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둔찐빵 마을’ 9개의 가게, 9가지 손맛
2009. 11. 24. 21:31ㆍ게시판
‘황둔찐빵 마을’ 9개의 가게, 9가지 손맛 [중앙일보]
장이 솥에서 갓 쪄낸 찐빵을 꺼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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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에서 영월군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황둔이라는 곳이 있다. 시골 소도시의, 그것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변방의 마을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황둔은 예외 중 하나다. 황둔을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황둔찐빵’ 덕분이다. 비록 지명이 찐빵 앞에 붙은 고유명사처럼 통하고, 강원도 횡성군의 안흥찐방에 비하면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어쨌든 황둔을 기억하는 사람은 먼저 찐빵을 떠올린다. 황둔은 영월군 동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비슷비슷한 시골길이 이어지다 느닷없이 작은 동네가 나오고, 초입부터 엄청난 크기의 ‘황둔찐빵’ 간판을 단 집들이 줄줄이 보인다. 이쯤 되면, 이 길을 지나는 누구라도 차를 세우고 찐빵 하나는 사먹어야 할 것 같은 유혹을 느낀다. 찐빵집은 모두 9개다. 한데 한두 집이 아니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메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씩 다르다. 흔히 작은 시골마을에서 내는 먹을거리들은 대개 협업으로 맛을 통일하는 데 비해 이곳에선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집집마다 자기 집 찐빵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느라 바쁘다. 9개 찐빵집이 모두 경쟁관계다. 그래서 황둔찐빵은 다른 찐빵과도 다르고, 이 동네 찐빵집들끼리도 다르다. 황둔찐빵의 ‘다름’을 찾아봤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글=한은화 기자
황둔찐빵은 양은솥 가득 올라오는 수증기로 빠르게 쪄내야 제 맛이 난다. 황둔송계원조찐빵의 이금예 사장이 솥에서 갓 쪄낸 찐빵을 꺼내고 있다. | |
색깔이 다르다 집집마다 흰색·노란색·핑크색·초록색·검은색·보라색 등 최소한 찐빵 색깔이 다섯 가지는 넘는다. 반죽에다 파프리카·백련초·솔잎·자색고구마 등 색깔을 낼 수 있는 온갖 채소들을 섞어 색을 낸다. 옥수수찐빵의 경우엔 아예 옥수수 알갱이를 반죽에 버무려 넣어 노란색을 도드라지게 하기도 한다.
소도 제각각이다 흰색 찐빵 안에 팥소. ‘찐빵’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공식이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어느 집은 흰 찐빵에서 노란 고구마 소가 나온다. 어떤 집에선 콩이나 단호박이 나오기도 한다. 팥·완두콩·고구마·호박 등 앙금을 낼 수 있는 채소와 곡식은 다 찐빵소로 활용된다.
쌀·보리·밀가루 … 뭐든 찐빵이 된다 쌀찐빵·흑미찐빵·보리찐빵·옥수수찐빵 등 빵을 만드는 재료도 밀가루만이 아니다. 같은 쌀찐빵이라고 해도 쌀을 넣는 비율은 집집마다 다르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찐빵 맛은 아니다 밀가루에 막걸리 반죽으로 만들었던 옛 맛은 기대하면 안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세련된 맛으로 변화를 추구한 때문이다. 어떤 집은 마가린과 우유를 넣고, 다른 집은 물엿을 넣고, 또 다른 집은 설탕과 소금을 넣는다. 이스트로 발효하기도 하고, 이스트와 막걸리를 섞기도 하고, 막걸리만 넣기도 한다.
황둔찐빵은 이런 시장 경쟁을 벌이며, 빵은 점점 부드럽고 쫄깃해진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옛 찐빵의 거친 맛을 볼 수 없다는 건 다소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어쨌든 황둔에선 집집마다 모듬찐빵이 가장 잘 팔린다. 한 개에 500원. 20개들이 한 상자에 1만원이면 색색의 빵들을 돌아가며 다 맛볼 수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 신제품 속속 선봬
황둔찐빵의 출발은 한 옷가게였다. 현재 ‘황둔송계원조찐빵’의 이금예(58·여) 사장이 1992년 옷가게 구석에 가마솥 하나를 걸고 찐빵을 팔기 시작했다. 안흥찐빵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씨는 보통 집에서 해먹던 막걸리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황둔이 영월 동강으로 가는 길목이다 보니 동강에 가던 사람들이 이씨의 가게 앞에 내려 찐빵을 사먹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꽤 되니 인근에 찐빵가게가 하나둘씩 생겼다.
황둔찐빵이 안흥찐빵과 차별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1년 원주시에서 찐빵가게를 하던 하문호(51·황둔쌀찐빵) 사장이 ‘쌀찐빵’을 개발해 황둔에 가게를 열었다. 쌀 농사를 짓던 농부였던 하씨는 쌀로 찐빵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하지만 100% 쌀로 찐빵을 만들면 떡이 됐고, 밀가루처럼 부풀지 않아 밀가루와 섞는 황금비율을 찾느라 골몰했다. 6개월여 만에 결국 쌀가루의 비율이 50~60% 정도 됐을 때 쌀가루의 고소한 맛이 나면서 폭신한 찐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효할 때 이스트 외에 막걸리도 넣어야 쌀가루가 더 잘 부푼다는 것도 알았다. 완성된 ‘쌀찐빵’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폭신하면서 쫀득하고, 냉동 보관 후 데워 먹어도 빵이 푸석푸석해지지 않았다. 하씨의 쌀찐빵이 황둔찐빵 거리의 명물이 됐고, 다른 가게들도 모두 쌀찐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0년에 황둔·송계마을이 정보화 시범 마을로 지정된 것도 황둔찐빵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마을 곳곳에 인터넷 선이 깔려 찐빵가게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지금은 전국의 손님을 상대로 찐빵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소도 제각각이다 흰색 찐빵 안에 팥소. ‘찐빵’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공식이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어느 집은 흰 찐빵에서 노란 고구마 소가 나온다. 어떤 집에선 콩이나 단호박이 나오기도 한다. 팥·완두콩·고구마·호박 등 앙금을 낼 수 있는 채소와 곡식은 다 찐빵소로 활용된다.
쌀·보리·밀가루 … 뭐든 찐빵이 된다 쌀찐빵·흑미찐빵·보리찐빵·옥수수찐빵 등 빵을 만드는 재료도 밀가루만이 아니다. 같은 쌀찐빵이라고 해도 쌀을 넣는 비율은 집집마다 다르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찐빵 맛은 아니다 밀가루에 막걸리 반죽으로 만들었던 옛 맛은 기대하면 안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세련된 맛으로 변화를 추구한 때문이다. 어떤 집은 마가린과 우유를 넣고, 다른 집은 물엿을 넣고, 또 다른 집은 설탕과 소금을 넣는다. 이스트로 발효하기도 하고, 이스트와 막걸리를 섞기도 하고, 막걸리만 넣기도 한다.
황둔찐빵은 이런 시장 경쟁을 벌이며, 빵은 점점 부드럽고 쫄깃해진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옛 찐빵의 거친 맛을 볼 수 없다는 건 다소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어쨌든 황둔에선 집집마다 모듬찐빵이 가장 잘 팔린다. 한 개에 500원. 20개들이 한 상자에 1만원이면 색색의 빵들을 돌아가며 다 맛볼 수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 신제품 속속 선봬
황둔찐빵의 출발은 한 옷가게였다. 현재 ‘황둔송계원조찐빵’의 이금예(58·여) 사장이 1992년 옷가게 구석에 가마솥 하나를 걸고 찐빵을 팔기 시작했다. 안흥찐빵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씨는 보통 집에서 해먹던 막걸리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황둔이 영월 동강으로 가는 길목이다 보니 동강에 가던 사람들이 이씨의 가게 앞에 내려 찐빵을 사먹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꽤 되니 인근에 찐빵가게가 하나둘씩 생겼다.
황둔찐빵이 안흥찐빵과 차별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1년 원주시에서 찐빵가게를 하던 하문호(51·황둔쌀찐빵) 사장이 ‘쌀찐빵’을 개발해 황둔에 가게를 열었다. 쌀 농사를 짓던 농부였던 하씨는 쌀로 찐빵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하지만 100% 쌀로 찐빵을 만들면 떡이 됐고, 밀가루처럼 부풀지 않아 밀가루와 섞는 황금비율을 찾느라 골몰했다. 6개월여 만에 결국 쌀가루의 비율이 50~60% 정도 됐을 때 쌀가루의 고소한 맛이 나면서 폭신한 찐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효할 때 이스트 외에 막걸리도 넣어야 쌀가루가 더 잘 부푼다는 것도 알았다. 완성된 ‘쌀찐빵’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폭신하면서 쫀득하고, 냉동 보관 후 데워 먹어도 빵이 푸석푸석해지지 않았다. 하씨의 쌀찐빵이 황둔찐빵 거리의 명물이 됐고, 다른 가게들도 모두 쌀찐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0년에 황둔·송계마을이 정보화 시범 마을로 지정된 것도 황둔찐빵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마을 곳곳에 인터넷 선이 깔려 찐빵가게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지금은 전국의 손님을 상대로 찐빵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가는 방법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와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주천이다. 신림IC에서 주천면까지는 20분 거리다. 주천면으로 나가는 솔치터널 직전에 황둔찐빵마을이 있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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