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칼 안대고 예뻐지려면

2009. 10. 16. 07:50게시판

 

몸에 칼 안대고 예뻐지려면

[조인스]

Spare the Knife

뉴스위크나이가 들수록 더 젊어 보이고 싶어진다. 나는 화장의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껴서 언제나 우아하게 늙어가면서 거기에 만족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요지부동했던 생각이 마흔 나이에 가까워지고 피부가 중력의 힘을 못 이기게 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요즘엔 젊고 예뻐 보이게 하는데 굳이 몸에 칼을 댈 필요는 없다. 무통증 미용성형요법의 발전으로 수술 없이도 외모를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실제로 저렴하고 손상이 적은 미용시술(고주파 안면 주름제거 요법부터 생분해성 유방 보형재까지)의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 높은 미용성형 산업의 판도가 바뀌었다.

영국의 경우 2006~2007년 비(非)수술 미용요법 건수가 배 이상 증가해 전체 미용성형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중에도 영국에서는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비수술 미용성형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사람들이 더 저렴한 대안을 찾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미용요법은 호텔 스파에 많다.

450여 개의 호텔·리조트·스파를 거느린 고급 호텔·접객업 그룹인 LHW(Leading Hotels of the World)는 세계 곳곳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용요법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코의 호텔 칼스바드 플라자에서는 냉동요법(cryotherapy)을 실시한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방에 몇 분 동안 들어가 있는 방식인데 현지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몸 안에서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피부를 비단결처럼 매끄럽게 만드는 주요 호르몬인 콜라겐은 젊을 때는 많이 만들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carlsbadplaza.net). 건식 이산화탄소 목욕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천연가스를 채운 비닐 백으로 몸을 감싸서 부기와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고 흉터까지 치유한다.

이탈리아 마렘마에 있는 스파(Terme di Saturnia Spa & Golf Resort)에서는 이온도입 요법(Isophoresis)을 시행한다. 지방 흡입술의 대안으로 초음파를 이용해 비타민과 식물 추출물을 피하로 투과시켜 체내에 쌓여있는 지방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비타민과 추출물은 혈류 속으로 녹아 들어가 창자와 콩팥에서 걸러진다(termedisaturnia.it, 240달러부터. 이에 반해 기존의 미용성형 수술은 2000달러 수준이다).

다른 많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나의 고민은 엉덩이·허리·허벅지의 지방 덩어리다. 하지만 남아공의 페줄라 호텔 리조트&스파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지방이 유익한 곳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얼굴이다. 페줄라 리조트는 지방 대용물을 사용하는 더마 필러 요법을 실시한다.

바늘로 히알루론산(산성 다당류)을 주사해서 각종 주름을 당기고 팽팽하게 만들어 눈·코·입 주변의 피부를 매끈하게 한다. 30분이 소요되는 이 요법의 효과는 최대 3개월간 지속되며 그때 가면 젤이 녹아서 몸밖으로 배출된다(pezularesorthotel.com). 하지만 운동 효과가 없는 다른 신체부위는 어떻게 할까? 헬스클럽에서 훔쳐본 바로는 대체로 날씬한 여성들이 무릎과 손에 주름이 가장 많았다.

태국에 있는 치바-솜 메디-스파(Chiva-Som International Health Resorts Niranlada Medi-Spa)에 가면 그 해결책이 있다. 타이탄 같은 적외선 레이저 요법과 서마지 같은 고주파 요법으로 늘어진 피부를 팽팽하게 당기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chivasom.com) 미용의 세계에서는 효과가 금방 나타나면 뭐든지 인기만점이다.

그런 까닭에 나도 웨딩 드레스를 입기 전날 밤 두바이에 있는 제벨 스파(Jebel Ali Golf Resort & Spa)의 ‘이오니서미(Ionithermie) 퍼밍 & 토닝’ 같은 미용요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이는 체형교정이 필요한 부위에 찰흙과 조류(藻類) 부착포를 붙인 뒤 전류를 흘려 보내서 30분 동안 근육을 압박하며 체내의 독소와 물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시술 후 복부 둘레가 최대 30cm까지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주로 물살이 빠진 결과다(jebelali-international.com). 학설에 따르면 언젠가는 내 가슴이 어떤 브라를 착용하든 샌드백처럼 축 처지게 된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이 그런 말로 내게 겁을 줬지만 나는 이미 대책을 마련해 뒀다.

임플란트가 필요 없는 새로운 가슴 보강 시술이다. 런던 할리 스트리트 98번지에 있는 프라이비트 클리닉(www.theprivateclinic.co.uk)이 개발한 이 시술법은 바늘로 생분해성 매크로레인 젤을 가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젤로 가슴의 탄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12~14개월이다. 하지만 그때 가서 손상이 적은 미용성형 요법이 새로 개발될지 누가 알겠는가?■

SANA BUTLER 기자

몸을 얼리면 피부가 빛난다!
Frozen Smooth


헬싱키 외곽에 있는 호텔 하이코(Hotel Haikko Manor and Spa, www.haikko.fi). 영하 150도C의 밀폐된 냉동실 안에서 3분 동안 덜덜 떨고 있다가 방금 나왔다. 그것도 수영복, 벙어리 장갑, 회색 가죽신을 착용한 반라 차림이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 팔에 손을 댈 때마다 따끔따끔하고 화끈거린다.

액화질소로 이뤄진 얼음 안개 속에서 호흡을 한 탓에 코털이 얼어붙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여직원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때 너무 서둘러 출구 쪽으로 나오다가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다. 그 여성이 손을 뻗어 잡아줬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얼어붙은 바닥에 달라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중 아니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3분이었다.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은 고행을 반복해야 한다. 나는 미용이라는 이름으로 내 몸을 얼린다. 냉동요법(cryotherapy)은 원래 운동선수의 부상 치료법이었지만 최근엔 가장 훌륭한 회춘의 묘약으로 탈바꿈한 듯하다.

이는 신체가 극한의 온도에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가 충격을 받아서 평소엔 배출되지 않던 엔돌핀(행복감을 유발한다)과 콜라겐을 생성한다는 이론에 기초한다. 쇼크로 신체가 본래 나이를 잊고 35세 이하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말이다(콜라겐은 35세부터 생성이 둔화된다). 하지만 회당 4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세 번을 반복해야 한다.

둘째 날엔 하이코 냉동실의 개발자인 마르티 그뢴 박사가 동참했다. 유럽 각지에 비슷한 냉동실이 몇 군데 있지만 최대 전문 피부학회의 의학적 연구에 기초한 클리닉은 하이코뿐이다. 빨간색 트렁크 수영복을 입은 그뢴 박사의 눈썹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고 입술은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그는 내 고통을 잊게 하려고 이 요법의 과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처음 15초 동안 피부의 혈액이 장기를 따뜻하게 보호하려고 이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나올 때 펌프질하듯 몸 전체를 힘차게 순환하면서 피부 세포를 수축하고 팽팽해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박사의 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 시간이 잘 간다고 말했다. 사실 추위 자체보다는 냉동실에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크다. 영하 150도C는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에 겨울 날씨와는 다르다. 셋째 날엔 헤비급 복서 두 명이 함께 들어갔다. 그들은 두려움을 떨치려고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면서 “가자, 하자”고 외쳤다.

몇 시간 뒤 내 피부가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서자 핀란드 종업원이 물었다. “피부를 어떻게 한 거예요? 빛이 나네요.” 게다가 나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자전거를 빌려 타고 8km를 달려서 시내로 나가 와인 한 병을 사왔다. 나는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지만 하이코에는 시간의 태엽을 다시 감는 방법이 있다. 적어도 얼마 동안은.

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