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성씨와 가문

2010. 2. 18. 09:52 인물열전

설 특집- 성씨와 가문

전주이씨·파평윤씨·안동권씨 순 다수 배출
생원진사 시 합격자 거주지 원주 ‘전국 4위’

 

윤수용

 

 

▲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조선시대 문과전시의 재현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전통복장을 하고 과거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한국학중앙연 과거 합격 통계 전산화
순흥안씨 고려∼조선 11대 연속 급제
일부 주류가문 독식… 서열 결정 무리


“우리 가문은 대대로 정승 판서를 배출한 명문 가문이다”

설 명절 때면 집안 어른이 세배에 나선 자식들에게 빼놓지 않고 남기는 덕담 중 하나다.

대부분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후손들에게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깊은 사고가 배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또 집안에 새 식구가 들어오던지 지인을 소개 받는 상견례 자리에서 ‘성씨’와 ‘본관’ 등은 어색한 만남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괜찮은 얘깃거리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거나 통성명을 하다 성씨가 같으면 본관을 물어보고 항렬도 맞춰본다.

우리들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연지사의 모습이며 유교적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혈족중심’의 한 단면이다. 모두의 관심을 끄는 조상알기, 즉 ‘뿌리’를 찾는 여행은 우리 모두의 ‘로망’ 이지만 어려운 족보와 명문가를 결정하는 객관적인 잣대의 모호성 등으로 ‘작심삼일’로 마무리되기 일쑤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조선 ‘문과방목’(文科榜目)과 ‘사마방목’(司馬榜目)의 합격자 통계를 전산화해 ‘명문가’ 확인 등의 흥미로운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의 성씨와 본관 등을 그나마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성씨와 가문’ 여행을 떠나보자.



조선시대의 명문가문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정승과 판서의 배출여부를 비롯해 왕비에 간택된 회수, 과거 합격자 수 등이 객관적인 기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합격자 수다. 과거 합격은 관료 진출을 의미하고 국가 지도층, 주류로 편입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가장 많은 과거 합격자수를 기록한 가문은 전주 이 씨다. 조선왕조의 뿌리가 전주 이 씨 이다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과시험 합격자 명부인 ‘문과방목’과 생원·진사시험 합격자를 기록한 ‘사마방목’을 기준으로 ‘명문가’를 살펴본다.

사마방목을 살펴보면 전주 이씨(2719명)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가문은 △파평 윤씨 934명 △안동 권씨 909명 △남양 홍씨 833명 △밀양 박씨 755명 △안동 김씨 716명 등의 순이다.

문과는 사마시를 치른 사람이 응시, 우수한 인재를 걸러내는 것으로 합격자는 줄어들지만 대부분 사마방목과 일치한다.

국조문과방목에 따르면 △전주이씨 769명 △파평 윤씨 419명 △안동 권씨 368명 △남양 홍씨 326명 △안동김씨 318명 등의 순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통계는 연속 과거 급제 기록이다.

‘순흥 안씨’ 가문은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무려 11대를 연이어 과거에 급제한 명문가로 순흥 안씨 4세를 시작으로 안우기-안목-안원숭-안원-안종약-안구-안지귀-안호-안처선-안정 등이 등과했다.

이어 압해 정씨 가문도 세조 6년 1460년 정자급이 평양별시에서 3등으로 문과에 합격한 후 숙종 20년 별시에서 병과 19등으로 등과할 때까지 무려 9대 234년에 걸쳐 문과에 합격하는 기록을 남겼다.

달성 서씨 가문도 연속 7대에 걸쳐 합격자를 배출했다.

여기에다 왕비 배출가문과 과거 합격 가문 간에도 유사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왕비는 모두 39명으로 정식 왕으로 등극하지 않고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사례를 제외한 통계는 다음과 같다.

최다인 4명을 배출한 가문은 파평 윤씨·여흥 민씨·청주 한씨이며, 3명은 안동 김씨·청송 심씨·경주 김씨, 2명은 청풍 김씨·거창 신씨·반남 박씨, 1명은 해평 윤씨 등 모두 13개 가문이다.

문과합격자 거주지 순위는 경(서울·京)이 162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주, 안동 등에 이어 도내에서는 ‘원주’가 37명으로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생원·진사시험 합격자의 경우 서울 1만4337명이 최다 합격자를 배출하고 원주는 모두 535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당시 성씨 별 인구수의 상대성과 주류를 이뤘던 가문들의 독주 등으로 ‘과거합격’이란 단편적인 잣대가 조선의 명문가 서열을 결정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객관적인 수치인 것은 확실하다. 윤수용 ysy@kado.net



도내선 강릉김씨 문과 급제자 최다

무과는 원주원씨 등과자 가장 많아



조선시대 관리로 채용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시험인 ‘과거’에 합격하는 것은 명문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가문에 영광을 선사하는 최고의 이벤트였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도내 명문가와 본관을 두고 있는 성씨의 과거 합격자를 조사했다. 문과와 생원진사시(사마방목), 무과 등으로 나눠 과거에 합격한 도내 명문가를 살펴봤다.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http://people.aks.ac.kr)을 참고했다.

# 문과

대과(大科)·동당시(東堂試)라고도 불린 ‘문과’는 고려의 예부시(禮部試)를 계승한 것으로 정기시(定期試)와 부정기시(不定期試)로 나눈다. 사마시를 치른 후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인 만큼 합격자 수도 적어 등과자는 당시 사회의 주류의 위치에 올랐다. 조선시대 문과는 모두 876개 본관성씨에서 1만387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도내 본관성씨 중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가문은 강릉김씨로 97명이 나왔으며 원주원씨 60명, 강릉최씨 31명, 영월엄씨 28명, 원주이씨 24명, 정선전씨8명,춘천박씨 5명 등의 순이다.

# 생원진사시(사마방목)

생원진사시는 고려의 국자감을 계승한데 나온 ‘감시’(監試), 문과와 대비한 ‘소과’(小科), 사마시 등으로 나누어진다. 조선은 과거의 격식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대과 출신에게 준 진사의 칭호를 소과 출신에게 주고, 대과에 붙여야 할 사마시의 칭호를 소과에 붙인 것으로 보인다. 생원진사시에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내 본관성씨는 강릉김씨가 208명인 것을 비롯해 원주원씨 151명, 강릉최씨 124명, 영월엄씨 79명, 원주변씨 66명, 원주이씨 65명, 강릉유씨·원주김씨 39명, 삼척김씨 29명, 정선전씨 22명 순이다. 조선시대 생원진사시는 전국 1394 본관성씨 출신 3만5565명이 합격했다.

# 무과

3년마다 한 번씩 실시한 무과는 초시(初試), 복시(覆試), 전시(殿試)의 3단계가 있다.

초시에서는 서울·지역에서 270명, 복시에서는 28명을 뽑았으며 전시에서는 이들 28명을 갑과(甲科) 3명, 을과(乙科) 5명, 병과(丙科) 20명의 등급으로 구분했다. 무과 최대 합격자를 배출한 도내 본관성씨는 원주원씨 출신 118명이 등과했으며 이어 영월엄씨 77명, 원주변씨 63명, 정선전씨 56명, 강릉김씨 53명, 강릉최씨·삼척김씨 42명, 영월신(辛)씨 23명 등이다. 윤수용
ysy@kado.net

문과

본관

성씨

합격
자수

강릉

김씨

97

박씨

7

유씨

7

이씨

1

전씨

1

진씨

2

최씨

31

함씨

3

삼척

김씨

8

박씨

2

심씨

7

이씨

1

진씨

2

영월

신씨
(辛)

18

엄씨

28

원주

김씨

13

변씨

31

석씨

1

원씨

60

이씨

24

최씨

1

허씨

1

정선 

김씨

1

전씨

8

춘천

박씨

5

정씨

1

홍천

백씨

1

송씨

1

횡성

고씨

1

조씨

7


무과

본관

성씨

합격
자수

춘천

김씨, 조씨

5

박씨

16

최씨

3

반씨, 서씨, 석씨, 
이씨, 한씨, 황씨

성씨별 1

평창

이씨

55

원주

김씨

24

원씨

118

남씨, 박씨, 손씨, 
신씨, 천씨, 황씨

1

변씨

63

신씨

4

안씨

2

윤씨

3

이씨

71

최씨

4

정선

전씨

56

이씨, 예씨, 장씨

1

김씨

18

이씨

13

강릉

김씨

53

박씨

4

방씨, 어씨, 조씨

1

유씨

20

이씨

5

진씨

3

최씨

42

함씨

20

고성

박씨,유씨,이씨,문씨

1

삼척

김씨

42

박씨

5

손씨

2

심씨

8

이씨

1

양구 

김씨, 이씨, 장씨

1

양씨,최씨

2

영월

김씨, 서씨, 손씨, 
연씨, 최씨

1

박씨, 장씨

3

송씨

7

신씨

17

신씨(辛)

23

엄씨

77

이씨

4

임씨, 정씨, 주씨

2

횡성

고씨,조씨

7

김씨

2

양씨, 용씨, 이씨, 
전씨, 정씨, 홍씨

1


생원진사시

본관

성씨

합격
자수

강릉

김씨

208

최씨

124

단씨

1

박씨

15

성씨

1

송씨

1

심씨

1

함씨

14

유씨

39

윤씨

1

이씨

4

장씨

1

전씨

1

진씨

5

삼척

김씨

29

평창

이씨

78

원주

원씨

151

고씨

1

김시

39

변씨

66

서씨

1

석씨

1

소씨

1

신씨

1

안씨

2

윤씨

1

이씨

65

정선

전씨

22

춘천

박씨

5

영월

엄씨

79

송씨

1

신씨

53

주씨

2

횡성

고씨

6

조씨

14

진씨

1

황씨

1

 
 
출처: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