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7. 08:21ㆍ 인물열전
[한겨레]
영리병원 찬-반' 질긴 소신탓 부처갈등
일부 '대통령이 교통정리' 가능성 제기
윤증현의 창이냐, 전재희의 방패냐"
영리병원(영리의료법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갈등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두 부처가 영리병원과 관련해 '객관적 검증자료를 도출하겠다.'는 명분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에 공동 발주한 용역보고서도 두 기관의 이견을 좁히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15일 나온 용역결과 해석을 놓고 양 부처가 신경전을 벌이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공동브리핑도 무산되고 말았다.
영리병원 문제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이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의 하나로 영리병원 도입을 들고 나왔다. 현 정부 출범 뒤에도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업 선진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핵심과제로 추진해왔다.
특히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선 교육,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영리병원 도입을 자신의 업적으로 생각하는 '생명보험사 상장'문제와 비유할 만큼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재정부의 '적'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강하지만 같은 정부 부처인 복지부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 장관만큼이나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소신'이 강하다는 점이 재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전 장관은 이날 언론사 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쌀을 씻고 밥솥에 불을 때야 밥이 된다. 모든 국민이 적정한 비용으로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반대 뜻을 밝혔다. 또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각종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아이디어 수준이었고, 현 정부 들어 정책 공감대가 강해지고 있었는데,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복지부 입장이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정치인 출신인 전 장관이 대중적 인기를 의식해 영리병원 반대 행보를 하고 있다'는 수군거림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꿈이 크신 분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기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 금지, 의료공공성 확충 등을 다 수용했는데도 전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쪽에서 영리병원 도입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의료공공성 확충'에 대해 재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공공병원 지원 예산을 반 토막 내놓고 영리병원 도입만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최상목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국민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과잉진료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논란이 많다. 의료공공성 확충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지, 다른 리소스를 활용할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리법인은 빨리 하고 싶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돈'을 쓰기는 싫다는 속내다.
두 부처 태도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이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신설될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재정부가 요즘 부쩍 '일자리 창출'을 영리병원 도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셈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복지 "영리병원 주무부처는 복지부"
“보완책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법 개정 안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15일 영리 의료법인 허용 여부와 관련, “의료법 개정의 주무부서는 보건복지가족부”라며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각종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이날 언론사 보건복지 담당 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재정부가 영리 의료법인을 빨리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효과가 있더라도 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어 그것을 지키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의 서로 다른 용역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장관은 특히 “영리 의료법인은 서울 등 대도시권에 주로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지역간 의료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진료비가 상승할 경우 정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에 대한 부처간 협의가 있어야 하고, 또 국민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아울러 “의료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보면 의외로 지역별 쿼터제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지금도 병원과 공단이 보험 비급여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데 영리 의료법인이 생기면 마찰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대해 전 장관은 “지금 현재로서는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아 앞으로 (재정부와) 협의해 나가야 하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완책을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갖출 것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조속한 영리병원 도입 방침에 대해 전 장관은 “생산유발과 취업기회 제공 등에 대한 재정부의 기대를 이해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쌀을 씻고 밥솥에 불을 때야 밥이 된다”면서 “모든 국민이 적정한 비용으로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장관이 영리 병원 도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내년 1월초 공청회 등을 통해 영리 의료법인 도입방안 논의를 본격화하려던 재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증현 ‘시장 우선주의’ 전재희 벽에 또 막혀
[중앙일보]
정통 경제관료 vs 정치인 …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놓고 끝없는 설전
윤증현 장관“제조업으론 일자리 한계 … 의료 키워 산업구조 바꿔야”
전재희 장관 “보완책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법 개정할 수 없어”
재정부·복지부 또 ‘투자개방형 병원’ 충돌투자개방형 병원 논의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협의와 의견 수렴을 지시했지만 당분간 논의가 진척되기 힘든 상황이 됐다. 6개월여 동안 두 부처의 갈등의 골만 확인한 꼴이 된 것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기획재정부가 수년 전부터 밀어붙여 왔던 제도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해 3월 재정부가 이 대통령에게 도입 방침을 보고했다. 이어 올 2월 윤증현 장관이 부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 장관은 시장 우선주의자다. 의료도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과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의료 그 자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의료 경쟁력을 키워 ‘달러’를 더 벌자는 차원이 아닌 일자리 창출과 산업구조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이 나서야 하고, 그 핵심 역할을 의료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구상도 있다. 윤 장관은 2월 취임 후 줄곧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강조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금융위기처럼 우리 잘못이 없어도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다. 3월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살려야 수출이 줄어도 경제가 끄떡 없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내수를 늘리려면 의료 규제를 풀어야 하고,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것이다. 의사·약사·변호사 등 전문직 독점권을 깨겠다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이런 윤 장관의 구상은 이번에도 정치인 출신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 장관은 의료를 공공재로 본다. 그는 15일 언론사 사회부장 간담회에서 “의료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법을 개정할 수가 없다”며 “(투자개방형 병원을) 할 것이다, 말 것이다 예단하기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해소책 마련이 필요하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무부처는 복지부라고 못 박았다.
전 장관은 다소 진보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민주노동당 정책에 가깝다”라고 비판을 받았던 기초연금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는 막대한 재정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선호하지 않던 제도였다. 전 장관은 지난해 초 국회의원 시절 복지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를 완화하려는 뜻을 비치자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전 장관의 시각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복지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제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를 ‘의료 민영화’로 보는 비판적 시각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도 이런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는 당시 ‘투자개방형 병원=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 장관도 의료 민영화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건강보험의 틀을 허무는 것을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보는데, 재정부와 복지부는 건강보험 틀을 유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정부는 내년 월 1회 이상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투자개방형 병원 문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두 장관의 이견이 좁혀질 것 같지는 않다. 전 장관 말대로 문제를 푸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성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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