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5. 06:02ㆍ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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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오늘 오랜 만에 가보니 내부를 많이 손봤더라고요. 물고기들이 노니는 화면도 마련해 놓고 말이죠.^^
사실 오늘은 결혼 기념일이고, 아침부터 날씨는 비를 약간 뿌린 흐리다면 흐리고, 침착하다면 침착한 그런 날이었지요. 결혼 기념일이라고 들뜨고 법석을 부리기에는 이제 나이도 그렇고, 어떤 특정한 날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조금 더 깊은 사유로 결혼 생활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믿기에 저는 전 날 카드 한 장 써 놓은 걸 남편에게 주는 걸로 이 날을 그야말로 조용히 보내고자 했답니다.
하지만 남편은 또 생각이 달라서인지 하루 휴가를 내서 오랜 만에 함께 스파도 가고, 저녁도 좀 근사한 데 가서 먹자고 하더군요. 이런 제안을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고, 또 그런다면 남편은 당연 삐질 게 뻔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약간 흐리고 축축했던 오늘 스파에 다녀왔지요. 그런데 사실 빛이 쨍쨍한 날보다 이런날이 그런 곳을 방문하기에는 더욱 좋다는 걸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우선 햇볕이 따갑지 않으니 얼굴 자외선에 마구 노출 할 일도 없고, 이런 날 따끈따끈한 물에 들어 앉아 있는 게 훨씬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사우나를 해 보니, 운동을 하기 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운동 효과인지 뭔지 아무튼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땀이 물 흐르듯 흐르면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더군요. 정말 몸의 독소가 제대로 빠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숨은 턱 막혀도 기분은 좋아졌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뜨거운 곳에서 견디다 바로 앞에 있는 냉탕으로 뛰어들 때의 그 기분은 아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너무도 시원하고 몸이 뜨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되잖아요? 그렇게몇 번을 사우나와 냉탕을 들락거리면서 제 몸과 마음을 호사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인지 꽤나 배가 고파오는데 다른 때와 달리 이번에 가져간 것이라곤 M&M 쵸콜렛 몇 알과 포도 몇 알, 거기에 복숭아 두 쪽, 사과 한 쪽이 다라서 그것을 먹어도 조금 어지러운 듯도 하면서 허기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남편 말대로 요즘 운동을 좀 과하게 해서 근육이 피곤해져 인지 아무튼 졸음이 슬슬 와서 깜박 잔다는 게 그만 거의 한 시간은 잤나 봅니다(물론 가져간 책 반 이상을 읽기도 했지만요).
남편이 깨워 그제서야 눈을 뜨고는 바로 샤워하고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저녁은 저녁이고 지금 조금 배고프지 않냐고, 자주 가는채식주의자 식당에 가서 샐러드라도 먹고 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또 오케이! 했지요. 전 웬만하면 남편 말을 잘 따라주는 착한 아내니까요. ㅋ
얼마 전부터 주중에는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동생이 저를 많이 압박해서랍니다. 운동은 정말 많이 힘들게 해야 효과가 있다면서 저를 하루도 못 쉬게 하는데, 처음엔 정말 죽겠더니 그것도 습관이 되니 견딜만하더라고요. 게다가 지난 주일에 성당에 갔더니오랜 만에 뵙는 분들이 제게 이구동성으로 “아니, 웬 살이 그리 빠졌어요. 얼굴도 더 홀쭉해졌네~” 하는 말을 옆에서 들은 동생이 “거봐, 다 내 덕인지 알지? 언니는 그저 내 말만 들어야 해!”라면서 유세 아닌 유세를 좀 떨더라고요.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어머니께서 또 미사 후 전화를 하셔서 동생이 몸이 안 좋으니 어머니,아버지 걱정은 말고 둘이 맛난 것 먹고 들어오라고 해서 동생과 저만 점심을 먹으러 갔었지요. 우리 둘 다 별 것 아닌 것 먹고 팁은 꼭 줘야 하는 게 아까워 그냥 저희들이 좋아하는 푸드코트 내에 있는 태국 음식점으로요. 여긴 일요일에는 저녁 식사만 하는 식당도 많고, 아무리 어머니께서 그리 말씀하셔도 우리끼리만 정말 맛난 것 먹기에는 죄의식이 느껴져서 말이지요. ㅎ
참,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내는 이유는 바로 주중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오늘은 예외라서 동생과 큰 조카만 피트니스 센터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는 그 이야기와 그래서 동생과 조카를 또 픽업해 데려다 주려면 그냥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별로 그다지 근사하지 않은 레스토랑에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랍니다.^^
이탤리안 레스토랑인데 음식 가격 대비 맛이나 분위기가 괜찮아서 가끔 남편과 가는 곳이지요. 그래서 비가 촉촉히 내리는 저녁 그곳에서 남편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창 밖의 비를 감상하면서 말이지요.
남편은 브르쉐타를 에피타이저로 주문하고, 저는 감자대파 슾을 주문했는데 브르쉐타는 오늘 조금 다른 때보다 더시었고, 감자대파 슾은 약간 짰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답니다. 밀로 만든 롤빵은 따끈하니 올리브에 찍어먹으니 아주쫀득쫀득했고요.
메인으로 남편은 나폴리 스파게티를, 저는 틸라피아라는 농어목 생선과 밥, 야채를 주문했는데 버섯소오스가 조금진해서(크림이 많이 들어간 듯) 다이어트에 안 좋을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야채들은그냥 다 데친 것이라 간도 거의 안 되어 있고, 밥 역시 안남미라 칼로리 그리 높지 않아 좋았고요.
참, 그리고 이제 며칠 후면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세 모녀만 오붓하게 라스베가스를 여행할 예정인데 그곳에서 맛나게 먹은 것들도 차례차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들은 제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남편과 갔었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들인데 저는 새우리조또를, 남편은 생선요리를 주문했지요. 후식으로는 티라미슈 케익과 누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음식이나 후식 모두 아주 훌륭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긴 좌석도 그리 많지 않은 레스토랑이지만 꽤나 유명한 곳이라고 예약을 꼭 해야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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