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즐거움을 2배로 만드는 법

2009. 10. 5. 07:55게시판

[장홍박사의 와인이야기] ⑥ 와인과 기쁨
와인의 즐거움을 2배로 만드는 법
 
와인을 마시는 최고의 목적은 기쁨이다. 단지 취기만을 위해 마신다면 위스키나 소주와 같은 독주가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와인이 주는 기쁨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기쁨과는 달리 어딘가 ‘자각된 기쁨(well-considered pleasure)’이다. 그만큼 사전의 준비와 마음의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와인을 와인답게 즐기기 위해, 마시는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1. 일상생활 속에서 색, 향, 맛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감더라도 오렌지 주스와 콜라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와인 간의 차이는 이보다 훨씬 미묘하고 복잡하기에 평소 마시고 먹는 음료나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하면 감각기관의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된다.

2. 너무 강렬한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은 피하라. 김치, 젓갈, 고추장 등이 여기에 속하며 특히 식초와 와인은 상극을 이루니 식초가 든 음식과는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3. 마시는 와인에 맞는 적절한 잔을 선택하고 잔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지 말라. 각 와인 생산지역마다 고유의 잔이 있지만 너무 종류가 다양하여 일반 가정에서 모두 갖추기는 힘드니 INAO(프랑스 국립 원산지명 연구소) 잔으로 통일하라고 권한다. 잔을 3분의 1만 채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와인에서 발산되는 향이 머무를 공간이 절대 필요하고 다음으로 공기와의 접촉을 위해 와인 잔을 돌릴 때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4. 각 와인의 특성에 맞는 적정 온도에서 마셔야 한다. 일일이 기억을 못하면 와인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와인과 온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같은 녹차라도 따뜻할 때와 차게 식었을 때 마시는 맛이 전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5.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라. 와인은 ‘빨리빨리’ 문화와는 상반된다. 아무리 좋은 와인을 아무리 준비를 잘 해서 마신다 해도 급히 마시면 와인의 맛을 절대 음미할 수 없다. 여유를 가지고 색깔을 쳐다보고, 향을 맡고, 입안에서 서서히 굴려가면서 맛과 터치를 즐겨야 한다.

6.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편안히 마셔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기분이 언짢을 때나 함께 먹는 사람과 껄끄러운 사이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우리의 뇌는 기억을 선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평생 잊지 못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어떤 와인을 마셨다면 그 기억을 우리의 뇌는 오래 간직할 것이다. 그 와인의 객관적인 질이 어느 정도이건 그 와인은 좋은 와인으로 각인될 뿐만 아니라 장래에 좋은 와인의 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감각과 기억이 주관적이고 선택적인 한, 와인과 분위기는 상당히 중요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기억해두기 바란다. 그리고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훌륭한 와인이 함께 한다면 기쁨을 배가하기 위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장 홍 |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 프랑스 고문서학 특수대학원 석사를 거쳐 ‘유럽통합과 독불 여론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년 넘게 알자스에 머물면서 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키워오고 있다. ‘문화로 풀어본 와인 이야기, wine&culture’ 등 다수의 와인 관련 책도 냈다.


 

남명래 | 한남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의 E.S.A.M 고급현대미술학교 시각디자인과, 리옹의 ECOLE EMILE COHL 만화영화(Animation)과를 졸업했다. 현재 공주국립대, 공주영상대학 등에 출강하고 있다.


 / 글 = 장홍 와인칼럼니스트  삽화 = 남명래 공주영상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