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야 한 입 먹을수 있는 ‘왕만두’

2009. 11. 2. 21:07게시판

[왕대박 왕만두 ①]

줄서야 한 입 먹을수 있는 ‘왕만두’

 [JES]

 


호떡집에만 불 나랴? 왕만두집에도 불났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유명 왕만두집 앞엔 때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20분 이상 줄 서는 것은 기본, 새치기나 자리 맡아주기는 꿈도 못 꾼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지 한 번 보자”며 투덜대는 손님, 어마어마한 줄을 보고 식겁하고 돌아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 20대 젊은이에겐 식사대용으로 찾고, 60~70대 노인은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며 먹는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왕대박 왕만두집을 찾았다.

★왕만두 유행 언제부터…?

왕만두는 이름 그대로 크기가 크다고 해서 붙여진 것. 왕만두가 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은 없다. 손가락 세 마디가 채 되지 않는 일반만두보다 크기 때문에 ‘왕만두’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왕만두의 크기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아이 주먹만한 것부터 핸드볼만한 것까지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짱’ 푸짐해 보이고, 한 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그 전까지 왕만두는 일반음식점에서 요리에 곁들여 먹는 ‘사이드 메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처럼 식사대용과 간식거리로 사랑 받게 된 것은, 왕만두를 직접 빚어서 파는 ‘왕만두전문점’이 생기면서부터다.

2년 전, 남대문 시장에 등장한 가메골손왕만두. 기존 만두와 찐빵을 섞어 놓은 듯한 ‘왕만두'를 선보이기 무섭게 문 앞에 이 만두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6개월 뒤, 다흰손만두가 ‘꽉찬 소’를 무기 삼아 남대문에 입점했다. 가메골vs다흰의 2인 경쟁구도가 갖춰진 것이다.

그리고 올 해 초. 서른 살, 서른한 살의 형제가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왕만두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시장이나 도로변에 위치해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면, 상해식품의 ‘상해만두’는 다소 높은 가격과 세련된 담음새로 백화점 고객을 공략했다. 또 있다. 남양주 조안면사무소 앞에는 조안본가의 왕만두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도톰한 피, 부드러운 소 왕만두의 매력

소가 훤히 비치는 일반 만두와 왕만두의 가장 큰 차이는 ‘피’에 있다. 왕만두의 피는 일반 만두와 달리 발효반죽을 쓴다. 중력 밀가루 · 설탕 · 소금 이외에 이스트를 넣는데, 따뜻한 곳에 두면 이스트가 발효하면서 부풀게 된다.

흔히 만두는 소가 알차고 피가 얇아야 맛있다고 하지만, 왕만두 사정은 조금 다르다. 왕만두집 사장들은 “왕만두의 소에는 도톰한 피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년손만두의 이정연(30)사장은 “왕만두는 피가 없으면 못 먹는 만두”라며 “너무 두꺼우면 피와 소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들고, 얇으면 소의 맛이 강해 금방 질려버린다”고 말했다.

가메골왕만두의 권오기(49)사장은 “만두라고 다 같은 만두가 아니다. 얇은 피의 만두에 어울리는 소와 왕만두에 적합한 소가 따로 있다. 왕만두의 피가 얇아지면 소의 식감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만두 맛의 차이는 만두소에 달렸다. 그래서 집집마다 ‘만두소’의 노하우로 승부를 걸고 있다.

만두소의 식감이 제 각각인 이유다. 왕만두 소의 기본 재료는 무말랭이와 대두육(콩단백질), 갖은 채소, 약간의 돼지고기 등이다. 집집마다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무말랭이가 30% 전후로 재료 중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고기왕만두의 실제 돼지고기 비율은 15%가 채 되지 않는다. 고기만두를 먹을 때 고기라고 생각하며 씹는 것은 대부분 무말랭이다. 두부가 들어가는 집도 있지만, 두부는 쉽게 상하고 냉동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대두육으로 대체한다. 집집마다 만두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무말랭이와 두부, 채소 등 재료 비율의 차이 때문이다.

다흰왕만두 동대문점 김선희(43)실장은 “고기를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만두가 아니다. 채소와 무말랭이를 줄이고 고기를 많이 넣으면 도리어 느끼해지기 쉽고 퍽퍽해 오히려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며 “중요한 것은 고기와 채소의 재료 배합률에 있다”고 말했다. 은은한 고기 향에, 무말랭이의 질겅한 식감, 양배추·부추·당면 등이 내는 맛이 한데 어우러져 “맛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왕만두 크기…한계 있나?

왕만두는 일반만두에 비해 크긴 크다. 다흰왕만두찐빵 175g, 청년왕만두는 175g, 상해만두는 180g이다. 이들 만두의 반만한 크기인 가메골손왕만두는 개당 93g이다.

왕만두집은 달라도 묘하게 만두 무게는 대동소이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만두 크기와 무게는 '왕만두 사장들이 갖가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얻어낸 결론'인 동시에 '시각미와 마진율을 고려해 계산된 것'이다. 다흰손만두 동대문점 김선희(43)실장은 “어른 주먹만한 크기가 가장 푸짐해 보인다.

170g보다 작으면 고객은 1000원이란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해 사지 않고, 지금의 크기 보다 커지면 먹기에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메골손왕만두의 권오기(49)사장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왕만두는 하나나 두개 먹었을 때 맛있게 느껴진다.

크기가 크면 하나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왕만두의 이정연(30)사장은 “만두집 이윤남기기가 하나의 이유”라며 “왕만두 하나에 300원 정도가 남는다. 지금보다 크기가 커진다면 재료비 · 가스비 · 인건비 등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므로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의 현 가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어디가 맛있어? ‘만두집 BEST 5’

 

 

★가메골손왕만두

‘남대문 시장에 줄 서서 먹는 만두’다. 밀가루 20kg ·
소금 한 주먹 · 설탕 한 주먹 · 이스트 450g · 베이킹파우더 300g 등을 넣어 반죽을 치고, 무말랭이 · 대두육(콩단백질) · 파와 양파 등을 주재료로 소를 만든다.

파와 양파는 믹서에 갈아넣어 소가 전반적으로 촉촉한 느낌이다. 무말랭이는 거칠거나 질기지 않고 적당하게 십히는 맛이 있다. 크기는 다른 왕만두의 2분의 1수준. 피는 부드럽게 씹힌다.
스폰지 느낌이 강하다. 총총 썬 부추를 함께 넣어 반죽한 것이라 드문드문 초록빛 부추를 베어무는 재미가 있다.

매운 만두는 김치가 아닌 청양고추가루를 갈아 넣은 것. 한 입 먹으면 입안이 살짝 얼얼해진다. 피와 소 모두 부드러운 편에 속하나 다른 왕만두집에 비해 크기가 크지 않아 베물었을 때 고소한 소가 한 입 가득 퍼지는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고기가 적게 들어가고 소가 촉촉한 편이라 식은 뒤 먹어도 텁텁하지 않은 게 큰 장점. 왕만두 2000원.(5개)

★다흰왕만두찐빵

가메골손왕만두집과 함께 남대문 왕만두집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가메골손왕만두보다 6개월 늦게 문을 열었지만, 신선하고 푸짐한 소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메뉴는 고기왕만두와 찐빵 두가지. 고기왕만두는 어르신에게, 찐빵은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양배추 · 부추 · 숙주 · 파 등 소의 재료는 모두 국산을 쓴다.

제주도산 무말랭이를 쓰며, 돼지고기는 전남 보성에서 가져온다. 반으로 갈라 보았을 때 채소와 무말랭이의 색감이 살아있다. 소와 피 비율이 3대 1로 다섯 곳 중 소의 비율이 가장 높다. 한 입 먹었을 때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가 다소 퍽퍽해 먹다 보면 쉽게 목이 메인다는 것이 단점이다. 본점인 남대문 이외에도 동대문 · 청량리 · 이수 · 까치산 · 불광 등에서 맛 볼 수 있다.

왕만두 1개에 1000원. 왕찐빵 1개에 1500원.

★청년왕만두

이성연(32) · 이정연(30) 두 형제가 운영하는 왕만두집. 첫 가게는 작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무서운 기세로 확장일로를 달리고 있다. 깔끔한 맛과 친절이 인기 비결.

오픈 8개월 만에 체인점 6곳을 내게 됐다. 석계역(1호점)에 이어 목동역 · 미아삼거리역 · 수유역 근처에 분점을 냈고, 어린이 대공원 등 서너 군데가 이달 말 오픈 예정에 있다.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청년’이다. 한달 전에 오픈한 수유역 점에서는 청년들이 흰 두건과 단정한 앞치마를 두르고 만두를 파는 청년을 만날 수 있다.

김이 솔솔 피어 오르는 찜통 뒤로는 만두를 직접 빚고 파는 청년들 모습도 보인다. 이 곳의 왕만두는 밍밍하다 느껴질 만큼 담백하고 무난한 맛을 가졌다. 다소 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인이 개발한 새콤달콤한 특제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될 듯. 성인 얼굴 크기에 육박하는 왕찐빵도 인기다. 통팥은 달지 않고 팥알갱이가 살아있어 톡톡 터지는 식감을 준다. 고기왕만두 1000원. 왕찐빵 1000원.

★상해만두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 층엔 간단한 음식을 파는 이른바 델리숍들이 20여 개가 모여있다. 하지만 유독 한 코너에 사람이 줄지어 선다.
직장인들의 점심과 저녁, 끼니 떼우기 용으로 인기몰이 중인 상해만두집이다.

11년 간 만두 맛을 연구해 온 조미옥(40) 사장이 텁텁하지 않고 담백한 왕만두를 내놓는다. 크기는 왕만두 중에서 제법 큰 편에 속한다. 대파 · 배추 등의 채소가 소의 주를 이루며, 고기 함유량도 30%이상으로 다소 높은 편.

피는 고소하면서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조사장은 “자연숙성과 맛을 내는 분말양념을 넣어 반죽하는 것이 피 맛의 비결”이라 설명한다. 소는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육즙을 가지고 있고, 식은 뒤 먹어도 맛있다. 이 역시 조사장이 개발한 특허기술 때문이란다. 참기름과 고추기름을 넣어 만든 사천왕만두는 한 입 먹으면 땀이 조금 날 정도로 맵싸하다. 다른 왕만두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흠. 고기왕만두 2000원. 사천왕만두 2000원.

★조안본가 만두찐빵

이 곳을 찾는 손님은 두 부류다. 이 근방을 지나가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줄을 이렇게 서있나’ 호기심에 온 손님이 반이고, ‘맛있으니 이 정도 기다림은 참을 수 있다’는 단골손님이 나머지 반이다.
대게 왕만두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찐빵으로 먼저 유명해졌다.

찐빵이 맛있어서 다시 사러 왔다가 옆에 보이는 왕만두 하나 더불어 사간 손님이, 다시 찾을 땐 왕만두만 사가는 식이다. 지하철 중앙선 종착역인 덕소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와야 하는 등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하지만 왕만두와 찐빵 맛 찾아 찾아오는 손님들로 득실거린다. 지방에서 물어 물어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이곳의 왕만두는 여느 왕만두집처럼 현장에서 직접 빚지 않는다. 성능
좋은 찜기계로 갓 쪄 낸 왕만두는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퍽퍽하고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다. 찐빵은 폭신폭신하고 달콤하다. 왕만두 보다는 찐빵이 먹을 만하다.

왕만두 3000원(5개) 찐빵 3000원(5개).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
사진= 조용철기자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