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생존율' 90%… 식물성 유산균을 아시나요

2009. 9. 24. 20:06게시판

'장 생존율' 90%… 식물성 유산균을 아시나요

아침에 요구르트 한 병을 마시면 장까지 살아서 도착하는 유산균은 얼마나 될까? 유제품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1병당 100억 마리나 되지만, 실제 장에 도달하는 것은 이 중 20~30%뿐이다. 유산균이 위산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에 강한 식물성 유산균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물성 유산균은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비율이 90%가 넘어 '수퍼 유산균'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통식품 '스구키츠케(순무절임류)'에서 분리한 '라브레균'이라는 유산균을 이용한 음료와 생과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서도 풀무원, 한국야쿠르트 등에서 식물성 유산균을 이용한 음료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장내 산성 환경에 강해

식물성 유산균은 김치, 장류, 과일 등 식물성 식품에서 생식한다. 이에 반해 보통의 유산균은 우유, 요구르트 등 동물성 식품에 생식하므로 동물성 유산균이라 부른다. 박용하 영남대 미생물공학과 교수는 "그 동안 동물성 유산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유산균을 캡슐로 싸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원래부터 염분이 많고 산성이 강한 김치, 된장, 간장 등에 서식하는 식물성 유산균은 위나 소장의 산성 소화액에서도 잘 죽지 않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실제로 이정민 남부대 식품생명과학과 교수가 식물성 유산균과 동물성 유산균의 특성을 비교해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식물성 유산균은 동물성 유산균보다 장 세포에 들러붙는 능력이 3.84배, 곰팡이에서 나오는 독소인 아플라톡신을 제거하는 능력이 8.54배 높다.

식물성 유산균 제품을 만드는 국내외 업체들은 식물성 유산균이 장 활동 촉진이나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가 동물성 유산균과 비슷하면서도 생명력은 400배 이상 강한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유산균의 생존율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박용하 교수는 "유산균은 유산균을 싸고 있는 껍질에 좋은 성분이 많아 죽어도 효과를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유산균은 장내 침입해 유해균을 죽이는 등 다양한 역할을 추가로 할 수 있어 죽은 유산균보다 10배 이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인에 이점 더 많아

유산균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설사나 변비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러나 이 밖에도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최근 밝혀지고 있다. 이부용 차의과대학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유산균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알레르기 물질 등이 장관 점막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아토피성 질환과 과민성장증후군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대장 내 산도를 낮춰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균을 죽이고, 장내 지방 흡수를 억제해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생존력이 강한 식물성 유산균은 특히 한국인처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해온 동양인에게 이점이 많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장(腸)의 길이가 80㎝정도 더 길다. 영양분이 적고 소화흡수 속도가 더딘 야채류 등의 통과 시간을 늘려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빼내기 위해 유전적으로 길어진 것이다. 이부용 교수는 "이런 특성 때문에 같은 양의 유산균을 먹어도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유산균이 장 끝부분까지 생존할 확률이 낮은데 식물성 유산균을 섭취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량은 동물성 유산균의 절반

동물성 유산균 음료는 유산균을 우유에 넣어서 만드는 반면, 식물성 유산균은 과일이나 콩 등으로 만든 음료에 넣기 때문에 칼로리가 동물성 유산균 음료의 절반 정도다. 따라서 식물성 유산균 음료는 음식물 열량에 예민한 젊은 여성에게 어울린다. 또 김치나 콩 등을 먹기 싫어하는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부용 교수는 "유산균만 놓고 본다면 김치 유산균을 넣은 음료를 마시면 김치를 먹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