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 거물들 "국민연금(이사장 전광우) 모셔라"

2010. 3. 16. 07:35 인물열전

국제 금융 거물들 "국민연금 모셔라"

  • 김기홍 기자 darma90@chosun.com
    국민연금, 자산 280兆 '큰손' 美캘퍼스 제치고 '빅4' 들어
    블랙스톤 회장·前영국 총리… 줄줄이 내한 "투자해 달라"
지난해 세계 4대 연기금으로 부상한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글로벌 금융업계 거물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주에만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의 하나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미국 굴지의 은행인 씨티그룹의 제이 콜린스 공공부문 대표 등이 국민연금을 찾는다. 이는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국제 금융계의 '큰손'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15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슈워츠먼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국민연금 국제업무센터에서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과 1시간 정도 면담을 가졌다. 블랙스톤은 현재 자산 운용 규모가 80조원 안팎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80년대 중반 블랙스톤을 공동 창업한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 2008년 미국 기업 CEO (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약 7억달러(7910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개인 전용기 편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슈워츠먼 회장은 이날 전 이사장과 지난해 블랙스톤과 국민연금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3억달러 규모의 공동펀드 출자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국제 금융계의 큰손으로 부상, 거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왼쪽부 터 이달 국민연금을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인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파버 알리안 츠 대표, 존 메이저 크레디 스위스 고문. / 블룸버그·정경열 기자·주완중 기자
또 오는 18일에는 각국 정부와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자금 유치 등을 맡고 있는 콜린스 씨티그룹 대표가, 오는 19일에는 영국 총리를 지낸 존 메이저 크레디 스위스 고문이 업무 협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예정이다. 이달 30일에는 뉴질랜드 최대 은행인 ANZ그룹의 마이클 스미스 회장이 역시 국민연금을 방문한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독일 금융그룹인 알리안츠의 요아킴 파버 글로벌 인베스터 부문 대표가 국민연금을 찾았다. 파버 대표는 당시 전 이사장에게 국민연금이 투자를 늘려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의 일부를 알리안츠의 자회사이며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를 통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금융계의 큰손이 줄줄이 국민연금을 찾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 기준으로 지난 2008년 세계 6위권이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4대 연기금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규모는 약 280조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매달 2조원의 기금이 새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2012년쯤에는 네덜란드 ABP를 제치고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최대 연기금은 1조달러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는 일본 GPI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금융업은 수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고급 정보를 얼마나 많이 획득하느냐 여부가 경쟁력"이라면서 "해외 금융계 CEO의 연이은 방문은 결국 국민연금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