 해방된 삶을 위한 인간해방운동의 횃불을 높이 올렸고, 그리고 마침내 인생 최고의 기쁨 법열을 얻었다.
그래서 나 자신 전태일에게서 엄청난 것을 배우고 있는 바,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어려울 때 ‘전태일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전태일은 지금의 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려워도, 오히려 그 어려움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지혜를 넓혔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어려움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더 넓은 지혜를 얻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함으로써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과 용기를 얻는데, 이것이 전태일에게서 배우는 첫 번째 교훈이다.
다음으로 나는 ‘전태일은 그토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움츠러들거나 타락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모든 사람이 즐겁게 일하면서 서로간의 정을 나누며 사는 인간해방의 세상을 건설해야 하겠다는 높은 꿈과 강열한 사명감을 불태웠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자아실현의 노동과 해방된 삶이 실현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나의 꿈을 놓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전태일에게서 배우는 두 번째 교훈이다.
그리고 나의 뜻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싶을 때 ‘전태일은 돈도, 학벌도, 그리고 아무런 빽도 없지 않았는가. 거기다가 유명인사도 아니고, 지지해주 주는 사람도 없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전태일은 자기의 뜻을 이루었지 않았는가. 나는 전태일에 비하면 가진 것이 너무 많은데, 왜 내 뜻을 이루지 못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감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전태일’에게서 배우는 세 번째 교훈이다.
인간해방의 새 세상을 이루기 위해 생명까지 바친 전태일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교훈이지만, 특히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더욱이 그 어려운 생활환경에서도 공부에의 열정을 불태웠던 전태일이니, 청소년들에게 이것보다 더 소중한 교훈이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오는 ‘전태일평전’을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높은 꿈과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믿음직스러운 청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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