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 결혼식장은 뇌물 통로”

2009. 11. 21. 06:28혼례(결혼)

 

NYT “한국 결혼식장은 뇌물 통로”


세계일보 


하객들은 현금봉투를 들고 길게 줄서서…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하객들은 현금봉투를 들고 부조함 앞에 길게 줄서서 기다린다. 접수원이 돈을 확인하고 하객의 이름과 액수를 기록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 한국의 결혼식장 모습을 보도했다. NYT는 서울발 기사에서 결혼·장례식 비용을 분담하는 게 한국의 오랜 전통이지만 최근에는 낭비적이고 투표매수 및 뇌물의 통로로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경기침체 때 5성급 호텔에서 열린 호화결혼식이 논란이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허례허식과 낭비를 없애기 위해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촉구했다.


NYT는 지난 6월 딸을 시집보낸 김종창 금융감독원 원장이 축의금 접수대를 치워버린 데 대해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대통령의 캠페인에 동참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김 원장은 "(축의금 전달) 전통이 뇌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아들의 결혼식에 가까운 친구와 친지만 초청했으며, 유명환 외교통상장관은 4월 딸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10월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같이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는 게 특이해서 뉴스가 된다고 NYT가 꼬집었다.


NYT는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결혼식장 하객수와 축의금, 잔치의 호사스러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NYT는 해마다 33만여 커플이 결혼을 하는데 결혼 비용이 평균 1500만∼2000만원이고, 청첩장을 수천 장 발송하는 이들도 있으며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돈을 부칠 수 있도록 은행 계좌번호를 청첩장에 기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용걸 기자 icykar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