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가족 갈등 피하려면 

2009. 10. 1. 17:42게시판

 

명절에 가족 갈등 피하려면 

매일경제 


  A씨(51)와 남편 B씨(52) 사이에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10년 전 추석 때였다. 남편의 본가에 갔던 A씨는 남편이 친구들과 부인에게 '명절 때 며느리가 미리 와서 음식준비조차 돕지 않는다'는 비난을 했고 부부 사이는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게 됐다. 오랜 별거 끝에 남편 B씨는 작년에 이혼소송을 냈다. A씨가 가정불화를 일으킨 근본 원인인 종교 문제 때문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A씨의 설득에 따라 기독교로 개종하고 유교식 제사와 차례를 기독교 추도식으로 바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는 개종 후에도 성실하게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A씨는 이에 큰 불만을 가졌다. 또 시어머니와도 종교뿐 아니라 갖가지 다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명절엔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 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때론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 갈등이 생기거나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도 한다. 위 사례도 '명절'이라는 화해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시점에 갈등이 크게 폭발해 버린 경우다.

실제 이혼소송에서도 이런 사례는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106건, 9월 1125건이던 이혼소송 접수는 9월 추석이 지난 직후인 10월에는 1245건으로 100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1월 말 설이 지난 직후인 2월과 3월에 이혼소송 건수가 1157건, 1301건으로 설 전인 11월 1063건, 12월 1052건, 1월 953건에 비해 크게 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가정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건수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잘 나타난다. 이 상담소의 부부생활 상담 전문가인 박소현 상담위원은 "평소 하루에 30~40건의 상담전화를 받지만 명절 직후에는 '이혼을 준비하겠다'며 걸려오는 전화가 최소 10통 이상 늘어난다"며 "명절 때 평상시에 쌓여 있던 갈등이 폭발하거나 명절이라는 하나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상담위원은 또 "부부갈등을 그대로 안고 내려가거나 장난스럽게라도 가족 친지들에게 배우자의 험담을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며 "아이들 학교 문제, 종교 문제 등 민감한 문제는 친지간에 절대 입밖에 내지 말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를 찾아라"고 조언했다.

특히 남성의 가사 분담에 대한 생각도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부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추석 때 남성들이 어느 정도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은 결과 남성의 85.4%는 자신이 추석 때 아내를 돕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남편이 추석 때 요리 등 집안일을 돕는다"고 답한 여성은 60.8%에 그쳤다.

이처럼 남성은 나름대로 열심히 명절 일을 돕는다(45.1%)고 생각하지만 여성은 "남편이 명절에 열심히 돕는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26.1%에 불과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