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맛 여행

2009. 9. 28. 11:01게시판

 
[당일치기 맛 여행 ①]
 “먹고·마시고·놀고…하루가 길어요”
 
 
막바지 여름이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럴듯한 시설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엔 시간이 없고, 팍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이럴 땐 후다닥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이 좋을듯 싶다. 숙박비 걱정없어 좋고,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먹을 거리가 빠지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된다. 배부르게 먹고, 색다른 체험도 가능한 실속형 당일치기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강원도 정선
레일바이크 타고 추억의 음식 맛보기


“네~네. 시골밥상 금방 나갑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정선군 북면 여량 읍내에 있는 ‘옥산장’에는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일찌감치 도착한 손님들은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고, 뒤늦게 식당을 찾은 단체여행객들은 앉을 자리를 구하지 못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내놓는 가정식산채백반(6000원)은 생각 보다 푸짐하고 맛깔났다.

서울에서 웬만한 한정식 한 상에 1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강원도의 산나물들을 정성스레 무쳐놓은 음식과 메추리알 무침, 호박 무침 등의 소박한 시골음식은 오히려 '웰빙음식'에 가까웠다.

아침 일찍 출발 해 정선읍 구절리역에서 이색 레포츠 ‘레일바이크’를 즐겼던 여행객들은 “배고파서 그런지 더욱 맛있다”며 금방 한 상을 비워내는 모습이었다. 경남 창원에서 아들 차진혁(15)군과 함께 모자 여행을 온 반숙경(40)씨는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정선음식이 의외로 입맛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가족휴가로 정선을 찾은 윤창원(49)씨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 노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즐겁다”며 웃어 보였다.

조금은 소란스럽기까지 한 맛깔스러운 음식 이야기 사이로 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잠시만 주목 해 주세요.” 목소리 주인공은 ‘옥산장’ 주인 전옥매(75) 할머니였다.

“저희 집을 찾아오신 손님들 감사드립니다. 맛있게 식사하시라고 정선아리랑 한 소절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전 할머니는 옥산장에서 15년 간 단체손님과 숙박손님들에게 아리랑을 불러주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는 지세가 워낙 험해요. 그래서 다른 지역 아리랑은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하지만 정선 아리랑은 고개로 ‘넘겨 달라’고 부탁 하는 거래요.”

정선아리랑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곱고도 애절한 정선 아리랑은 한참을 이어졌다. 애절한 아리랑을 배경으로 손맛 나는 산채정식을 맛보는 것은 정선 여행의 또다른 기쁨이다. 033-562-0739.


정선5일장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2, 7일 단위로 열리는 정선5일장은 도시에서 만나기 힘든 토속음식을 맛 볼 수 있기 때문. 곤드레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간장·고추장·된장 등으로 비벼먹는 곤드레비빔밥, 국수가 콧등을 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콧등치기국수, 정선의 주 특산물인 황기를 넣어 끓인 황기백숙, 올챙이를 닮은 올챙이 국수, 정선에서 나는 갖가지 산나물로 만든 산채정식 등을 맛 볼 수 있다.


작은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만들어 수제비를 동동 띄운 ‘던지미탕’은 현지 주민의 강추 음식. 장이 서지 않는 날이라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통마을 ‘아라리촌’의 주막(033-563-0050)에서 파는 곤드레나물밥(6000원)과 산채정식(1만원)을 맛보면 된다.

정선역에서 맛보는 감자전도 별미다. 정선역 안 은혜식당(033-562-1999)은 20년간 감자전(1000원)을 부쳐 내놓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혹은 포장해서 열차 안에서 먹어도 좋다. 한 입 찢어 먹으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에 오래 남는다.


정선 지역은 철도를 이용해도 불편하지 않다. 코레일에서 내놓은 ‘정동진, 바다열차, 레일바이크 기차여행’(9만8000원)이나 ‘정선5일장 패키지(5만9000원부터)’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02-393-8770.



방수진 인턴기자 [fom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