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아나운서계의 김구라? 진화 중"

2010. 3. 7. 19:15 인물열전

 

[T-뉴스 인터뷰] 전현무 "아나운서계의 김구라? 진화 중"

  • 스포츠조선 T―뉴스 이다정 기자
과연 '아나운서계의 아이돌'답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 도너츠 가게에서 전현무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옆에서 "사인해달라"는 10대 소녀들이 끊이질 않았다. "보톡스를 맞은 데가 어디냐"는 10대들의 순진무구한 질문에도 그는 "응, 턱에 두 번 맞았어"라며 쿨하게 답했다. "예능전문 MC답다"라고 말을 건네자 전현무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인터뷰 내내 오래 고민해 온 생각을 말로 정확하게 풀어냈던 그는 '달변가'였다.

▶ 예능 MC, "안개 속에 갖힌 산 중턱"

전현무는 2009년 'KBS 연예대상'에서 쇼오락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2006년 KBS 32기로 입사한 후 예능프로그램에 매진한 지 4년 만의 결실이었다.

"비호감 캐릭터로 시작해 '밉상 아나운서'로 자리잡았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편집발'이 크다. 신인상을 받던 당시에는 한 단계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을 돌아보니 안개 속에 갇힌 산 중턱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연예대상' 신인상으로 어느 정도의 인정은 받았지만, 아직 올라가야 할 길은 멀다. 아나운서 5년 차에 접어든 그가 예능 MC로서 나아진 점은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라는 말이다.

"이제는 얘기를 하다 보면 방송에 나가겠구나, 안 나가겠구나를 안다. 그런데도 꼭 편집을 당하니(웃음). 예능에서 좋은 선장은 물의 흐름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는 쪽으로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증과 답답함이 있다."

그에게 여태껏 방송을 함께한 MC 선배들은 모두 배움의 대상이자 목표다. KBS 2TV '스타 골든벨'을 함께 한
김제동지석진, '비타민'의 정은아 등이 주요 탐구 대상이다.

"김제동은 정말 기발하다. 무색무취한 게스트에게 구체적인 캐릭터를 부여해서 다른 판을 벌일 줄 안다. 반면 지석진은 게스트 20명이 모두 부각될 수 있도록 흐름을 잘 탄다. 정은아 선배는 말이 필요 없지 않나.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하나하나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

▶ 밉상 캐릭터? "더 밉상스럽게 못 하는 게 고민"

전현무의 수식어가 되어버린 '밉상 캐릭터'는 그에게 적응하지 못한 시청자들로부터 "비호감"이라는 원성을 사곤 했다. 아나운서로서의 바른 이미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보니 지금도 종종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

"솔직히 '스타 골든벨' 속 코너인 '전현무의 밉상질문'에는 휴머니즘이 깔려있다. 내가 더 얄밉게 굴어야 상대방이 살아나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밉상스럽게 못하는 게 고민이다. 또한 아나운서로서 갖기 힘든 방송 캐릭터를 가진 데에서 만족한다."

그가 방송에서 상대방에게 존칭을 낮추며 툭툭 내뱉듯이 말하는 것 역시 아나운서로서는 보기 힘든 말투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는 "고쳐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방송 초기
김구라의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했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배운 것 같다. 내 말투에 대해 김제동이 무심코 '김구라 말투 같다'고 얘기했을 때 움찔했다(웃음). 한때 '아구라(아나운서계의 김구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김)구라 형의 말투는 그만의 독보적인 영역인 데다, 아나운서의 본분으로서는 배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치려고 한다."

▶뉴스 버렸냐고? 연륜 쌓고 시사 프로그램 할래!

현재 예능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는 전현무는 많은 사람들에게 "뉴스 진행은 포기했나"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기본적으로 라디오 뉴스는 진행하고 있지만, TV 뉴스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니 자연스레 드는 궁금증 중 하나다.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 스타일의 뉴스 프로그램은 진행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륜이 되어 정보를 무게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시사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비타민'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느덧 서른 넷. 일에만 매진하다보니 결혼적령기임에도 짝을 찾지 못했다. 활달해 보이지만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생각보다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은은한 향이 나는 사람과 내년 즈음 결혼하는 것이 그의 개인적인 목표다.

"자극적인 방향제가 아닌 그 사람만의 향이 나는 사람이 좋다. 페퍼민트든, 라벤더든, 소나무든 은은한 향을 풍기는 수수한 스타일의 짝을 만나고 싶다. 결혼 시기 데드 라인은 서른 여섯 살 여름까지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웃음)."

주변의 누군가를 소개해주고 싶을 만큼 생각보다 더 괜찮은 남자였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밉상 전현무의 현재 목표는?

"작년에 나에게 상을 준 사람들이 '저 상 괜히 줬다'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상에 걸맞는 MC로 자리 매김하고 싶다.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서 안 잘리는 것도 다행이지만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에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 역할이 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