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주께선 구청장실서 쉬시고 폐백은 사무실을 이용하세요”

2010. 3. 2. 06:30혼례(결혼)

“혼주께선 구청장실서 쉬시고 폐백은 사무실을 이용하세요”

세계일보 

성북구, 청사 결혼식장으로 개방 '인기'

'구청장실은 혼주 휴게실, 사무실은 폐백실.'

서울 성북구가 청사 건물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해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구청 내 소극장을 무료 결혼식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성북구는 청사를 결혼식장으로 개방하면서 주변 예식장 주인들로부터 원망의 눈초리도 받았지만 낭비적인 결혼 문화를 바로잡고 비싼 결혼식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예비 신랑·신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사 무료 결혼식 정책'을 밀어붙였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면 구청장실은 혼주 가족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신부대기실과 폐백실로 변한다. 지하 1층의 식당은 피로연장으로 이용된다. 일류 결혼식장 시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레드카펫과 꽃길세트, 폐백실 용품 등은 독지가의 기증으로 완비됐다.

여기에 20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과 편리한 대중교통 시설은 시내 일반 예식장 못지않은 장점으로 꼽힌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은 직원들이 출근해 모든 일정을 챙겨줘 별다른 불편 없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좋은 시설과 서비스에도 결혼식장 비용은 무료다. 혼주들은 하객들의 피로연 비용만 부담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축하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객들은 청사 옥상에 마련된 북카페와 옥상정원에서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관공서의 딱딱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무료결혼식 개방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는 대학교수를 포함해 4쌍이 결혼식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오는 5월까지 모두 11쌍의 결혼식이 예약돼 있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달에는 구 직원이 결혼식을 했다.

성북구에 주소를 둔 주민은 물론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이 결혼식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결혼식을 할 수 있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는 구청사 이외에 구민회관과 주민센터 20곳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낭비되는 결혼식 비용을 줄이더라도 새롭게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는 큰 경제적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보다 많은 주민이 구청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