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터줏대감 비켜 신참 맛집 F5 뜬다

2010. 4. 5. 22:15게시판

대학가 터줏대감 비켜 신참 맛집 F5 뜬다 [JES]

지난 달 25일 오후 3시 쯤에 찾아간 서울 성신여대 인근 퓨전레스토랑 ‘소테’. 아직 개학을 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식당이 썰렁했지만 유독 이 가게만은 여대생들로 북적댔다. 식당에서는 가장 한가한 시간인 오후 3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몰려들어 사장에게 말걸기조차 쉽지 않았다. 식당에 머문 1시간 동안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와 20여 개의 좌석이 항상 꽉찼다. 개업한 지는 불과 8개월. 기존 상권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날 보란 듯'이 성공한 케이스다.

‘소테’ 뿐 아니다. 건국대·한양대 등 서울에 있는 대학 캠퍼스 앞에 가면 생긴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대박을 터뜨린 집이 한군데쯤은 있다. 수십 년 터줏대감들 틈에서 대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학가 신흥맛집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처럼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걸까. 그 비결을 파헤쳐봤다.


♦한양대 - 밸런스 버거

행당동 한양대 서울캠퍼스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오창섭(37)씨가 크라제버거에서 11년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 창업했다. 학기 중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통 수제버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메뉴 중 ‘밸런스버거(4000원)’가 가장 잘 팔린다. 오 사장이 직접 만든 비밀소스가 맛의 비결. 소스에는 사과·키위·토마토·등 6가지 과일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단다. 그리고 한약재도 들어간다고. 고기는 호주산 1등급 청정우만을 사용한다.

버거를 한입 베어 물면 고기패티가 비밀소스·치즈·토마토·양상추 등과 어우러져 달콤한 맛을 낸다. 1만원이 넘는 고급 수제버거 못지않다.

오 사장은 “맛과 영양, 가격의 균형을 지키자는 의미로 가게 이름을 ‘밸런스버거’라고 지었다. 싼 값으로 팔 수 있는 건 애당초 박리다매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허니 치킨 4500원, 갈릭 프라이스 3500원. 02-2281-5078.

♦홍익대 - 소담 한그릇

홍익대 앞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국수 전문점. 면과 묵이 적절하게 섞인 냉묵국수(5000원)가 별미다. 여름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다. 채소 육수에 면·도토리묵·청포묵·오이 등을 넣어 만든다. 묵은 30년 경력의 장인에게 받아와 쓴다고. 겨울에는 미리물국수(4000원)가 인기다. 멸치·밴댕이·북어·채소를 넣어 만든 진한 육수가 일품이다.

홍익대 정문에서 약 10분 쯤 걸어가야 하는 골목 안에 숨어있지만, 국수가 무한 리필된다는 점이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홍익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도 자주 찾는데, 특히 산울림 출신 가수 김창완은 공연하러 올 때마다 비빔국수(5000원)를 먹고 간다는 것이 주인 강지명씨의 자랑이다.

처음에는 국수 메뉴로 시작했지만 시원한 국물 탓에 술을 찾는 손님이 많아 최근에는 안주 메뉴도 만들었다. 돼지아롱사태와 허브를 함께 삶아 얇게 썬 허브장육(2만원)이 바로 그것이다. 홍익대 주차장거리 상수역 방향 골목 끝에 위치. 02-323-1151.

♦성신여대 - 소테

까다로운 여대생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는 치킨소테(5800원)다. 소테(saute)는 단시간 내에 프라이팬에서 굽거나 튀겨 만든 요리로 서양요리의 기본조리법 중 하나다. 15년 경력의 조리장이 직접 개발한 소스가 튀긴 닭과 어우러져 달콤한 맛을 낸다. 요리 위에 뿌려진 아몬드와 함께 먹으면 고소하기까지 하다.

깔끔한 인테리어도 여대생들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아기자기한 2인용 식탁 10여개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맛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학기 중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데리야끼 치킨 스테이크 5800원, 타코 샐러드 4800원. 성신여대 정문 사거리에서 보문역 방향으로 30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02-922-3738.

♦건국대 - 미야비

자양동 건국대 앞에서 유일하게 벤토(일본식 도시락)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벤또전문점이 몰려 있는 홍익대까지 가지 않아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건국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가격도 홍익대 인근보다 2000원 정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

돼지고기가 메인요리인 차슈벤토(7000원)가 인기다. 데리야키 소스에 버무린 국내산 암퇘지구이·날치알밥·고구마스틱·해초·나물 등이 밥 위에 올려져 있다. 윤윤돌(47) 사장은 “가격을 낮추고 양을 늘린 것이 5개월 안에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다. 인근에 벤토 가게가 없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야키벤토(치킨) 9000원, 카모로스벤토(오리가슴살) 8000원. 건국대 정문 건너편 레인보우 안경 골목 안으로 200m쯤 들어가면 있다. 02-498-6975.

♦중앙대 - 샤브일번가

숙주 샤브샤브 ‘태양초블루스’(저녁1만6000원, 점심1만원)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육수가 담긴 냄비 모양이 특이한데, ‘짬짜면’ 그릇과 비슷하게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에는 황태·새우·다시마 등을 넣어 끓인 해물육수가, 다른 쪽에는 24시간 이상 푹 고은 사골육수가 들어있다. 취향에 맞게 골라 먹으라는 주인의 세심한 배려다.

펄펄 끓는 육수에 숙주와 고기를 데쳐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일명 ‘장소스’라고 불리는 이 가게만의 비밀소스를 찍어 먹으면 된다. 고기의 부드러운 육질과 상큼한 소스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고기를 다 먹으면 쫄깃한 국수와 만두를 육수에 넣어 먹는다. 후식으로는 직접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가 제공된다. 3월 한 달간 중앙대 학생은 저녁 메뉴에 한해 15% 할인된다.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삼거리 신중앙약국 뒤편. 02-824-2700.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