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 변화 ‘수목장’ 는다

2009. 9. 28. 07:19게시판

 

장묘문화 변화 ‘수목장’ 는다

인천가족공원내 2곳 1년도 안돼 700기 안치
이용료 1년 1만원에 환경친화적 관심 고조
작년 화장률도 증가 … 시, 자연장 확대키로

경향신문 | 최보경기자

 

인천의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다. 봉분을 만들어 흙에 묻히려는 이들은 점차 줄고 한줌 재로 돌아가려는 이들은 늘고 있다.

추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5일 오후 인천가족공원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했다. 미리 성묘를 온 가족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가족공원 안쪽 화장장 뒤편으로 마련된 수목장림은 고요했다. 여느 숲과 다름없이 나무만 무성히 자란 이곳이 묘지라는 사실은 한눈에 봐서는 알기 어려웠다. 숲 입구에 마련된 합동제례단과 나무에 매달린 이름표, 추모자 명단이 적힌 작은 비석만이 수목장림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공설수목장림을 개장하고 10월부터 유골을 안장하고 있다. 수목장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뿌리 주변에 묻는 장례 방식이다. 인구증가에 따른 땅 부족 문제와 산림훼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새로운 장묘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고인에 대한 추모를 위해 합동제례단이 마련돼 있고 수목장 주변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숲 속을 거닐 수 있다.

시는 총사업비 8억4000만 원을 들여 인천가족공원 내 두 군데 수목장림 2만6031㎡를 조성했다. 수목장에 사용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 등 모두 475주다. 추모목 1주당 6~10위가 안치돼 2850위가 안치될 수 있는 규모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문화이지만 개장 1년도 채 되지 않아 700기 가깝게 수목장을 선택했다. 하루 2~3기의 유골이 나무에 묻히는 셈이다.

지난해 인천시 화장률은 77.9%로 총 사망자 1만1366명 중 8857명이 화장했다. 이는 2007년 73.6%보다 4.3%p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땅이 부족한 서구와 동구의 화장률이 각각 81.3%로 가장 높았고 부평구, 남구, 연수구 등도 78% 이상의 화장률을 보였다. 반면, 강화군과 옹진군의 화장률은 각각 61.7%, 48.7% 수준이었다. 다른 구군에 비해 토지 여유가 있고 재래 문화가 살아있는 강화군도 2007년에 비해 화장률이 10%p 가량 늘어나 변화하는 장묘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묘문화 정착을 위해 자연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수목장림을 2021년까지 15만주로 늘리고 잔디장(유골을 묻고 잔디로 덮는 방식), 화초장(유골을 묻은 위에 화초를 심어 정원을 조성하는 방식) 등 자연친화적인 장묘법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노인정책과 최병윤 팀장은 "수목장은 이용료가 1년에 1만 원꼴로 저렴해 부담이 없다"며 "기존 봉분에 대한 보상 문제가 쉽지 않지만 가족공원을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최보경기자 cbk41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