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규모는 작지만 내용은 알찬 공공기관 결혼식.
부모님의 금전적 도움 없이 두 사람만의 힘으로 결혼하기로 한 예비부부의 이야기다.예식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결혼식 날짜도 일부러 웨딩 비수기인 8월로 잡았지만, 결혼식장 비용만 200~300만 원이 훌쩍넘는 것을 보고 일반 웨딩홀에서의 결혼식은 포기했다. 대신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공기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양가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였다. 왜 남들 다 하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예식을 안 하느냐는 질책이 따라왔다.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부모님을 끈기 있게 설득했다. 결혼식 비용을 아낀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한 가정의 주인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작은결혼식’을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결혼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변화와 시도는 단순히 검소한 결혼식, 허례허식이 없는 결혼식을 추구한다는 의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예비부부의 가치관과 신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공공기관에서의 결혼식은 이처럼 실속과 개성, 2가지를 다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결혼 풍조 인 것. 그런데 공공기관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기 전에는 예비부부가 반드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대관료는 저렴하지만, 결혼식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신랑 신부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것. 하객용 테이블이나 의자 등 결혼식 용품을 빌리는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일반 예식장에서 진행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비부부들에게 외면을 받기도한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민청에서는 협력업체를 선정해 신랑 신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예식 장소로서의 구색을 비교적 갖춘 공공기관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작은 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www.weddinginc.org)에들어가면공공기관예식장을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약 148개 기관 가운데 실제로 이용할 만한경쟁력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을 기준으로 예식이 매주 이뤄지는 공공기관은 20개가 넘지 않는다. 그 중 예비부부들의 관심을 끄는 곳은 서울인재개발원, 국립중앙도서관, 서울여성플라자 정도. 모두 쾌적하고 넓은 시설,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다. 양재시민의숲은 야외에서의 로맨틱 하우스 웨딩이 가능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두 사람의 특별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은 단 하나의 결혼식을 만들려면 커플이 원하는 결혼식의 모습을 먼저 구체화하자. 그런 다음 그에 가장 적합한공공기관 예식 장소를 찾고, 결혼식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채워나가면 된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공공기관은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꿈꾸는 신랑신부에게 최적의 결혼식 장소가 될 것이다.
/에디터 김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