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해외투자 20%까지 늘리겠다"

2010. 6. 9. 18:04 인물열전

 
세계 4대 연기금을 이끌고 있는 전광우 국민연금공단(NPS) 이사장은 “해외 투자처 다변화 일환으로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신 호주 채권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온라인 매체인 조선비즈닷컴 출범을 기념해 서울 국민연금공단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이사장은 연금 고갈 문제와 관련, “출산율을 높여 국민연금 가입자가 안정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며 “보험료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두차례 개혁조치를 취한 만큼 실행은 쉽지 않고, 후세대 부담을 높이거나 정부 재정지원은 세대간 형평성 문제, 국가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관리공단 집무실에서 조선비즈닷컴과 인터뷰를 통해 기금운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민연금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에서 국민연금에 관심을 갖는 건 규모로 세계 4위 연기금이라는 점 뿐이 아니다. 중요한 건 세계 어떤 연기금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선진국 연기금은 성숙 단계라서 더 이상 규모가 늘지 않고 연금을 내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직 젊다. 앞으로 30년 동안 커가는 구조다. 한달에 2조원 가까이 덩치가 커진다. 달러로 환산하면 한달에 25억달러다.”

―연금 운용의 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중장기적 가이드라인이 있다. 현재 채권 비중은 80%이다. 국내채권이 73%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채권 비중을 60% 미만으로 낮추고 주식·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해외투자는 현재 10%에서 20%로 간다.”

―투자비중은 낮아져도 덩치가 커지면서 절대 금액은 오히려 늘어난다. 국내시장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기금 규모나 성장속도에 비해 국내 시장 소화능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 표현으로 집중에 따른 리스크다.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20%다. 국채 비중은 더 크다. 주식도 큰 틀에서는 비중을 늘리지만 시장에서 단일 기관이 10% 이상 차지하는 건 집중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무작정 국내 주식에만 투자할 수 없고 투자 대상 범위를 해외로, 또 다른 투자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민연금이 위기극복을 위한 역할은 무엇이었나.
“국민연금이 위기극복 역할을 했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결정은 투자가치와 전문적인 판단, 양식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의 신뢰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우리의 투자전략이 실행되고 그 결과로 국가 경제에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순서가 거꾸로 가진 않는다. 다만 금융위기 때 주가가 급락할 때 주식을 저가에 매수한 것은 연금 특성상 맞는 전략이다. 작년에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위기 당시 주식 저가 매입이 도움이 됐다. 결과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그건 해외 우량 채권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와 관계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 비중이 10% 미만이고 해외채권은 5%가 안된다. 또 미국 국채가 많다. 최근 우량국 국채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해외채권 부문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투자 확대차원인데, 결과적으로 어려울 때 (외환부문에서) 쿠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채권 투자 다변화를 언급했는데 미국 국채를 줄인다는 의미인가
“실질적 금액이 감소한다기 보다는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대신 호주와 같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금리가 높은 국채에 투자했다. 시드니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듯이
호주는 장기적으로 컨트리 리스크가 낮다. 자원도 많고, 대체투자 메리트가 있는 나라다. 예전에는 안했는데 (호주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덩치는 커지는 데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해외부문이 10%가 안된다. 외국 연기금은 국내와 해외 반반 정도 투자하는 곳이 많다. 우리도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속도도 빠르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위상이 높아지면 딜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되고 관련 비용(fee) 구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세계최대 연기금이 되는 게 아닌가.
“재정 추계를 봐야한다. 현재는 일본이 가장 규모가 크다. 앞으로 우리가 최대 240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 일본이 1000조원 규모다. 일본은 여러 상황으로 볼때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금이 커지면 운용을 분리할 수도 있는데
“해외에서 그런 시도가 있었다. 노르웨이가 그랬는데 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금 덩치가 커지더라도 실제 운용은 분야별로 나눠 운용되기 때문에 기금 운용을 나눌 시점은 아니다.”

―연금고갈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재정추계를 보면 고령화, 저출산이 문제이다. 30년 이후부터 기금에 부담이 된다. 최대한 수익률을 높여서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해야한다. 운용수익률 1% 포인트만 올려도 연금 소진시기를 9년 연장할 수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본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 국민연금 가입자가 안정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한다. 보험료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두차례 개혁조치를 취한 만큼 실행은 쉽지 않다. 후대 부담을 높이거나 정부 재정지원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세대간 형평성 문제, 국가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다.”
 
조선일보 최흡 기자, 전수용 기자