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3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에펠탑 야경을 보면서 와인 마시기, 둘째는 영화 ‘비포선셋(Before Sunset)’의 촬영장소 방문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국 화장품’ 쇼핑하기. ‘약국 화장품’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부미용과 관련된 의약품으로, 한국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천연화장품과 같은 저자극 기능성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약국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Pharmacia(약국)마다 아시아 관광객 문전성시
파리에서 가장 많이 발견한 간판 중에 하나가 바로 ‘Pharmacia(약국)’라고 적힌 초록색 간판이었다. 그만큼 파리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파리지엔(Parisienne ·파리에서 거주하는 여성)들은 약국화장품이 가격대는 유명브랜드보다 저렴하고 제품력, 안전성 등 효능이 뛰어나다며 선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배낭족들 사이에서도 파리에 가면 꼭 사야할 품목으로 ‘약국 화장품’이 꼽히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비쉬(VICHY), 달팡(Darphin), 유리아쥬(Uirage), 아벤느(Avene) 등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약국 화장품’. 그중 유리아쥬의 입술 보호제는 가격도 한국에 비해 50% 이상 저렴한 3유로(약 6000원)대로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인기가 많다. 화장품을 구입하려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보다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힘든 약국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랑콤, 샤넬과 같은 유명브랜드제품은 고환율로 인해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파리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면세점이나 기내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또 약국화장품을 대량(175유로 이상, 약 32만원)으로 구입할 경우 택스 리펀드(Tax Refund·세금 환급)를 받을 수 있는데 10% 정도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특히 약국화장품은 권장소비자가격이 없기 때문에 어느 ‘약국’에서 구입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나는 한국인 사이에서 약국화장품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시티파르마(City Pharma)’약국을 방문했다. 생제르맹데프레(St-Germain des pres)역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사람이 몰려 있어 단번에 ‘시티파르마’약국임을 알 수 있었다. 시티파르마는 보통의 소형 약국들과는 달리 2층짜리 대형약국으로, 다른 약국에 비해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고 20~30% 정도 더 저렴했다. 이곳은 한국인을 포함해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빈티지숍에서 숨은 보물 찾기
파리를 찾게 된 이유 중 하나. 바로 헤밍웨이의 단골 서점이자 영화 ‘비포선셋’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컴퍼니(Shakespeare&Company)’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이 서점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영어 서점으로, 1941년에는 나치가 강제로 문을 닫아버릴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저 멀리서 노란색 간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을 때 마치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첫사랑을 보러가는 심정이 되어 가슴이 너무 두근거렸다. 서점 앞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다 짝짝이 양말, 실밥이 다 나온 반바지, 낡고 오래된 구두를 신고 한가롭게 책을 보는 파리지앵(Parisien·파리에 거주하는 남자)에게 한눈에 매료되었다. ‘노숙자’ 같은 패션도 이곳에선 멋스러움으로 변해 도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독특한 패션 감각을 살리는 파리지앵을 보며 나도 개성 있는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파리지앵이 쇼핑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는 마레지구를 찾아가보았다. 최근 진정한 파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동네로 꼽히는 마레지구는 ‘파리 쇼핑족’에겐 인기 있는 곳이다. 요즘 광고와 방송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엣지(Edge)’처럼 ‘엣지’있는 숍이 곳곳에 즐비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 역시 멋쟁이가 많아 최신 패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골목 구석구석 구경할 곳이 많아 마치 서울의 홍대앞 혹은 삼청동에 온 느낌이 들었다. 지도가 없어도 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개성만점의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편으로는 파리지앵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어 서민적인 냄새가 났다. 내가 마레지구를 찾았을 때는 많은 상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의외로 한산했다. 하지만 카페와 빈티지숍(Vintage Shop·중고의상을 판매하는 상점)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특히 개성 있는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가이드북에 많이 소개된 ‘프리피 스타(Free P Star)’ 빈티지숍을 방문했다. 이곳은 동성연애자들의 바와 클럽으로 유명한 거리에 위치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빈티지숍 쇼핑은 재미있었다. 딱 보기엔 쓸 만한 물건이 없어 보이지만 열심히 찾다보면 값지고 오래된 귀한 물건들이 나와 마치 보물을 획득한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더러 만났지만 파리의 빈티지숍은 아이템이 오래되고 스타일이 개성 있어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또 상의 하나에 5~20유로(약 9000~4만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 젊은 파리지앵이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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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마레지구에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열린다. 특히 ‘비바람을 뚫고 출근하는 샐러리맨’을 묘사한 퍼포먼스는 인상적이었다. 2 파리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약국 간판. 3 마레지구에서 진정한 파리지앵을 만나볼 수 있다.
- 명품가방 보따리상의 유혹에 빠지다
파리의 중심 ‘개선문’을 보기 위해 샤를 드 골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로 향했다. 샹젤리제 거리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답게 은행, 영화관, 항공사 등이 집결해있을 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상점들이 널려 있었다. 그중 프랑스 대표 명품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 매장은 명성만큼 외관도 화려해 눈에 띄었다. 이미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의 각국 사람들이 줄을 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매장 반대편에서 ‘루이비통’ 외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40대로 보이는 중국인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그는 “한국인이세요?”라며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수십 장의 100유로화(약 18만원)를 나에게 보여주며 “루이비통 매장에 가서 가방을 사오면 2~3%의 커미션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루이비통은 정책상 1인당 6개월 내에 2개 이상은 구입하지 못하게 돼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여권을 제시하면 당분간 재구매가 안되도록 전산 입력 작업을 거친다. 이런 이유로 면세품을 밀거래하는 보따리상들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붙들고 원하는 모델을 사다주면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겠다며 유혹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달콤한 제안’에 흔들렸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거절했다. 이렇게 구매된 제품은 주로 일본으로 넘어가 최소 2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 파리 = 글·사진 김혜련 hry11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